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위트홈' 현수를 만든 '송강'이라는 순수

'스위트홈'은 현수(송강)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현수는 은둔형 외톨이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로 학교폭력을 당하게 되고, 가족에게도 외면받는다. 자신을 외면했던 가족들이 세상을 떠난 후, 아파트 그린홈에 오게된 현수는 죽기로 결심하고 날짜를 정한다. 그런데, 그 날이 오기도 전에 망해버린 세상을 마주한다. 욕망으로 인해 사람들은 괴물로 변하게 되고, 현수는 괴물도 사람도 아닌 채로 죽음이 아닌 삶이라는 새로운 욕망을 갖게 된다.

배우 송강은 이런 현수 역을 맡았다. 환영 현수는 계속해서 괴물이 되도록 하고, 현수는 이를 이겨낸다. 양면적인 모습을 설득력있게 표현해야 했다. 송강은 현수에 대해 "애처로운 아이"라고 말했다.

"내면의 현수를 표현하기 위해 주변사람을 많이 생각한 것 같아요. 욕망에서 버텨야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느낀게 그린홈 주민들의 얼굴을 한명씩 생각하면서 버텨나갔던 것 같아요. 이번에 현수를 연기하면서, 그런 사람들, 저를 믿고, 위로도 많이 해주고, 그런 사람들의 얼굴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현수가 어떤 딜레마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나, 결정을 앞두고 고민을 할 때마다 환영현수가 계속 말을 걸지 않을까 싶어요. 사람들의 심부름을 해주고, 철문으로 들어갈 때에도 환영 현수가 계속 나타나거든요."

"삶의 의지가 하나도 없고 죽고 싶은 아이"였다면 수영과 영수를 만나고, 그린홈 주민들을 만나며 "이 사람들을 지키고 싶다"는 욕망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송강은 이를 표현하는데에는 '대사'보다 '감정'에 중점을 두었다. 그 감정은 계산하기보다 순수하게 우러나왔다.
"처음 은둔형 외톨이 현수에서 아이들을 만났을 때 정의감이 불타오르고, 그린홈 주민들의 따뜻함을 느끼며 큰 정의감이 들때의 현수, 그 부분들을 생각하고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상상도 진짜 많이 하고, 생각도 진짜 많이 했는데요. 그러다보니까 오히려 집중이 안될 때가 있더라고요. 정말 간단하게 현수를 연기할 때는 가장 내성적인 현수를 표현하려고 했던 것 같고요. 환영 현수를 표현할 때는 단계별로 나눴거든요. 욕망에 덜 깃든 모습부터 커진 모습까지. 그런 단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입꼬리를 되게 많이 찢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욕망의 정도에 따라서. 마지막에는 억지로 많이 찢었던 기억이 있습니다."(웃음)

그런 송강에게 가장 위로가 되었던 대사는 '걱정마, 너희는 내가 지켜줄게'였고, 가장 인상깊은 대사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괴물도 있어요' 였다. 송강은 "현수가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내면에는 그린홈 주민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에 그런 대사를 한게 아닌가 싶었어요. 현수가 불쌍해보이기도 하고, 그 대사가 인상깊게 와닿은 이유이기도 하고요"라고 설명한다.
배우 고민시가 맡은 은유 캐릭터 역시 현수에게 따뜻한 존재였다. 송강은 "'스위트홈' 8화 계단에서 고민시 배우와 연기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그때 고민시 배우가 촛불을 들고 나와요. 현수에게 은유는 그런 존재이지 않을까 싶어요. 차가운 환경에서 촛불같은 존재"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수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그린홈 주민은 두식(김상호)이었다. 송강은 "현수가 마음의 문을 연 계기가 두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눈알 괴물을 지켜준 것도 두식이고요. 무기를 만들어주고, 함께 밥을 먹고, 그런 분위기가 현수에게는 따뜻함을 느끼고 그린홈 주민을 지켜야겠다는 의지를 갖게하는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무서웠던 괴물로는 "식탐괴물"을 꼽았다. 송강은 "처음 옆집여자에서 식탐괴물로 바뀌는 괴물이 있었는데요. CG가 아닌 특수분장이었거든요. 현장에서 봤을 때, 너무 무서워서 공포에 떨면서 연기했었어요. 화면에서도 역시 진짜 무섭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더 몰입도 잘 됐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거미괴물을 해보고 싶어요. 요즘에 몸의 표현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인지 거미괴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라고 이유와 함께 자신이 욕심나는 괴물까지 이야기를 이어갔다.

'스위트홈'의 현장 분위기는 따뜻했다. 송강이 거미괴물을 죽이고 일어서는 장면을 촬영할 때에는 현장에 있던 배우들이 모두 기립박수를 쳐줬다. 송강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런 것들이 정말 재미있고, 따뜻했고, '스위트홈'을 보면서 저에게도 추억이 많이 담겨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특히 또래 배우인 고민시, 이도현, 박규영과는 많은 대화를 주고 받았다. 서로 모니터링을 해주기도 하고, 표현에 대한 이야기도 주고받았다. 대사를 담백하게 내뱉고 싶었던 송강에게 "감정을 눈에 주고, 그 외에 부수적인 걸 대사로 하면 좀 더 담백하게 보이지 않을까?"라고 이야기를 해준 것도 또래 배우들이었다.
이도현은 인터뷰에서 송강에 대해 "현수처럼 순수한 면이 있다"고 이야기했다.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였지만, 그 말에 100% 공감가는 시간이었다. 송강은 질문에 고민했고,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스위트홈'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재헌(김남희)의 마지막 장면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참 순수했다. "너무 슬프고 쓸쓸해보이기도 하고"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송강은 '스위트홈'에 이어 오는 2021년 방송되는 tvN 드라마 '나빌레라'에 합류했다. 발레를 사랑하는 아이 채록 역을 맡았다. "덕출이라는 할아버지와 만나 브로맨스를 이어가는 내용"이라는 송강의 설명을 들으니 더욱 궁금증이 더해진다.

송강은 배우로서 지향점이 '스위트홈' 이후 달라졌다. 앞으로의 송강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는 이유는 아닐까.
"원래는 되게 인간다운, 사람냄새가 나는 배우가 되고 싶었는데요. 요즘에 느낀 건데, 배우는 표현해야하는 직업이잖아요. 그러다보니 희노애락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감정이든지 진하고 자유럽게 표현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틀에 갇히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