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써니'…日 극장가 두드린 韓 원작 영화는?
최근 영화 '블라인드'의 일본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한 일본 영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간 일본 안방극장서 한국 드라마·영화를 원작으로 다룬 작품들은 다수 있었지만, 우리 영화를 일본 영화로 리메이크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 한국에서는 일본 동명의 원작을 리메이크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리틀 포레스트'가 개봉했고, 최근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리메이크한 '조제'의 주인공 캐스팅 소식이 들려왔다. 국내에서는 이미 일본 원작의 리메이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바, 일본 극장가에서도 한국 리메이크작이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블라인드' 日 리메이크 확정…9월 20일 현지 개봉
김하늘, 유승호 주연의 영화 '블라인드'가 '보이지 않는 목격자(見えない目?者)'로 재탄생한다. '블라인드'는 실종 사건과 뺑소니 사건을 둘러싼 경찰대 출신 시각장애인 '수아'(김하늘)와 두 눈으로 사건을 목격한 '기섭'(유승호)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2011년 개봉 당시 김하늘은 시각장애인 연기와 긴장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며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블라인드'는 2015년 한중합작 리메이크 '나는 증인이다'로 개봉, 극장 매출로만 누적 2억 1500만 위안(한화 약 380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과 중국에서 흥행을 거둔 '블라인드'의 일본판 주연에는 신예 요시오카 리호가 캐스팅됐다. 그는 경찰을 꿈꿨지만 비극적인 사고로 시력과 동생을 잃고 인생의 목적마저 상실한 '하나마카 나츠메'를 연기한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아온 요시오카 리호가 '보이지 않는 목격자'에서는 스릴러 퀸으로 변신할 예정.
한편, 배급사 TOEI에 따르면 '보이지 않는 목격자'는 오는 9월 20일 현지 개봉 예정이다.
◆90년대 일본 감성으로 재탄생한 '써니'
2018년 일본서 개봉한 '써니-강한 마음·강한 사랑(SUNNY 強い気持ち・強い愛)'은 한국에 복고 열풍을 불러왔던 영화 '써니'(2011)의 리메이크작이다. 일곱 소녀의 찬란한 시절과 우정을 다루며 큰 사랑을 받은 '써니'는 700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써니'는 찬란하게 빛나는 학창시절을 함께한 칠공주 '써니'가 25년 만에 다시 모여 생애 최고의 순간을 되찾는 유쾌한 감동 스토리를 담은 작품.
원작 주인공 '임나미' 역은 '아베 나미'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유호정이 연기했던 어른 '나미' 역에 일본의 국민 여배우 시노하라 료코가, 심은경이 맡았던 고교생 '나미'에는 라이징 스타 히로세 스즈가 연기해 화제를 모았다.
한국판이 80년대를 배경으로 했다면, 일본판 속 6명의 '써니' 멤버들은 90년대 '고갸루' 스타일을 선보이며 신선함을 더했다. 배우들은 90년대 스타일을 재현하기 위해 루즈삭스와 미니스커트 교복 등을 스타일링했다. 또한, OST 역시 당시 큰 인기를 끌었던 아무로 나미에의 'SWEET 19 BLUES', 'Don’t wanna cry', JUDY AND MARY의 'そばかす(주근깨)', trf의 'survival dAnce' 등 주옥같은 J-pop이 담겨 향수를 더 했다.
◆'22년째의 고백' 원작은 '내가 살인범이다'
'내가 살인범이다'의 일본판 제목은 '22년째의 고백(22年目の告白)'이다. 현지서 2017년 개봉, 국내서는 2018년 개봉한 '22년째의 고백'(국내 제목 '22년 후의 고백')은 공소시효가 끝나자 자신의 살인 기록을 담은 자서전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연쇄살인범 '소네자키'와 마지막 살인 사건의 피해자 유족이자 범인을 놓친 담당 형사 '마키무라'가 다시 만나 벌이는 추격과 대결을 그린 액션 스릴러.
