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다른, 남다름
배우 남다름을 인터뷰하기 전,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2002년 생. 우리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리던 해 태어나 올해 20살이 됐다. 그런데 그보다 앞선 13살 때 드라마 SBS '육룡이 나르샤'에서 이방원(유아인) 아역으로 나온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남다름은 역사 공부를 하면서 작품을 준비했다고 했다.
아역일 때부터 작품을 먼저 보고, 그 속에 캐릭터를 볼 줄 알았다. 남다름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육룡이 나르샤', '스타트업', 영화 '제8일의 밤'까지 단단한 남다름의 성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남다름은 넷플릭스 영화 '제8일의 밤'에서 청석 역을 맡았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주연 배우로서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고 가야 했다. '제8일의 밤'은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다. 봉인에서 풀려난 붉은 눈이 7개의 징검다리를 밟고 자신의 반쪽 검은 눈을 만나 하나가 되면 세상은 고통과 어둠만이 존재하는 지옥이 된다. 불교 금강경의 전설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다름은 검은 눈을 봉인하고 있는 하정 스님(이얼)과 함께 지내고 있는 청석 역을 맡았다. 청석은 하정 스님의 말에 따라 선화 스님(이성민)을 찾아가 "놈이 왔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리고 선화 스님을 따라 마지막 징검다리를 찾아 길을 나선다. 괴이한 모습으로 죽어간 시체들을 쫓으면서다.
"청석이라는 순수한 캐릭터가 가진 분위기를 표현하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조금 더 어린아이 같고, 조금 더 밝은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들에 대해 주로 얘기한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조금 더 톤을 올리고, 표정도 과장되게 하길 바라셨어요. 그러면 느낌이 잘 나오지 않을까 해서 그런 부분에 신경 써서 연기했습니다."
누군가의 아역이 아닌 오롯이 극을 이끌고 가야 했다. 남다름은 "더 입체적으로, 더 확고하게 청석이라는 캐릭터를 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감독님과 더 집요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미스터리 장르인 만큼, 대체적으로 어둡고 오컬트적인 분위기 속에서 청석이만 동떨어져 보이지 않게 하는 방법에 대해서였다.
"청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품 전체 내용과 줄거리, 메시지를 이해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께서 이 시나리오를 쓰실 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쓰셨는지, 궁극적으로 전달하고 싶으신 것은 어떤 점인지에 대해서도요. 작품 자체가 불교라는 종교의 색채가 있기 때문에, 불교라는 종교의 관점에서 해석해 주시기도 했어요."
미스터리 장르의 작품을 하면서 CG를 더해 완성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도 있었다. 남다름은 "많이 놀랐어요"라고 그 모습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외적으로 본다면, 이질감 있고, 낯설고, 공포스러웠는데요. 이런 경험이 배우로서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는 지점도 그렇고요. 이렇게 변화하는 모습을 제가 표현할 기회도 많지 않을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그런 느낌이나 분위기 자체를 잘 만들어주셔서 만족하고 있고요. 값지고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제8일의 밤'에서 배우 이성민, 김유정 등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특히, 이성민은 과거 '기억'에서 부자지간으로 촬영한 바 있고, 한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선배 배우로 남다름이 꼽은 인물이기도 하다.
"만날 때마다 선생님께서도 되게 반가워해주셨어요. 저도 오랜만에 같이 호흡 맞출 수 있다는 사실에 되게 반가워했던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기억' 때랑 비슷한 느낌으로 잘해주신 것 같아요. 제가 초반에 현장에서 긴장하고, 얼어있는 모습을 보셔서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편하게 있으라고, 아빠 다리 하고 앉으라고, 허리 기대서 앉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제가 밤 촬영을 앞두고 졸고 있으면, 그 사진을 몰래몰래 많이 찍으시고 보여주시면서 같이 웃고 그런 기억도 많이 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연기천재'라는 수식어를 지녔던 남다름이다. 극 중 애란은 청석에게 "구하고 싶은 존재"로 생각하고 연기했지만, 남다름에게 '연기천재'의 길을 걸어온 배우 김유정은 정말 좋은 선배였다.
"아무래도 (김유정) 누나는 걸어오신 길이고, 저는 앞으로 걸어갈 길이기 때문에 겹치는 부분이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부분에 대해서 누나가 자신이 경험했던 일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누나가 제 나이 때 하셨던 고민에 대해서도, 현재 제가 하고 있는 고민과 공통된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제8일의 밤'을 찍을 당시, 남다름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이를 스무 살, 성인이 된 지금 마주하게 됐다. "얼굴 골격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하는 그다. 어렸을 때부터 아역 배우로 활동해왔기에, 남들과는 조금 다른 학창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현재 그는 대학교에서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친구들과 함께 무대 연기에 대해서도, 연출자의 시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 계기가 됐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배우를 바라보는 눈은 정말 다른 것 같아요. 연출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배워보고 싶고, 욕심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을 배우면, 꼭 연출을 하겠다가 아니라, 연출에 대한 입장을 이해했을 때 배우로서 작품을 이해하는 부부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요."
"인물을 이해하기 전에, 작품을 이해하고 알고 있어야지 그다음에 인물이 이해가 되는 거라 생각하거든요. 작품의 내용과 줄거리를 비롯해서 메시지 또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후에 개인적으로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는 질문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더 찾아가는 거라 생각합니다."
연기에 대한 단단한 뿌리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믿음'은 배우 남다름에게 굳건히 자리 잡았다. '스타트업'에서 한지평의 어린 시절 역으로 배우 김해숙과 호흡을 맞출 때에도, '제8일의 밤'에서 배우 이성민과 호흡을 맞출 때에도 왜 그가 빛을 잃기보다 빛을 더 발하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는 지점이다.
"배우로서 거창한 목표보다 좋은 작품에서 꾸준히 인사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실망시키기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관객 분들과 시청자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으면, 그것이 좋은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