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대에게 또 다른 현실이 된 메타버스, 본격 시동을 건다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어디일까?
청소년과 만나는 청소년 지도자 입장에서 ‘메타버스(초현실 사회, Metaverse)'를 과연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이용하고 있고 또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자신의 아바타가 존재하는 가상현실 메타버스에서 살고 있다.
2018년 개봉한 스티브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을 배경으로 한 현실과 가상 세계에서 벌어진 스토리가 줄거리다. 현실과 유사한 형태로 구성된 가상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주인공은 새로운 캐릭터로 등장, 친구들과 모험을 즐긴다. 가상현실(VR)·컴퓨터 그래픽 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이런 영화 속 장면이 현실이 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도 지난해 "앞으로 20년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보던 일이 시작될 것"이라며 "메타버스의 시대가 왔다"라고 전했다. 특히 디지털에 익숙한 Z세대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보다 메타버스 서비스에 열광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메타버스는 '초월, 그 이상(beyond)'을 뜻하는 그리스어 메타(Meta)와 세상 또는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이용자들은 아바타를 이용해 그저 게임이나 가상현실을 즐기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실과 마찬가지로 사회, 문화적 활동을 한다. 새로운 소셜 공간인 셈이다. 나아가 경제적 가치도 창출하고 소유, 투자, 보상받을 수도 있다.
‘메타버스(디지털 지구, 뜨는 것들의 세상)’의 저자인 김상균 강원대 교수는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 모바일 플랫폼과 비교해 메타버스가 가진 특징을 Seamlessness(연결성), Presence(존재감), Interoperability(상호운용성), Concurrence(동시 발생), Economy(경제) 등 다섯 가지로 요약해 ‘스파이스(SPICE) 모델’이라 말한다.
메타버스에서는 모든 경험이 단절되지 않고 연결되며(S), 물리적 접촉이 없는 환경이지만 사용자가 사회적·공간적 실재감(P)을 느껴야 한다. 또한, 현실 세계와 메타버스는 경험이 연결되고(I), 여러 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활동하며(C), 자유롭게 거래하는 경제 흐름(E)이 존재해야 한다.
즉, 메타버스에서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 직접 물건을 만들어 팔고, 가상현실에서 통용되는 화폐로 쇼핑도 하며 때로는 유명 연예인의 콘서트를 보러 가기도 한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예시로 축약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갈 곳이 없어진 아이들은 메타버스에서 자신들만의 세계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는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서비스 중인 모바일 게임 '포트나이트'다. 이 게임에는 '파티로얄'이라는 3차원 SNS 공간이 있는데, 이용자들은 게임이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과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함께 듣는 등 새로운 세상을 살아간다. 파티로얄이 호응을 얻자 에픽게임즈는 지난해 미국의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의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가상공간에서 열린 콘서트에 1,230만 명이 접속하면서, 수익만 무려 2,000만 달러(약 221억원)에 달했다.
또한, 최근 미국 10대 사이에선 '로블룩스'라는 메타버스 서비스가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얻고 있다. 로블룩스에서는 '나'를 상징하는 3D 아바타가 등장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게임을 즐기거나, 본인이 직접 게임이나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를 할 수도 있다. 전 세계 1억 5,000만명 이용자가 로블룩스를 즐기고 있으며, 미국 만 9~12세 어린이의 3분의 2, 16세 이하 청소년의 3분의 1이 로블룩스의 팬이다. 응용 소프트웨어 분석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10대들은 하루에 156분 로블룩스에 접속하면서, 유튜브(54분), 인스타그램(35분)을 크게 앞섰다.
한국에는 국내의 네이버제트에서 운영 중인 '제페토'가 있다. 제페토는 인공지능(AI) 얼굴 분석과 모델링 기술을 활용하여 아바타를 만들고, 다양한 가상현실의 경험을 할 수 있는 서비스다. 현재 누적 가입자가 2억 명을 넘어섰고 이 가운데 80%는 10대 청소년 이용자다.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에 달해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지난해 제페토에서 진행된 블랙핑크 가상 사인회에는 무려 5,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가 참여해 블랙핑크 아바타와 사진을 찍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제페토에 12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메타버스의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올해부터 급격히 성장해 2025년 관련 매출이 2,800억 달러(약 3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IT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기반의 SNS, 게임 등 콘텐츠들이 더욱 현실 같은 VR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있다"라며 "글로벌 IT 기업들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열린 청소년박람회에서 청소년계 최초로 시도된 국내 메타버스인 제페토에 10여개의 청소년활동 체험관을 선보였으며, 한달동안 15만명 정도가 다녀갔다.
이처럼 사회 경제적으로 성장해가고 있는 메타버스 과연 문제점은 없을까? 메타버스에서는 명품 옷을 입고 눈썹에 피어싱을 뚫거나 총을 쏘는 등 실제와 동떨어진 체험이 자유롭기 때문에 경계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균 강원대 교수(게이미피케이션&메타버스 랩 소장)는 “현실 세계에서는 접근성이 어려운 패션과 체험 등이 메타버스에선 너무 쉽다”면서 “너무 어린 나이서부터 명품 소비심리를 조장하거나 범죄 욕구를 자극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많다. 기업들이 스스로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무한 정보의 소통 속에서 AI 윤리, 프라이버시 침해 등에 대한 대비는 꼭 필요할 것이며, 국경 없이 세계인들과 만나기 때문에 범죄 발생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 방안 모색들이 필요하다. 앞에서의 지적과 같이 청소년의 경우 무방비한 소비와 청소년기에 있어서는 안 될 행위와 같은 인터넷 예절이나 윤리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청소년활동 현장에서 메타버스 기술 활용은 아직은 초보단계로 시작에 불과하지만, 프로그램 초기 단계부터 청소년을 모집하여 교육하고 스스로 기술을 습득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가상현실에서 청소년이 주도적으로 청소년활동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등 청소년들의 주도적 참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에서 오는 현실적 제약을 가상공간에서 극복함으로 인해 자아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갈 수도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더불어, 청소년지도자들도 현실 세계에서 운영 중인 프로그램들을 점차 전환하여 가상세계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가는 노력들을 기울인다면 청소년활동 현장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재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제작비가 비싸고 코딩과 3D 디자인이 접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하나씩 열어가고 배우고 직접 경험한다면 결코 먼나라 남의 일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 MZ세대들과 함께 청소년활동을 계속해서 활성화시키고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을 원한다면 청소년활동 메타버스 타야 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망설이지 말고, 함께 참여하여 가상세계를 하나씩 만들어 나간다면 분명 멋진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오히려 관망하고 기다리다 기회도 놓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