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몽', 조국 독립 위해 그림자로 살아간 이들의 이야기…대작 될까(종합)
가는 길이 달라도 목표는 같은 두 독립투사. '이도일몽'을 향해 걸어간 이들의 흔적을 찾아가는 뜨거운 이야기가 브라운관에 펼쳐진다.
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MBC 특별기획 '이몽'의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윤상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요원, 유지태, 임주환, 남규리가 참석했다.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이 펼치는 첩보 액션 드라마. 작품은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의열단 결성 100주년을 맞아 서로 다른 길을 걷지만 목표는 하나인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몽'은 '사임당 빛의 일기', '태왕사신기'를 연출한 윤상호 감독과 '아이리스' 시리즈, '포세이돈' 등을 집필한 조규원 작가의 의기투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연기력과 흥행력을 인정받은 배우 이요원과 유지태, 다채로운 캐릭터 소화력을 선보여온 임주환, 남규리가 합류해 연기 시너지를 더한다.
연출을 맡은 윤상호 감독은 작품 소개와 함께 김원봉의 역사적 평가에 대해 언급했다. 약산 김원봉은 1930년대 당시 의열단장으로 무장독립운동의 큰 획을 그은 인물이지만, 광복 후 월북하며 북한 정권의 고위직을 지낸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이몽' 속 김원봉 미화 논란이 일었다.
윤 감독은 "'이몽'은 많은 분들의 가슴을 뜨겁게 해줄 드라마"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이후 "실존 인물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작품을 기획하고 영상화시켜 여러분들에게 선보이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며 "서글픈 일제 강점기에 독립이 있었기에 우리가 존재한다. (김원봉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독립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원봉의 일대기를 다루지 않았다고 재차 말씀드리며, 팩트와 픽션이 결합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극 중 이요원은 독립군 밀정으로 이중생활을 하는 조선인 일본 의사 '이영진' 역을 맡았다. 이영진은 일본군에 부모를 잃은 격통을 가슴이 묻은 채 살기 위해 일본군 군의관에게 입양된 인물. 일본인으로 살아온 조선인 최초의 여성 외과의 이영진은 조선에 돌아온 후 의열단장 김원봉을 만나 조선인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이후 조선인 일본 의사와 독립군 밀정으로 이중생활을 시작하며 누구보다 뜨거운 삶을 살아간다.
이요원은 "이영진은 겉으로는 일본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수많은 정신적인 고민을 통해 본인의 뜻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다"라고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이몽'은) '꼭 해야겠다,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 작품이다. 마침 작품이 방영될 때가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되는 때이기도해서 더 하고 싶었다"며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많은 시대물들이 쏟아지고 있어서 부담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라고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이몽'의 장점은 역사에 대해 관심이 없거나 잘 몰랐던 사람들도 이 드라마를 보며 나도 모르게 스스로 궁금해서 찾아볼 수 있게 하는, 역사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태는 무장투쟁의 최선봉에 선 의열단장 '김원봉'으로 분한다. 김원봉은 일제의 무단통치를 경험하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의열단을 조직하는 뜨거운 가슴을 타고난 남자다. 그는 일제의 조선통치를 포기시키기 위한 유일한 길이 무장투쟁이라고 믿는 인물. 김원봉은 불같은 자신과 대치점에 있는 차가운 지성의 여자 이영진을 만나 '독립'이라는 같은 꿈을 향해 두 갈래 길로 나아간다.
김원봉을 안방극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만큼 또, 김원봉에 대한 미화 논란이 일었던 만큼 유지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그는 "김원봉을 미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담감이 있기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작품 속 김원봉은 의열단의 상징성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에 실존 인물과는 완벽히 다르다. 우려하시는 부분들에 대해 충분히 피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몽'의 시대적 배경이 1930년대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는)이념의 갈등 시기와는 다르다. 독립 투쟁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에 논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유지태는 '이몽'에 출연하면서 애국심이 고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아니어서 이 나라가 있다는 것 자체, 대한민국 국민의 한 명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고 살았다"며 "드라마를 찍으면서 한 신을 찍는 매 순간마다 가슴이 울렸다. 3.1운동 행사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데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항일투쟁에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지킨 선조들의 피와 땀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임주환은 극 중 조선총독부 법무국 일본인 검사이자 상류층의 기품과 매너를 겸비한 '후쿠다' 역을 맡았다. 조선인과 일본인 사이에서 인간에 대한 존엄을 지키려 노력하는 한쪽은 사랑으로 겉으로는 강단있지만 비밀을 가진 이영진(이요원)을 만나면서 안식처 같은 사랑을 나눈다.
임주환, 이요원과 묘한 삼각 관계를 형성하는 경성구락부 재즈싱어 '미키' 역은 남규리가 연기한다. 미키는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인물로,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결국에는 독립운동을 돕게 되는 캐릭터다. 본능적인 직감을 가진 그는 판세를 뒤흔드는 시한폭탄 같은 키를 가지며 극을 이끈다.
두 사람은 역사적 소재를 다룬 작품에 참여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입을 모았다. 임주환은 "배우라면 누구나 욕심나는 내용이다. 무조건 욕심이 났다. 저는 일본인 역할이지만, 의미 있는 내용의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아러고 말했다.
남규리 역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역사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몽'은 큰 메리트를 가진 작품이다.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서 휴머니즘이 담겨 있고, 그 안에 유쾌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들어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촬영을 하면서 '모두의 꿈이 나라의 꿈'이라고 생각했다"며 "드라마 매회마다 메시지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작발표회 말미, 윤상호 감독은 "'이몽'은 청량감 있는, 사이다가 있는 드라마"라며 "너무 무거운 내용만 다루지는 않는다. 로맨스도 있고, 유쾌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격동의 시기에 치열한 삶을 살았던 우리 선조들의 이야기가, 논란을 딛고 시청자의 마음을 끓게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이도일몽'을 향해 걸어갔던 독립 투사들의 이야기를 스펙터클하게 담아내 의미와 재미, 묵직한 감동까지 선사할 '이몽'은 오는 4일 밤 9시 5분 첫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