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자의 ‘괜찮아, 떠나’]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미쉐린 3키’ 획득… 평생 한 번은 가봐야 할 인생 숙소
중국 최초 ‘리츠칼튼 리저브’, 전담 집사와 함께하는 완벽한 휴식
높이 솟은 산봉우리와 비옥한 평야, 온화한 기후. 중국 쓰촨성이 오래전부터 '풍요의 땅'이라 불려온 이유다. 그 풍요로움을 따라 4박 5일 동안 쓰촨성을 여행했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4시간, 청두 텐푸 국제공항에 내려서 처음 묵은 곳은 ‘더 세인트 레지스 청두’였다. 도시의 활기를 짧게 맛본 다음 날 아침, 청두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적지는 주자이거우 국립공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있는 ‘리사이밸리, 리츠칼튼 리저브(Rissai Valley, a Ritz-Carlton Reserve)’. 이번 중국 쓰촨성 여행 일정의 하이라이트였다.
최상위 0.1%를 위한 하이엔드 은신처 ‘리츠칼튼 리저브’
리츠칼튼 리저브는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포트폴리오 중 최상위에 위치한 0.1% 맞춤형 하이엔드 호텔 브랜드다. 일반 럭셔리 호텔의 규격화된 서비스에서 벗어나, 전 세계 숨겨진 비경 속에 단 50~80개 안팎의 소규모 객실로만 운영하며 희소성을 극대화했다. 투숙객 한 명의 모든 요구에 맞추는 전담 개인 집사 체제와 현지 문화를 녹여낸 독점적인 투숙 환경으로 전 세계 자산가와 하이엔드 여행객을 공략하고 있다.
현재 발리, 끄라비, 로스 카보스, 니세코 빌리지, 도라도 비치 등 세계에서 가장 희소하고 특별한 여행지에서만 숙소를 운영한다. 그중 '리사이밸리'는 중국 최초이자 유일한 리츠칼튼 리저브 리조트로, 중국 본토에서 유일하게 미쉐린 3키(Three Keys)를 획득한 호텔이기도 하다. 이번 여정은 자연과 미식, 도시의 풍경이 만나는 지점에서 메리어트 럭셔리 그룹의 환대를 경험해보자는 취지로 짰다. 4박 5일 중 리사이밸리에서는 2박을 보냈고, 당일치기로 주자이거우 국립공원도 다녀왔다. 이 기사에서는 그 2박의 기록을 먼저 풀어놓는다.
민산산맥 협곡이 허락한 '완벽한 고립'의 미학
호텔 이름부터 이 곳의 정체성을 압축해 담고 있다. '리사이(Rissai)'는 티베트어로 '마을'을 뜻한다. 이는 중국어로 '아홉 개의 마을'을 의미하는 주자이거우(九寨溝)의 본래 어원과 그대로 맞닿아 있다. 계곡을 따라 자리했던 아홉 개의 고대 티베트 마을에서 유래한 지명이 호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다만 이곳의 문화를 순수한 티베트 문화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칭짱고원 끝자락에 자리한 주자이거우 일대는 깊은 역사를 지닌 티베트 문화권이면서도, 쓰촨의 토착 소수민족인 창족(羌族)의 색채가 오묘하게 어우러진 독특한 문화적 매력을 품고 있다.
험준한 산악 지형을 따라 작은 마을들이 층층이 들어선 계단식 주거 형태는 이 지역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독특하고 장엄한 풍경이다. 이름 하나에도 이만큼 공을 들였다는 사실은, 도착해서 받은 환대를 경험하고 나서야 비로소 납득이 됐다.
리사이밸리는 거대한 산악 지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된 리조트다. 세계적인 건축 그룹 WATG가 외관을 맡았고, 글로벌 럭셔리 리조트 '아만(Aman)' 특유의 미적 정체성을 완성한 인도네시아 출신 디자이너 고(故) 자야 이브라힘이 인테리어를, 존 페티그루가 조경을 담당했다. 세 거장의 손길을 거친 리조트 곳곳은 지역 전통 문화와 자연환경에서 영감을 얻은 천연 소재, 색감, 정교한 마감으로 빼곡히 채워졌다.