연쇄살인범 소네자키 역에는 '배틀로얄', '데스노트' 시리즈로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후지와라 타츠야가 맡았다. 여기에 '악의교전'으로 악랄한 사이코패스 연기를 선보인 이토 히데아키가 숨겨진 진실을 밝혀내려는 형사 마키무라로 분했다. '22년 후의 고백'은 두 연기파 배우의 호흡과 숨 막히는 전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일본 개봉 당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는 물론, 흥행 수입 총 24억 엔을 돌파하며 사랑받았다.
◆동명의 리메이크작 '수상한 그녀'…일본판도 호평
세계 7개국에서 리메이크된 '수상한 그녀' 역시 일본서 호평을 받았다. 2016년 일본서 개봉한 '수상한 그녀(怪しい彼女)'는 독설가에 완고한 성격을 지닌 70세 노인이 다시 스무살의 젊음을 되찾게 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았다. 일본판에서는 원작의 고부 관계를 모녀 관계로 각색하고 일본식 개그를 가미, 일본의 옛 노래들을 담아 현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연에는 한국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진 배우 타베 미카코가 출연했다. 그는 영화 '피스 오브 케이크', '한밤 중에 활극을', '너에게 닿기를', 드라마 '심야식당', '겐지 이야기:천년의 수수께끼'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쌓은 배우.
타베 미카코의 흥행력과 원작의 탄탄한 스토리에 힘입은 '수상한 그녀'는 당시 현지서 동시기 개봉한 영화의 첫날 만족도 순위 조사 결과 1위를 차지(티켓 판매 사이트 피아)하며 흥행을 입증했다.
◆일본판 '초능력자'…두 남자의 강렬한 스토리로 이목
일본 호러의 거장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몬스터즈'는 강동원, 고수 주연의 '초능력자'(2010)가 원작이다. 영화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질 당시, 사토 타카히로 프로듀서는 "나카타 감독과 후지와라 타츠야를 주연으로 할 만한 작품을 물색하던 중 '초능력자'라는 작품을 접했다"며 "영화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워 곧바로 한국 제작사에 리메이크를 제안했다. 할리우드를 비롯한 다른 많은 유럽국가에서의 제의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배우 등 우리 프로젝트를 신뢰해줘서 일본에서 리메이크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한 바 있다.
작품은 초능력자와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와의 대결이라는 신선한 소재로 이목을 끌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어 그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피하는 '초인' 역(원작 배우 강동원)은 영화 '데스노트' 시리즈와 '배틀로얄'에 출연한 후지와라 타츠야가 연기했다. 초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유일한 남자 '규남' 역(원작 배우 고수)에는 영화 '워터보이즈', '전차남', '백야행' 등으로 사랑받은 야마다 타카유키가 맡았다.
◆다시 보고 싶은 명작 '8월의 크리스마스'…韓·日 사로잡은 '잔잔한 감동'
한국 대표 멜로 명작 '8월의 크리스마스'(1998)는 '쉬리'와 함께 90년대 일본 내 한국영화 붐을 가져온 작품이다. 2013년 국내관객들이 뽑은 '다시 보고싶은 명작' 1위에 오른 이 작품은 같은해 재개봉하기도 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한석규)이 시한부 인생을 살던 중, 구청 주차단속요원 '다림'(심은하)을 만나면서 사랑을 이뤄가는 스토리. 특히, 두 주인공의 사랑을 절제된 감정으로 풀어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다.
이후 2005년 일본에서 정식 리메이크된 '8월의 크리스마스(8月のクリスマス)'는 원작의 설정에 변주를 줬다. 남자 주인공의 직업적 설정은 그대로 가져가되, 여주의 직업은 초등학교 임시교사로 바꾼 것. 또한, 원작의 다림은 고백을 망설이는 소극적 성격이지만, 일본판 주인공은 자신의 감정을 당차게 고백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남자주인공 '스즈키 히사토시' 역에는 '달과 양배추' 흥행의 주역 야마자키 마사요시가 출연했고, 여자주인공 '유키코'는 드라마 '사랑은 5.7.5!'를 통해 주목받은 세키 메구미가 맡았다.
이외에도 국내 코믹 호러극 '조용한 가족'(1998)을 리메이크한 '카타쿠리가의 행복'(2001), 일본에서 가장 처음으로 리메이크된 한국 영화 '만추'(1966, 일본판 '약속')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