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보름 "데뷔 10년 차? 멋진 사람보다 변치 않는 사람 되고 싶어요"
'오! 삼광빌라!'에서 애증의 아이콘이 된 캐릭터가 있다. 바로 이빛채운과 악연을 가진 인물, 장서아다. 악역이지만 나름의 서사를 갖춘 장서아가 완성된 건, 연기 경력 10년 차 한보름의 노련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종영 후, 한보름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보름은 '오! 삼광빌라!'를 통해 오랜만에 주말극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3년 MBC 주말극 '금 나와라 뚝딱!' 이후 약 7년여 만이다. 당시에도 주연 커플 사이에 파란을 불러오는 캐릭터였던 그는, '오! 삼광빌라'에서 더 존재감 키웠다.
극 중 한보름이 맡은 '장서아'는 비주얼, 패션, 재력 무엇 하나 부족하지 않은 패션 기업 본부장이다. 완벽한 그에게 딱 하나 없는 것이 바로 '인성'. 본인밖에 모르는 성격에, 사사건건 얄미운 성격을 가진 서아는 엄마에게 최고의 딸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한보름은 악역에 부담감은 없었다고 했다. 그냥 주어진 역할에 충실히, 그리고 캐릭터 서사를 잘 전달하고 설득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처음 시작할 때 악역이라고 해서 큰 부담은 없었어요. 그냥 작품을 하게 됐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큰 것 같아요. 특히 KBS 주말드라마는 다들 하고 싶어 하는 작품이잖아요. 재밌게 촬영해야 하는 만큼 8개월 동안 나쁜 역을 잘 이끌어야겠다는 마음이었죠(웃음)"
악역인 만큼 소리 지르는 신도 많았다. 바락바락 대드는 장서아의 모습은 보는 이까지 기가 빨리게 했다. 실제 촬영에서 한보름은 어땠을까. 서아의 감정에 이입된 상태였으니 체력적으로도 소모량이 대단했을 터다.
"힘들 수밖에 없었어요. 한 번은 하루종일 소리 지르는 신만 찍게 되는 날도 있었어요. 정말 지치고 목도 쉬고, 힘든 날도 있었는데 제가 그만큼 해주지 않으면 상대 배우가 연기할 때 맞춰지지 않더라고요. 서로의 합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가 에너지를 써야 했죠. 그래서 쉴 때는 무조건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키우고, 밥도 잘 먹고 컨디션 조절을 했어요"
한보름은 정형화된 악역 '장서아'를 표현하려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캐릭터를 구축해봤으나, 긴 호흡의 작품에선 변모하는 서사를 잘 표현하는 게 우선이었다. 한보름은 '오! 삼광빌라!'와 장서아를 통해 더 배웠고, 더 성장했다.
"캐릭터를 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서 촬영장에 갔어요. 그런데 뒤에 대본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서 제가 여기에 너무 갇혀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처음이었어요. 이전에는 내가 좀 내려놓고 편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 해봤는데, 이번에 그걸 배웠어요"
한보름은 '황나로' 역의 전성우 배우와 애틋한 로맨스로 안방극장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점점 비주얼 케미가 잘 맞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시청자의 응원을 받는 커플이 됐다. 한보름은 전성우 배우가 점점 멋있게 나오게 된 것에 자신의 공이 컸다고 자부했다.
"(전성우 씨는) 정말 연기를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하는 친구예요. 대화도 정말 많이 하고, 배웠던 것 같아요.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회의를 많이 하고 '이 장면 어떻게 생각했어?'하며 의논했어요. 또 친구라서 되게 편했어요. 장난도 많이 치고요"
"제가 요새 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촬영할 때마다 나로랑 많이 붙는데, 제가 운동하는 얘기만 했었나 봐요. 나로가 저한테 '너 때문에 내가 운동을 시작했다'고 하더라고요. 뒤로 갈수록 나로가 멋있게 나오는 이유는 저 때문에 전성우 배우가 운동을 했기 때문이랍니다(웃음)"
모녀 호흡을 맞춘 황신혜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저는 늘 선배님께 '제 엄마가 되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어요. 8개월 동안 되게 편하게 해주셨거든요, 정말 엄마처럼, 어떤 때는 친구처럼 해주실 때도 있었고, 같이 밥도 먹고 선물도 해주셨어요. 드라마 끝나도 선배님이 가장 많이 전화해주셨어요. 어제도 같이 밥 먹자고 연락이 올 정도로, 정도 많으시고 정말 제 엄마 갔었어요. 저에겐 최고의 존재시죠"
한보름은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았다. 그는 KBS 드라마로 데뷔해서, 10년 차에도 KBS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십 년 세월을 배우로 살면서 연기에 대한 생각, 욕심, 의미, 모든 면에서 변화를 맞았다.
"어릴 때는 큰 꿈이 있었어요.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되어 있을까?'라는 꿈을 꿨는데, 막상 10년 후에 보니 똑같은 제 모습이더라고요. 앞으로의 십 년을 생각했을 때 멋진 사람이 아니라 그때의 나도 그냥 저였으면 좋겠어요. 많이 변하지 않고 한보름 모습 그대로 한 단계씩 성장해가면서 제가 좋아하는 연기도 하고, 인간 한보름으로서도 변하지 않은 모습으로 성장해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한보름은 '결혼'이 고픈 상태라고 했다. 과거 인터뷰에서도 최대 관심사로 '결혼'을 꼽은 그는,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가득하다고 했다. 다만 남자가 없을 뿐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도 결혼할 생각이 정말 있어요. 그런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았어요. 정말로요. 이거는 심각한 일이에요. 저는 항상 남자친구가 생길 거라는 희망을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어요. 하지만 분명히 결혼할 생각이 있어요. 꼭꼭꼭이요"
"일단은 친구처럼, 결혼하고도 잔잔하고 편안한 생활을 하고 싶거든요. 온전히 제 편인 사람이 있으면 좋겠어요. 기댈 수 있는 사람이면 정말 좋겠고, 터놓고 얘기할 수 있으면 바랄 게 없죠"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8개월 동안 '오! 삼광빌라!'로 큰 사랑을 받은 한보름은 올해 목표를 묻는 말에 "성장"을 꼽았다.
"올해도 어떤 역할이든 제가 해낼 수 있는 부분에서는 잘 해내는 게 목표에요. 개인적으로도 항상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성장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항상 취미나 공부나, 다 열심히 하면서 전보다 더 나은 배우 한보름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