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에 맛 들린 '보쌈' 권유리
소녀시대 유리가 이젠 배우 권유리로 대중의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 초부터 연기를 시작한 유리는 가수 활동과 병행하며 틈틈이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러다 최근 연극 무대까지 경험, 장르 스펙트럼을 넓히며 연기의 맛에 푹 빠진 상태다.
특히, 그의 연기력은 사극 '보쌈'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작품은 생계형 보쌈꾼이 실수로 조선의 옹주를 보쌈하면서 벌어지는 인생 역전 로맨스 퓨전 사극이다. 극 중 권유리는 원치 않는 결혼에 신혼 첫날밤도 못 치르고 청상과부가 된 조선의 옹주 '수경' 역을 맡았다.
'보쌈'은 시작 전부터 권유리의 한복 소화력 덕에 큰 화제를 모았다. 게다가 사극킹 정일우와의 호흡으로 드라마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보쌈'은 독특한 소재와 두 주연배우의 호흡 덕에 MBN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웠다.
드라마 종영 후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권유리는 벅찬 종영 소감을 전했다. 자신을 향한 연기 호평에 대해서도 감사 인사를 빼먹지 않았다.
"2020년 가을부터 합류를 해서 21년 여름 이 시점이 돼서야 끝이 났는데요. 일단 수경 옹주를 만나서 정말 많이 울기도 하고, 많이 웃기도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고요. 매 작품마다 새로운 만남도 있었지만 특히 이 작품을 통해서 정말 많이 배우고 많이 느끼면서 성장한 것 같고 행복했어요"
"일단 안정적인 사극연기라고 해주셔서 감사하고, 연기톤을 잡기 위해서 했던 노력이라고 한다면 일단 사극이라는 장르는 저에게 처음이긴 했지만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가장 먼저 했던 것 같아요"
첫 사극인데도 안정적인 연기톤을 보여준 권유리다. 기존엔 젊은 팬층이 두터웠다면, '보쌈' 덕분에 중장년 팬까지 섭렵할 수 있었다. 주변 반응도 궁금했다.
"멤버들의 반응이 즉각적이었어요. 함께 작업했던 분들도 '사극도 할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이런 면모가 있느 줄 몰랐다' 하는 반응이 행복하고 감사했고요. 제가 지방에 많이 촬영을 하다 보니까 촬영 후에도 지방 식당에 가면 서비스를 많이 주시고. 부모님 친구들 매니저 부모님 등 반응들이 다양해지고, 연령층이 다양해져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사극의 매력이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수경' 캐릭터는 그간 사극에서 그러진 여느 옹주와는 달랐다. 어려서부터 사내아이들에게 지지 않는 당찬 성격을 가졌고, 무예도 출중했다. 특히나 정치적 흐름의 피해자가 된 순간에도 운명에 순응하지 않는 '능동여주'였다.
"수경이라는 캐릭터가 주어진 운명이 굴복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점차 주체적인 인물로 변화해서 저도 인간으로서 본받고 싶고 배우고 싶었어요. 작품을 하면서 깨닫고 느끼고 성장할 수 있는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어떤 바라보는 시각이 더 넓어졌다랄까"
한겨울 촬영도 잦았다. 게다가 지방 촬영에 산속 오지 촬영까지 많았다. 권유리는 이때마다 사극 선배인 정일우의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사극 현장을 경험했다.
"너무 추웠고요.(웃음) 아무래도 정일우 배우께서 워낙 사극을 많이 하셔서 이미 많은 정보를 갖고 계셨어요. 저한테도 추울 텐데 준비를 하라는 말을 여러 번 해줬는데 제가 잘 몰라서 준비를 못했어요. 역시나 너무 추웠고, 사극 특성상 산 깊숙한 곳에서 찍다 보니까 도시보다 10배는 춥더라고요"
"제가 촬영을 해야하는데 손과 발이 꽝꽝 얼어 있고, 게다가 짚신을 신어서 부상도 있었거든요. 그때 일우 오빠가 '준비하라고 했는데 왜 안 했냐'면서 에스키모인들이 쓰는 장갑을 주시더라고요. 그런 좋은 노하우들을 많이 전수 받았어요"
'보쌈'은 인기에 힘입어 해외 방영까지 확정했다. 글로벌 시청자에게 소녀시대 유리가 아닌, 배우 권유리로서 인사하게 된 것. 권유리는 무엇보다 사극으로 해외 방영이 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한국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보탬이 될 기회이기 때문이다.
"해외 방영이 된다는 게 저에게도 큰 의미에요. 사극이라는 장르로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 문화를 전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게 특별하거든요. 일단 영상미도 훌륭하고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요"
"해외 시청자분들에게는 작품 속의 인물로 다가가고 싶어요. 가수 유리의 모습으로 비춰질 수도 있겠지만, 보다 보면 유리보다는 수경으로 보이도록요. 그렇게 받아들여 주시고 공감해주시면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없을 것 같아요"
그간 소녀시대 활동, 솔로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히 연기를 해왔던 권유리다. 최근엔 배우 생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지만, 가수로서의 활동을 기다리는 팬도 상당하다. 권유리는 소녀시대 유리와 배우 권유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기라고 했다.
"솔로 앨범 낸 지 3년이 된 것도 몰랐어요. 가수 복귀 계획은 당연히 너무나 열려 있고, 좋은 기회가 있다면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죠. 적당한 시기에 솔로든 소녀시대 단체든,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있어요"
"고민이 굉장히 많아요. 결국은 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고,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 같아요. 한때는 '난 소녀시대인가 배우인가, 내가 하고 싶은 명확한 한 가지는 뭐지?' 했는데 결국은 두 가지 다 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제 고향, 태어난 곳은 소녀시대죠. 사람이 태어난 곳에서만 살지는 않잖아요. 그런 것처럼 저는 그냥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표현하고 싶은 인생의 과정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