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올스타전 아우라"…'지푸라기라도' 전도연·정우성이 그릴 '평범한' 인간 군상?
"야구로 치면 첫 경기부터 올스타전을 치르는 느낌이다." 전도연, 정우성을 비롯한 배우들과 함께 하게 된 김용훈 감독의 말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이러한 아우라를 표출하는 역할이 아닌, '평범한 인간 군상'을 연기한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이야기다.
13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점에서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제작보고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윤여정, 전도연, 정우성, 신현빈, 정가람이 참석했다.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 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을 그린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상업 영화 연출에 나선 김용훈 감독은 "배우들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압박감도 있지만, 제가 부족한 부분을 배우들이 잘 채워준 것 같다. 같이 작업하는 순간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절박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행하는 최악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그리는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인간들'은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의 희망을 이용하는 '연희'(전도연),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정우성) 등의 모습을 통해 인생 마지막 기회 앞에서 서서히 짐승으로 변해가는 날 것 같은 모습과 양면적인 본능을 보여줄 예정이다.
전도연은 "돈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이라며 "연희 캐릭터 자체가 센 느낌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힘을 빼고 연기하려고 했다. 또 정우성 씨가 연기하는 '태영'이 아는 연희와 모르는 연희가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다르게 하려고 했다. 태영 앞에서는 사랑스럽게 하려고 연기했는데, 정말 창피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도연과 함께 하고 싶어서 했다"라며 운을 뗀 정우성은 "물질 앞에 사람이 얼마나 궁핍해질 수 있는지 처절하게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제가 맡은 '태영'은 스스로 밀림의 사자인 줄 아는,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 때 묻은 강아지다. 나쁜 짓을 할 수 없는 허당같은 인간인데, 자신을 버린 연희에게 복수를 하고자 한다"라고 소개했다.
이들 외에도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그의 노모로 한평생 지켜오던 소중한 것을 잃은 후 과거의 기억에 스스로 갇힌 '순자'(윤여정), 중만의 아내로 생계만을 생각하는 '영신'(진경)을 비롯해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목적을 위해서라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등이 돈 가방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여기에 돈을 받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고리대금업자 '두만'(정만식)까지 다양한 인간 군상이 등장해 흥미를 더한다.
김용훈 감독은 "캐릭터 측면에서 좀 더 인물들이 평범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에서는 정우성이 맡은 '태영'이 형사로 등장하는데, 좀 더 평범하고 서민적인 느낌을 살리고자 공무원으로 변경했다"라며 소설과 결말이 다를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우성은 "풍성하고 다양한 군상이 나온다"라며 "여기에 나오는 각 인물이 하나의 돈 가방을 대하지만, 각자 다른 사연으로 그걸 갖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낸다. 배우들이 해석하는 방식 역시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재미있을 것 같다"라고 소개해 기대감을 높였다.
이처럼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여러 미쟝센을 통해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더하고자 했다. 김용훈 감독은 "각각의 캐릭터를 설명하기에는 물리적으로나 분량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것들을 공간으로 표현했다. 공간을 캐릭터화해 이들이 각각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또 어떤 심리를 갖고 있는지 보여지기를 바랐다"라고 답했다.
여러 캐릭터 사이에서도 윤여정이 맡은 '순자' 캐릭터가 가장 베일에 싸인 인물로 보인다. 윤여정은 "이 사람이 지금 치매인지 아닌지 사람들이 모른다. 나는 치매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을 했고, 전도연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물어봤더니 '그냥 선생님 하는 대로 하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라고 맡은 역할에 대해 소개해 더욱더 궁금증을 자극했다.
김용훈 감독은 윤여정의 연기에 감탄을 보내며 "등장 때부터 아우라가 느껴졌다.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느낌"이라고 그의 남다른 카리스마에 대해 언급했고, 이에 윤여정은 "제가 나이만 많지 연기를 잘하지는 않는다. 경험이 많을수록 연기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늘 딜레마와 싸우는 것 같다"라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미란'으로 분하는 신현빈과 '진태'를 연기할 정가람이 선사할 케미 역시 궁금증을 자극한다. 신현빈은 "시나리오를 보며 느낀 감정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했다"라며 "미란은 자신의 딴에 뭘 계획하지만, 뜻대로 안되는 인물이다. 본능적으로 살아갈 생각을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연기했다. 처음에 무기력하고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다가 현실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이 많다. 기존의 제 모습과 다르게 보이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밝혔다.
정가람은 "진태를 순수하다고 생각했다. 먼 미래를 보지 않고, 당장의 감정에 충실해서 법의 울타리를 떠나 하고싶은대로 하는 역할이다"라고 소개했다. 김용훈 감독은 정가람이 사투리 연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진태가 대한민국에 동화되고 싶어하고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사투리를 안 쓰려고 노력을 한다. 그런 느낌을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배우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는 요구다. 두달 정도 선생님과 동고동락하며 연습을 했는데, 내가 바라는 대로 말투와 억양을 구사했다. 많은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끝으로 김용훈 감독은 영화의 관전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운동에 비유하면 이어달리기 같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라며 "한 사람이 영화를 쭉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이 배턴 터치하듯이 이야기가 전개된다. 400m 계주를 보는 느낌으로 관람을 하면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우성 역시 이 말에 동의하며 "영화에서 다른 인간들이 어떤 모습으로 치열하게 달렸는지 확인해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오는 2월 12일(수) 개봉을 확정했다. 러닝타임 10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