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어, 네 영화"…단편→장편으로 이어진 세 감독 이야기 [MSFF 현장]
'영화'라는 꿈을 꿨고, '단편영화'로 그 시작을 열었다. 지금은 각자의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길 위에 서 있는 김민하, 이솔희, 이상민 감독이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MSFF)'의 관객을 만났다.
20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의 ‘딥 포커스: 창작자 토크 만나고 싶었어, 네 영화. 미쟝센에서!’가 진행됐다. 영화 '파반느', '탈주',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을 연출한 이종필 감독의 진행으로 '아메바 소녀들과 학교괴담: 개교기념일', '교생실습'의 김민하 감독, '비닐하우스'의 이솔희 감독, '살목지' 이상민 감독이 참석했다.
이날 김민하 감독의 단편영화 '버거송 챌린지', 이솔희 감독의 단편영화 '개미무덤', 이상민 감독의 단편영화 '돌림총' 상영 이후, 관객들과 대화가 이어졌다. 세 감독에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단순한 영화제가 아니었다. 김민하 감독은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2021~23년까지 '미쟝센단편영화제'의 공백기가 생겼다. 슬픈 마음도 있었는데, 이렇게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 이 시간의 타이틀인 '만나고 싶었어, 네 영화. 미쟝센에서!'를 봤을 때 울컥했다"라고 단편영화를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된 것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신인 감독의 등용문이라고 불려 오며 이솔희 감독의 말처럼 "미쟝센 자체가 너무 큰 목표"였던, '미쟝센단편영화제'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전한 것.
세 감독의 단편은 각자의 기억과 고민에서 출발했다. '버거송 챌린지'는 금수저 학생을 한 표 차이로 꺾고 반장이 된 가난한 학생이 반에 햄버거를 돌리기 위해, 가족·친구와 힘을 합쳐 '버거송 챌린지'에 나가게 된 이야기를 담은 동화 같은 행복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민하 감독은 "'버거송 챌린지'는 영혼을 정화시키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신인 감독들은 호러 장르로 데뷔를 많이 고민한다. 저도 호러를 공부했는데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제 영혼이 너무 어두워지더라"라며 "그래서 무조건 착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웃었다.
이어 "IMF 시절 초등학교 반장이 됐던 기억이 있다.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할지 고민했던 어린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썼다"라며 "god의 '촛불 하나'를 들으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다"라고 자신의 경험을 꺼냈다.
이솔희 감독이 연출한 '개미 무덤'은 죽은 개미를 묻어주던 아이가 개미를 죽이게 되기까지의 충격적인 흐름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솔희 감독은 "저는 나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아이가 나오면 왜 착한 영화일까 생각했다. 저는 심오한 어린이였다. 초등학생 때 집에 돌아오며 '오늘 몇 마리의 개미를 밟아 죽였을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서 출발한 이야기다. 성장하고 세상으로 나오며 어떻게든 마주하게 되는 공포와 폭력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작품에 관해 설명했다.
단편영화 '돌림총'은 국군 의장대에서 '돌림총'이라는 동작을 배우던 중 부상을 입어 행정병으로 빠진 현규가 다시 의장대원이 되고 싶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 작품 역시 이상민 감독이 실제 '의장대' 출신이기에 비롯됐다. 이상민 감독은 "'위플래쉬'를 보다가 문득 주인공의 라이벌을 자극하기 위해 이용당한 친구는 얼마나 억울할까 생각했다"며 "그 친구를 주인공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장대는 100명 가까운 부대원 중에서도 20명 남짓만 설 수 있는 자리였다. 처음부터 꼭 들어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고, 그런 마음이 자연스럽게 영화 속에도 녹아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단편영화는 장편영화로 가는 기반이 됐다. 영화 '버거송 챌린지'는 현직 교사들이 만든 '교육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됐고, 김민하 감독 역시 현직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되었다. 그는 "담임 교사가 아이의 꿈을 지켜주는 장면을 보며 울었다고 하시더라"며 "그때 영화가 더 이상 제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것이 됐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당시를 설명하며, 그 경험에서 '교권'에 관심을 갖고 '교생실습'을 연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솔희 감독은 '개미무덤' 이후, 영화 '비닐하우스'로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그는 '비닐하우스'를 만들면서 단편과 장편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라는 걸 깨달았다"라며 "단편은 한 장면만 반짝여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장편은 모든 장면의 감정적 균형이 맞아야 한다"라고 계속 이어지는 고민을 전했다.
이상민 감독은 지난 4월 개봉한 영화 '살목지'를 통해 3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그는 "'돌림총'으로 충무로영화제에서 '살목지'를 제작해 주신 제작사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장편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개발하게 됐다. 사실 하루아침에 될 것 같지 않아 드라마 보조 작가로 일하고 있었다. 당시 제작사 대표님께 '일하고 있는데 괜찮냐'라고 여쭤봤는데 '괜찮다'라고 하셔서 계속해 나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세 사람은 '왜 영화를 계속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방향이 달랐다. 하지만 목표는 '결국, 영화'라는 지점으로 같았다. 김민하 감독은 "화를 만드는 과정은 너무 힘들다. 이해관계도 얽히고 인간관계도 얽힌다"라며 "그런데 그 모든 고통이 영화를 포기하는 고통보다 작다"라고 말했고, 이솔희 감독은 "저는 매일 고통의 연속이다. 그런데 정신 차려보면 결국 또 영화를 하고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이상민 감독은 ""행복해지려고 영화를 한 적은 없는 것 같다"라며 "산책하면서 상상하는 걸 좋아했고, 그걸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분야가 영화였다. 맹목적으로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단편영화는 그렇게 이어지고 있다. 오늘의 꿈을 꾸고 있는 이들은 어제의 꿈을 바라보며 점점 자신의 꿈을 선명하게 남겨둔다. 김민하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 개막식에 오면서 내가 뭘 좋아했고, 관객이 뭘 좋아하는지 정리가 되며 생각이 가벼워졌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편영화에 관심을 두시는 관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이솔희 감독은 "영화 보러 극장에 오셔서 봐주시는 것도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이곳의 여러분이 재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라며 감사의 몫을 관객에게 돌렸다. 이상민 감독 역시 "정말 꿈이었다. 이렇게 받은 행복과 긍정과 활력을 가지고 나아가겠다"라고 소감을 덧붙였다.
한편, 지난 18일 개막한 '제22회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다. 사회적 드라마 '고양이를 부탁해', 로맨스·멜로 '질투는 나의 힘', 코미디 '품행제로', 공포·판타지 '기담', 액션·스릴러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5개 경쟁 부문에서 총 44편의 작품이 관객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