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넷플릭스 제공

"제 연기에 대해서는 언제나 관대하지 않다. 제 연기를 보면 단점부터 보이고, '이걸 발전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는 대중에게 평가를 받는 직업이라 늘 걱정된다. '내가 이렇게 준비했는데 어떻게 봐주실까'하는 기대감과 설렘도 있고, 잘 표현되지 않았을 때는 '조금 더 잘할걸' 싶은 아쉬움도 든다."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듯, 언어도 마음의 온도를 결정짓는다.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서로 다른 사랑의 언어를 가진 두 남녀의 러브 스토리로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공개 2주 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비영어쇼 부문에서 1위에 오르며 인기를 입증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로 순애남 면모를 보여준 김선호는 이번엔 4개 국어에 능통한 통역사로 돌아왔다. 그가 연기한 '주호진'은 사랑이 빨리 시작되는 사람은 아니다. 진중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랑에 스며들어간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온도를 유려하게 오간 김선호와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재 연극 준비로 바쁜 김선호는 인터뷰 전날에도 새벽까지 연습에 몰두했다고 말했다. "배우로서의 고민과 목표는 있지만, 내가 어디만큼 와있나 하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라며 그저 연기 자체를 목표로 달려가고 있는 근황을 전한 그다.

Q. '이 사랑 통역 되나요?' 공개 후 글로벌 반응이 뜨거운데, 체감하고 있나.

"매번 즐겁게 웃고 행복하게 촬영했던 작품이라 오픈하는 날만 기다렸다. 저도 반응이나 성적을 확인하고 싶은데 공연 준비 중이라 바빴다. 또 배우가 너무 직접적으로 (성적을) 알면 기대도 되고 실망도 하게 되더라. 그저 많은 응원과 관심이 있다는 게 행복한 일이다."

"아무리 안 본다고 해도 쉴 때 SNS를 보면 흐뭇하다. SNS 팔로우가 늘어난 건 좋더라. '폭싹 속았수다' 이후로 100만 넘게 늘었는데, 이번 작품으로는 한 60만 정도 늘어난 것 같다. 제가 둔한 건지 모르겠지만, 해외 팬분들이 계시다고 해도 체감이 잘 안된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Q. 오랜만에 로코 장르로 돌아왔다. '역시 로코가 퍼스널컬러'라는 반응이 많은데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을까.

"로코여서 (다른 장르와)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진 않다. 대본을 대할 때는 언제나 똑같은데, 표현하려는 부분이 다른 것 같다. 로맨틱한 감정은 모든 분들이 가지고 계신 감정이지 않나. 사랑이나 로맨스는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으니까 그걸 공감하면서 굉장히 섬세하고 어렵게 끌어낸다. 그러면서도 가장 보편적으로 보여드려야한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Q. 극 중 4개 국어에 능통한 다중언어 통역사를 연기했다.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정말 어려웠다. 4개월 동안 철저하게 대본 위주의 단어들을 숙지하고 반복해서 감정을 집어넣는 걸 연습했다. 제가 한국말로 먼저 연기해 보고, 선생님들이 '이런 건 어때요' 하면서 톤을 잡아주셨다. 다중언어 통역사를 연기하며 힘들었던 건, 체력적으로 바닥 났을 때 단어들이 갑자기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땐 선생님들이 달려오셔서 도와주셨다."

"실제 제 외국어 실력은 되게 별로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디테일과 딕션에서 엄청 신경 썼다. 다 재미있었는데, 이탈리아어가 특히 재밌더라. 생전 처음 해본 언어였는데, (이탈리아인) 알베르토 님이 '거짓말 아니고 발음이 좋다'고 해주셔서 정말 기분 좋았다."

Q. 통역사 역할인 만큼 목소리로 설렘 포인트였다. 평소 연기에 비해 통역사 연기일 때 차이를 둔 부분이 있나.

"저는 매 작품 발성에 대한 걱정이 있다. 연극을 기반으로 연기해 왔기 때문에 목이 갈리거나 쇳소리가 나는 것도 리얼함을 담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걸 추구해 왔다. 하지만 매체 연기는 디테일하게 전달되지 않으면 안 되더라. 여러 발성법도 시도하고, 이도현 씨가 쓴다는 호흡법이 있다고 해서 따라 해보고 있다."

"발성과 톤이 진실함을 전달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다. 주호진을 연기하면서도 조금 플랫하게 말하면서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면서 발음이 무너지지 않는 것에 집중했다."

Q. 주호진과는 전혀 다른 사랑의 언어를 가진 '차무희'였다. 차무희를 연기한 고윤정과의 로맨스 호흡은 어땠나.

"말 제대로 안 하면 고윤정 씨에게 혼난다. (웃음) 모든 스태프들이 공감하실 텐데 (고윤정이) 굉장히 러블리하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스태프, 감독님에게 호감을 살 수밖에 없는 친구다."

"(호흡해 보니) 센스가 뛰어나더라. '저 나이에 이렇게 빨리 습득할 수 있나' 싶었다. 리허설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보니까 빠르게 해보는데, 고윤정 씨가 굉장히 유연하게 받아들이고 습득력이 빨라서 제가 '너 정말 괴물같다'라고 한 적이 있다. 제가 실수로 대사를 뱉으면 그걸 받아서 자기 템포로 가져가더라. 그럴 때마다 감동 받았다."

Q. 최근 SNS를 통해 고윤정과 여러 밈 챌린지에 탑승하지 않았나. 비하인드가 있다면.

"저는 어릴 때부터 무언가에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고윤정 배우는 유행을 빠르게 알고 즐기더라. 일본 촬영할 때쯤에는 저도 스며들었다. 나중에는 제가 밈을 먼저 보고 '찍을래?' 하기도 했다. '윤정아 왜요 쌤' 밈은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찍은 거다. 둘 다 춤을 못 춰서 웃기더라."

Q. 주호진은 사랑의 속도가 빠른 사람은 아니다. 점점 차무희에게 스며들어 가며 자신의 감정을 알아챈다. 실제 김선호의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어릴 때는 날 좋아한다고 하면 '그래? 그럼 만나야 하나?' 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연애를 시작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관심사가 맞지 않으면 연애는 하기 힘들지 않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호감을 느끼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애에서는 용기가 부족한 스타일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용기를 내본 적도 있지만 (좋아하는 마음을) 말하기가 어렵더라. 제가 쫄보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Q. 선한 인상에 멜로 눈빛까지, '이사통'으로 '로맨스킹' 수식어를 되찾았다. 앞으로는 어떤 김선호를 기대해볼 수 있을까.

"'로맨스 킹'이라는 수식어는 과분한 것 같다. (웃음) 로맨스뿐만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나 작품이 많다. 앞으로도 과감하게 도전하고 공부할 예정이다. 열심히 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까 기대해 주시면 좋겠다. 앞으로도 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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