여정의 시작부터 리조트의 철학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황룽주자이역에서 호텔까지는 약 88km, 차로 1시간 30분 남짓 걸리는 거리다. 그러나 차창 밖으로 민산산맥의 웅장한 설산과 깊은 협곡이 펼쳐지기 시작하면, 이 아득한 거리감이야말로 리사이밸리가 이곳에 존재하는 이유라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호텔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1992년) 및 세계생물권보전지역(1997년)으로 지정된 약 7만 2,000헥타르 규모의 주자이거우 보호구역과 이웃한 '중차계곡(Zhongcha Valley)'에 둥지를 텄다. 보석처럼 빛나는 다채로운 빛깔의 호수와 층층이 이어지는 폭포, 만년설산이 어우러진 이 일대는 140여 종의 야생 조류가 살아가는 청정 생태계의 안식처다. 리사이밸리는 도심의 화려함 대신, 대자연의 협곡과 설산이 완성한 '완벽한 고립' 그 자체를 선물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고대 티베트의 유산으로 빚어낸 환대 문화
차에서 내리자마자 호텔 직원이 다가와 목에 주황빛 천을 둘러주며 따뜻한 인사를 건넸다. 이 천은 티베트 문화권에서 환대와 존경을 표시할 때 쓰는 전통 스카프인 ‘카타(Kata)’다. 순수함과 자비를 상징하는 카타는 손님이 찾아왔을 때는 격한 환영을, 떠날 때는 안전한 여정을 기원하는 깊은 마음이 담겨 있다.
답답한 체크인 카운터 대신 탁 트인 로비 야외 테라스로 나를 안내한 후, 곧바로 이국적인 환영 공연을 시작했다. 주자이거우에 터를 잡고 살아온 소수민족인 가룽 티베트족(嘉绒藏族)의 전통 축하 노래인 ‘아랍치앙써루오’와 함께 생동감 넘치는 전통 춤이 테라스에 울려 퍼졌다.
‘당신에게 술 한 잔을 올립니다’라는 뜻을 가진 노래다. 재미있는 점은 호텔 측이 현대 투숙객들의 편의를 고려해 술 대신 정성스럽게 우려낸 따뜻한 차(茶)를 찻잔에 담아 권한다는 것이다. 대형 호텔의 형식적인 웰컴 세레모니와는 확연히 달랐다. 맑은 고원의 공기 속에서 귀한 손님의 안녕을 빌며 정성껏 차를 대접하는, 이 지역 소수민족만의 오랜 고유 의식을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체크인을 완료하면 객실별로 전담 버틀러가 배정된다. 리사이밸리에서는 이 역할을 고대 티베트어로 ‘개인 집사’를 뜻하는 ‘니에바(Nieba)’라고 부른다. 과거 티베트 귀족 가문에서 손님이 머무는 동안 식사부터 생활 전반을 밀착 마크하던 전통에서 착안한 서비스다. 니에바의 세심함은 놀라울 정도다. 머무는 내내 식사 취향이나 객실 온도 같은 사소한 디테일까지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살펴봐 준다. 알고 보니 니에바들끼리도 투숙객의 취향을 계속 업데이트해 공유한다고 하니, 그 세심함이 우연이 아니었다.
로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정중앙에 자리한 보리수나무 밑동이었다. 호텔 안내를 맡은 직원은 이 나무가 태국 치앙마이의 한 사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10년 전, 철거 위기에 놓였던 그 절에서 인연이 닿아 나무를 들고 나왔고, 이후 6년 동안은 다른 호텔에 임시로 보관돼 있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기까지 수행한 시간도 6년이었다는 설명에,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이 호텔이 가장 공들여 모셔온 상징물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나뭇잎 하나하나가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그리고 모든 잎이 결국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도 더해졌다.
로비 벽면과 천장을 가득 채운 문양들 역시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불교에서 축복과 보호를 상징하는 우산(산개)과 연꽃 문양이 곳곳에 섬세하게 반복된다. 공간을 설계할 때부터 손님이 호텔에 발을 들이는 첫 순간부터 온전한 축복과 보호를 받기를 바랐던 리조트의 따뜻한 서사가 인테리어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체크인을 마치고는 버기카를 타고 객실로 이동했다. 전 객실은 독립형 빌라 형태다. 총 87채에 달하는 빌라가 산 한쪽 언덕에 계단식으로 들어서, 마치 그 자체로 작은 토착 마을처럼 보이도록 배치돼 있다. 돌과 나무로 골격을 세운 빌라 곳곳에는 실제 이 계곡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았다는 오브제와 수집품이 채워져 있다.
낮은 조도와 주자이거우 특유의 초록·청록·파랑 색감이 더해져 전통 가옥의 분위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객실 조명을 일부러 어둡게 유지한 것도 의도적인 선택이라고 한다. 건너편 보리 마을은 야간에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데, 호텔 역시 그 어둠의 정도를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스며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인테리어 장식 일부는 호텔 주변 숲에서 주워온 나뭇가지와 뿌리를 금속으로 이어 붙여 만들었다는 설명도 흥미로웠다.
