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뮤지컬 '제이미' 조권·신주협·MJ·렌, 당돌한 10대 드랙퀸 변신…'인생캐' 만났다
당돌하고 당당한 십대 소년의 이야기가 한국 팬들을 매료하고 있다. 다큐멘터리에서 시작해 뮤지컬로 제작, 웨스트엔드 최고의 시상식을 휩쓴 웰메이드 신작 '제이미' 얘기다.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뮤지컬 '제이미' 프레스콜이 열려 연출을 맡은 심설인 감독, 김문정 음악 감독, 이현정 안무가를 비롯해 조권, 신주협, 아스트로 MJ, 뉴이스트 렌, 최정원, 김선영 등이 참석했다.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이 되고 싶은 17살 고등학생 제이미의 꿈과 도전, 그리고 가족의 사랑을 그린 작품. 어릴 적부터 자신이 또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드랙퀸을 꿈꾼 제이미. 15살에 커밍아웃을 한 그는 친구들의 놀림에도 굴하지 않는 긍정 에너지의 소유자다.
제이미와 그의 엄마 마가렛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후, 이들의 이야기는 2017년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초연의 흥행으로 뮤지컬 '제이미'는 웨스트엔드의 아폴로 극장에서 개막하고, 2018년 올리비에 어워드 5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시작으로, 왓츠온스테이지 어워드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하며 오픈 런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초연을 시작하면서 국내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연출을 맡은 심설인 감독은 "아시아 초연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런던과 지방공연투어 이외에는 한 번도 다른 무대에 오른 적 없는 작품이다. 그래서 한국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초연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이어 주인공 제이미 역할 캐스팅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일단 제이미라는 역할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아이가 가진 용기가 우리에게 어떻게 밝게 전달될 것인지'였다"며 "네 명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너무 귀엽고 예쁘다. 그런 에너지가 모든 관객들에게 전달이 돼야 드랙퀸 소재를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롤 '제이미' 역으로 나서는 조권과 신주협, MJ, 렌은 각자 다른 의미로 제이미를 택했다. 조권은 뮤지컬 '제이미'에 대해 "국한되지 않고 제한되지 않은 세상, 그런 편견에 맞서는 모든 제이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공연"이라며 "드랙퀸 혹은 정체성을 떠나서 정말 이 공연을 통해 자유와 평등, 행복과 힐링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드랙퀸 소재가 단순히 '여장남자'로 치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드랙퀸에게 분장은) 내 안의 또 다른 페르소나를 창조하고 끄집어내는 시간이다"라며 "모든 사람이 잠재된 능력이 있다. 저 역시도 힐을 신을 때 제 안의 또 다른 제가 나온다. 그런 꿈에 대한 열정을 보고 많은 분들이 자신감을 느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힐을 신으면 비욘세가 됐다는 생각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말한 렌은 "뮤지컬을 통해 제 넘치는 에너지를 잘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하던 찰나에 '제이미'를 만나게 됐다. 작품 시놉을 보면서 제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교훈을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서 도전하게 됐다"고 자신했다.
신주협은 "이 작품에 참여하면 영상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디션장에 짙은 분장을 하고 이태원에서 산 하이힐을 신고 갔던 기억이 있다. 제가 이 공연을 소중하게 생각한 것처럼 관객분들도 그러신 것 같아서 정말 좋았다"고 초연 소감을 전했다.
아스트로 MJ는 "제이미가 학생 역할이라 더 재밌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메시지가 정말 신박하고 새로워서 내가 표현했을 때 어떤 캐릭터가 나올까 궁금했다. (아스트로) 단체 연습이 끝나고 혼자 남아서 제이미 영상도 많이 보고 연습해서 오디션 영상도 찍어 보냈다"며 "캐스팅돼서 제이미를 연기하다 보니 캐릭터에 더 몰입되고 빠져들었다"고 회상했다.
제이미의 곁에서 그를 응원하는 엄마 '마가렛' 역에는 뮤지컬 디바 최정원과 김선영이 나섰다. 마가렛은 아들 제이미의 열일곱 살 생일에 직접 레드힐을 선물하며 그의 꿈을 응원하면 엄마다.
작품에서 네 명의 아들을 두게 된 두 사람은 "네 명의 제이미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라며 각각의 매력을 칭찬했다. 최정원은 "아들 네 명이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아들들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다"고 말했고, 김선영은 "네 명의 제이미가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와서 보시면 한명한명 정말 매력이 다르다"며 "순수하고 착한 아들이라는 가사처럼, 네 명의 아들들이 순수하고 착하다. 권이가 맏형이고 민기(렌)이 막내인데, 자기들끼리 열심히 하는 걸보면 너무 흐뭇하고 귀엽다"며 엄마의 마음을 전했다.
시연을 마친 '제이미'들은 작품을 통해 한층 성숙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조권은 "작품을 하며 나 자신을 찾는 법을 알게 됐다. 저도 긴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배웠다. 그렇기 때문에 조권으로서도, 제이미로서도 눈치 보지 말고 용기를 얻는 게 아름답다는 걸 알았다"고 애정을 전했다.
신주협은 "제이미를 연기하면서 참 고마운 게 많다.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많은 힘을 얻고 있다. '난 그냥 나니까'라는 가사처럼 (제이미를 통해) 나로서 다시 해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고, MJ는 "제가 원래 감정을 잘 표현 못 하는데 작품을 통해 속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렌은 "제이미를 하면서 저를 좀 더 표현할 수 있는, 저에게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 됐던 것 같다. 예전엔 100에서 저를 10정도 표현했다면, 제이미를 하면서 50~70 정도 저를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누구인지 되돌아보는 공부가 되는 시간이었다"며 제이미에 자신을 투영했다.
기자간담회를 마치며 심설인 감독은 관람 포인트로 "모든 장면, 모든 순간"이라고 단언했다. '제이미'의 성장사는 한순간도 허투루 볼 것이 없다는 말일 터다. '제이미'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구 반대편의 열일곱 소년이 전한 메시지와 용기를 한국에 퍼트려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가진 듯 보였다. 이처럼 자신의 꿈과 미래를 향한 끝없는 도전으로 힐링을 선사할 뮤지컬 '제이미'는 오는 9월 11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