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이나 빵의 원료로 쌀을 사용하려면 먼저 가루를 내야 하지만, 단단한 멥쌀은 밀과 달리 바로 빻을 수 없어 물에 불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은 밀보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2배 이상의 비용이 들게 한다.

쌀을 이용한 제품 소비량을 늘고 있지만, 쌀을 불리는 번거로움으로 인해 쌀가루 생산이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8 식품산업 원료소비 실태조사 통계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식품 산업에서 원재료로 구매된 쌀 58만 6천 톤 가운데 쌀가루는 3만 3천 톤(5.6%)에 그쳤다.

가루미 /사진=농촌진흥청

하지만 앞으로는 쌀가루를 만드는 과정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농촌진흥청이 기존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를 만들 수 있는 벼 품종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은 기존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를 만들 수 있는 벼 ‘가루미’ 품종을 특허 출원했다고 밝혔다. ‘가루미’ 쌀은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 있으며, 대규모 밀(小麥) 제분 설비에 현미를 넣어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농가에서는 병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과 돌려짓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업체는 쌀 상품 개발에 필요한 쌀가루를 보다 편하고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어 좋다.

‘가루미’는 질 좋은 쌀가루를 건식제분으로 생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가공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쌀빵 경진대회’에서 ‘가루미’ 쌀가루로 만든 빵의 맛과 식감이 기존에 유통되던 쌀가루보다 더 좋거나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쌀맥주와 떡의 원료곡으로 사용했을 때도 전분 알갱이가 성글게 배열되는 배유 특성으로 가공공정이 간소화됐음을 확인했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김두호 원장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천 소재인 ‘분질배유’를 갖는 벼 품종”이라며, “이번에 특허 출원한 두 품종은 농가와 업체가 함께 참여하는 ‘리빙랩’ 형태로 보급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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