직원은 호텔에서 체험할 수 있는 액티비티들을 하나씩 소개해줬다. "이건 우리 호텔에 새로 생긴 활동이에요. 손님들이 현지 문화를 더 깊이 경험하실 수 있도록 만든 거죠." 티베트 전통 회화인 탕카(Thangka)를 직접 그려보는 클래스가 그중 하나였다. 돌에서 채취한 광물 안료를 써서 일반 물감보다 색이 오래간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 외에도 어깨와 등의 결림을 풀어주는 허브 해머 체험, 일출 전 단 한 자리만 예약 가능한 폭포 명상 등이 이어졌다. 시간대와 인원을 세심하게 조율해야 하는 프로그램들이었다. 액티비티 하나하나를 마치 손님의 일정표를 짜듯 안내하는 태도에서, 정해진 패키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맞춤으로 설계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머무는 동안 묵었던 빌라는 골짜기 건너편 보리 빌리지(Bo Ri Village) 마을이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뷰였다. 객실로 향하는 버기카가 한참을 돌아 들어가는 동선 자체가 이미 이 리조트의 격리감을 체감하게 했다.
객실 대문에는 주황색 천인 카타가 리본 모양으로 묶여 있었다. 사람에게 직접 걸어주는 환영 의식을 투숙객 빌라에도 적용한 셈이다. 호텔에서 가장 작은 타입조차 158㎡(약 48평)에 달한다고 하니, 이곳에서는 '객실'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객실 창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마을 '보리 빌리지'은 '빛이 물결치는 땅'이라는 뜻이다. 정오부터 늦은 오후까지 햇살이 길게 머무는 자리라고 한다. 리사이밸리는 정확히 그 반대편, 오전에 빛이 들고 오후에는 그늘이 지는 자리에 마주 앉아 있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이 빛의 시간을 나눠 가진 셈이다. 저물어가는 햇살이 건너편 산자락에 걸리는 풍경을 발코니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이 호텔이 그저 전망 좋은 자리를 골랐다기보다 계곡 전체의 균형을 따라 스스로 한 자리를 찾아 들어간 느낌이었다.
물이 가진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주자이거우(구채구) 국립공원’
다음 날 이른 아침, 호텔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인 주자이거우(구채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1997년 세계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곳은 황산, 장가계와 함께 중국의 대자연을 논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최고봉이다. 중화권에서는 예로부터 “구채구의 물을 보고 나면 세상 그 어떤 물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물'이 가진 미학의 극치를 보여주는 장소다.
전체적으로 거대한 Y자 형태를 이루는 세 개의 원시 계곡을 따라 무려 114개의 고산 호수(해자)와 17개의 폭포 군락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투명하다 못해 시리도록 푸른 호수 위로 햇빛이 쏟아지면 에메랄드, 사파이어, 비취색 등 수만 가지 청록의 스펙트럼이 수면 위로 산란한다. 물속 깊은 곳을 들여다보면 다량의 탄산칼슘 성분 덕에 썩지 않고 그대로 박제된 고목들이 마치 수중 정원처럼 웅장하게 누워있는데, 그 비현실적인 신비로움은 마치 거대한 천연 수족관을 들여다보는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호수의 고요함에서 조금 더 걸음을 옮기면 이내 대지를 울리는 웅장한 굉음이 고막을 채운다. 폭 270m에 달하는 중국 최대 규모의 고산 폭포인 ‘노일랑 폭포(Nuorilang Waterfall)’다. 설산에서 녹아내린 거대한 수량이 깎아지른 절벽을 타고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수직으로 쏟아지는 광경은,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도저히 담기지 않는 스케일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감동의 크기만큼 대가도 따른다. 주자이거우는 세계적인 명성만큼이나 중국에서 가장 인파가 몰리는 명소 중 하나다. 하루 종일 거대한 인간 띠에 휩쓸려 치열하게 절경을 감상한 뒤 마침내 호텔로 돌아왔을 때, 온몸을 감싸는 고요함과 안도감은 유독 깊고 진했다.
바로 이 극적인 대비야말로 리사이밸리가 주자이거우를 찾는 하이엔드 여행자에게 증명하는 독보적인 가치다. 낮 동안 인류가 공유하는 전 지구적 세계유산의 웅장함을 에너지를 다해 탐험했다면, 밤에는 오직 나만을 위해 존재하는 완벽하게 고립된 은신처로 돌아와 온전한 회복의 시간을 갖는 것. 리사이밸리에서의 여정은 그렇게 '치열한 감탄의 하루'와 '깊은 쉼의 하루'가 가장 완벽한 한 세트로 묶여 완성되고 있었다.
