[기자 수첩] ‘배달비 공시제’ 실효성 있을까…업계 반응은 ‘싸늘’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배달 수수료를 잡기 위해 정부가 배달비 공시제를 도입했다. 배달비 공개로 판매자의 합리적인 가격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업계 관계자들은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매달 배달비를 공개해도 배달 수수료 급등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비의 상승 요인으로 배달 수요는 증가했지만, 배달 기사 수가 부족한 것을 꼽았다. 실제로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배달 수요는 급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주문 후 배달되는 ‘모바일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4조988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52.1% 증가했다. 이렇듯 배달 수요가 큰 폭으로 상승하며 배달 시장 규모가 커지고, 과거 영업점에서 고용하는 방식이 아닌 배달 플랫폼과 대행업체 이용이 확대함에 따라 부족한 배달 기사의 몸값은 자연스럽게 오르게 된 셈이다.
배달비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매월 배달비를 공개‧비교하는 ‘배달비 공시제’를 대책안으로 내놨다. 공개항목은 배달플랫폼별 배달비, 거리별 할증요금, 배달방식별(묶음· 단건) 수수료, 최소주문액 등이다.
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이 배달비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고 소비자들이 일부를 내는 구조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배달대행업체나 플랫폼이 공개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배달비 공시가 자영업자들에게 큰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배달비가 공개된 데다 날씨, 거리, 시간대 등에 따라 금액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에 공개될 정보가 사실상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에만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계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수요공급 불균형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배달비 공시제로 배달비를 장기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소비자 알 권리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지만, 배달비 인상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소비자와 자영업자의 불만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자칫 소비자와 자영업자에게 배달비 인상 부담을 고스란히 전가할 여지도 크다. 정부는 배달 시장의 정확한 수요와 공급 현황과 배달비 상승의 주요 요인을 파악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