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이스'에서 한서준 역을 맡은 배우 변요한 / 사진 : CJ ENM 제공

배우 변요한은 영화 '보이스'를 전작들과는 다르게 접근했다고 했다. 보통 시나리오를 받고, 자신의 캐릭터를 어떻게든 잘 그려내기 위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들었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 역할을 맡으면서, 먼저 정약용의 유배지로 발길을 향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보이스'에서는 달랐다. 실제 수많은 피해자가 존재하는 '보이스 피싱'이라는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래서 변요한은 '피해자' 처럼 보이고자 하는 마음을 접었다. 감히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을 '아는 척'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 피싱' 범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직 형사였던 서준(변요한)은 보이스 피싱 범죄에 큰 피해를 본 가족과 지인을 대신해, 중국에 위치한 범죄 조직의 본거지로 파고든다. 기획실 총책 곽 프로(김무열), 감시자 천 본부장(박명훈) 등을 마주한다.

서준은 홀로 범죄조직에 맞서는 인물이었다. 그만큼 엄청난 에너지를 내뿜는다. 변요한 역시 시나리오를 마주하고 "이게 가능할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한서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의 마음을 제가 감히 헤아릴 수도 없고,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배우가 해야 하는 임무가 있더라도 이번에는 다른 것 같았고요. 시나리오 형태로 따라가고 싶었어요."

"한서준이라는 인물이 흔히 말하는 특수부대도 아니고, 그런 부분이 있어서 저도 의아한 부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나마 희망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보이스피싱을 당했는데 한서준이라는 인물이 있다면, 응원하지 않을까요? 응원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한서준으로 절박하게 연기했지만, 실제 피해자의 아픔이 크겠죠. 그리고 이들을 위해 누군가 가해자를 잡으려 더 수고하고, 더 힘들고 고독하게 나아가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몸을 불살랐다. 마음을 흉내 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나마 복수해주고 싶었다. 자신이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면 마음을 추슬러보겠지만, 주변 사람이 당해서 아파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나서봐야죠"라고 생각하는 변요한 그대로 모습이다.

"그냥 죽을 각오로 액션을 했던 것 같습니다. 공항에서 깡칠이(이주영)에게 '죽일 거야'라는 말을 하는데요. 사실 제가 만든 대사입니다. 본능적으로 서준이가 그 말을 하지 않고 중국으로 가버리면 안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론적으로는 희생을 해야 하는 인물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죽일 거야'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예고편에도 그렇고요.(웃음)"

몸을 던졌다. 대역 없이 거의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 '보이스'의 촬영은 영화 '자산어보'를 찍고 나서 얼마 안 돼 시작됐다. 당시 수염도 깔끔하게 밀고, 범죄 액션 영화 속 깔끔하고 강인한 느낌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보이스' 시나리오를 본 후, 달라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무것도 꾸미고 싶지 않았어요"라고 변요한은 당시를 회상했다.

"유도 베이스로 거의 1달 동안 훈련을 했어요. 제가 몸이 가벼운 상태라, 체중도 단시간에 좀 늘렸고요. 무거운 전투화, 워커 같은 것도 일부러 신었어요. 그래야 뜨지 않고, 바닥에 붙어서 연기할 수 있다고 하셨거든요. 몸이 무거워지니 힘들어진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끝날 때까지 계속 훈련을 받았고, 제가 말을 잘 듣는 편이라서요. 다행히 큰 부상 없이 잘 끝낼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했어요. 고생의 형태는 다르지만, 모든 작품에서 고생하거든요. 다만 목표는 딱 하나죠. 좋은 작품 만들었으면 좋겠다."

한서준이 절박하게 보이스 피싱 범죄조직을 쫓았듯, 변요한은 절박하게 배우의 업을 쫓고 있다. 그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계속 성장하고 싶습니다"라고 자신의 절박함에 관해 이야기했다.

"키는 멈춘 것 같은데요. 연기는 인물의 감정은 보고, 느끼고, 퇴색되지 않고, 올바른, 본질적인 감정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그걸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선배들에게 배운 지혜도 잘 활용하고 싶고요. 제가 정말 선배 복, 동료 복이 많다고 늘 생각하는데요. 굳이 조언을 해줘서가 아니라, 그냥 작은 배려들, 작품을 위해 나를 던지는 마음들, 그런 것들이 사실 기본적인 거잖아요. 그런데 오랜 시간 지나도 변하지 않고 그렇게 하고 계시거든요. 그 모습에 저 또한 용기가 생기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절박합니다. 다리, 팔, 목소리, 눈, 움직임, 감정들을 본질적으로 놓치지 않고, 다듬고, 정신 바짝 차려서 관객분들에게 '무언가'를 드리고 싶어요. 주제넘을 수 있지만, 연기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부족해서 절실한 것 같아요. 또 부족해서 요동치는 것 같고요. 그것을 원동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016년 인터뷰에서 변요한은 "저만 아는 욕심을 낸 이유로 제가 출연한 독립영화를 잘 못 본다"는 말을 했었다. 5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다행히 그때의 실수를 고쳤고, "채우지도 비우지도 못했던" 그때의 변요한과는 달라졌다.

"다행히 지금은 독립영화 찍을 때, 그런 잘못에서 자체적으로 잠정 은퇴를 했습니다. 지금은 잘 정리가 되어서, 잘 비우고, 잘 채우고 하고 있어요."

절박함을 원동력으로 나아가고 있는 배우 변요한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더 도전해보고 싶을까.

"저는 보여드리고 싶은 게 너무 많이 있습니다. 사실 그런 부분에서 딱히 정해 놓지는 않은 것 같아요. 뭔가 정해놓거나 계산하는 성격도 아니고요. 어떤 작품을 운명적으로, 예상치도 못하게 만나는 게 더 좋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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