티베트 문화를 그대로 녹인 호텔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호텔로 돌아와서는 액티비티 중 하나인 ‘티베트식 팔찌 만들기’에 참여했다. 테이블 위에는 흰색, 붉은색, 짙은 검은색, 갈색 등 다채로운 색감의 천연 씨앗과 견과류 비즈가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현지 직원은 비즈의 색상과 재료마다 각기 다른 축복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티베트 불교 문화권에서는 전통 염주인 ‘말라(Mala)’를 만들 때 재료에 따라 얻게 되는 공덕이 다르다고 믿으며, 색채 역시 우주의 섭리와 깨달음을 뜻하는 오방색 체계로 풀이한다. 팔찌 만들기 체험이 나만의 염원을 골라 손목에 거는 경건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리사이밸리가 내세우는 체험 프로그램은 이뿐만이 아니다. 싱잉볼을 활용한 티베트 사운드 테라피 명상부터 청정 원시림을 걷는 숲 트레킹, 전통 티베트 가옥 방문까지 로컬의 색채를 듬뿍 담은 여정들이 가득하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고객을 위해서는 별도의 몰입형 키즈 프로그램(Ritz Kids)도 세심하게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모든 활동이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패키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전담 버틀러인 ‘니에바’가 투숙객 개개인의 컨디션과 취향에 맞춰 실시간으로 일정을 유연하게 맞춤 구성해 주기에, 머무는 모든 순간이 오직 나만을 위한 특권으로 다가온다.
저녁은 현지 컴포트 푸드를 표방하는 레스토랑 ‘보리 빌리지’에서 훠궈를 즐겼다. 쓰촨식 누들과 패밀리 핫팟을 내세우는 이 레스토랑에서 먹는 얼큰한 훠궈는 그 자체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는 의식 같았다.
다른 날 저녁은 호텔 내 차이니즈 레스토랑인 차이린쉬안(Cai Lin Xuan)에서 쓰촨 요리로 채웠다. '색채의 숲'이라는 뜻의 이름은, 가을이면 다채로운 빛깔로 물드는 주자이거우 숲에서 따왔다고 한다. 마라의 자극적인 매운맛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야크 고기와 고원 버섯, 산나물 같은 이 지역 식재료를 쓰촨 요리 문법에 세련되게 얹어낸 인상이었다. 조도를 낮춘 실내와 단단한 석재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창밖으로 보리 빌리지 마을이 건너다보이는 자리에 앉으니, 음식 못지않게 그 정적인 분위기가 오래 남았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티베트 노래 배우기 액티비티가 이어졌다. 호텔 측이 세심하게 준비해 준 가사 카드에는 한자 원문과 병음, 친절한 뜻풀이가 함께 적혀 있어 낯선 언어의 장벽을 부드럽게 허물어주었다.
호텔에서 나눠준 가사 카드에는 한자 원문과 병음, 뜻풀이가 함께 적혀 있었다. 노래를 차근차근 익히고 나자 자연스럽게 야외 마당으로 발걸음이 인도됐다.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을 중심으로 투숙객과 직원들이 거대한 원을 그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티베트 3대 민속춤 중 하나로 꼽히는 ‘궈좡(锅庄舞)’의 서막이다. 본래 집안의 모닥불을 둘러싸고 추던 축제의 춤에서 유래한 궈좡은 명절이나 결혼식, 혹은 귀한 손님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추는 경사스러운 군무다. 처음에는 느린 박자로 시작해 점차 축제의 열기와 함께 스텝이 빨라지는데, 서툰 몸짓으로 리듬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국적도 나이도 다른 처음 만난 투숙객들과 환한 미소로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호텔 자체로 완벽한 목적지가 된 ‘리사이밸리 리치칼튼 리저브’
체크아웃을 마치고 다시 청두로 향하는 길, 머릿속을 맴돈 것은 이 호텔이 가진 특별한 ‘지리적 위치’였다. 리사이밸리는 그 자체로 완벽한 목적지이자, 동시에 청두와 주자이거우 사이의 아득한 물리적 거리를 낭만으로 메워주는 정거장이었다. 청두에서 고속열차로 이동한 뒤, 다시 민산산맥의 험준한 협곡을 따라 90분간 차를 타고 들어가야 비로소 허락되는 자리. 리사이밸리는 그 기나긴 여정의 수고로움을 기꺼이 상쇄하고도 남을 압도적인 경험을 리조트 곳곳에 채워 넣었다.
단 87채뿐인 프라이빗 빌라 구성, 프런트 데스크의 문턱을 없앤 전담 집사 ‘니에바’의 세심한 서비스, 그리고 다양한 액티비티까지. 이 모든 환대는 스쳐 지나가는 부대시설이나 구색 맞추기용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주자이거우’라는 전 지구적 자연 절경을 보러 온 여행자에게, 그 거대한 대자연과 대등하게 어깨를 겨눌 만한 '또 하나의 독보적인 목적지'를 선물하려는 영리하고도 진정성 어린 장치들이었다.
청두를 거점으로 주자이거우 여정을 계획하는 여행자라면, 숙소를 그저 고단한 하루 끝에 잠시 머무는 정거장으로만 치부하지 않기를 권한다. 멀고 험한 길 끝에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오히려 이 호텔이 존재해야만 하는 가장 강력한 이유가 된다는 것을, 이곳에서 온전한 2박을 보내고서야 비로소 마음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