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우리말] 피로는 왜 ‘축적’되지 않고, ‘누적’되는 걸까?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피로감은 일상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잠이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건강의 적신호가 켜지기 때문이다. 영국 서리대학 수면 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잠이 부족하면 대사, 면역,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711개의 유전자 활동에 비정상적인 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하루에 최소 6시간은 자는 것이 좋다고 권고한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하나 있다. 피로는 ‘누적’된다고는 하지만 ‘축적’된다고 하지 않는다. ‘누적’과 ‘축적’은 모두 쌓는다는 뜻을 나타내는 단어인데, 왜 이렇게 구분해서 사용하는 것일까?
얼핏 보면 ‘누적’과 ‘축적’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단어의 실제 쓰임은 매우 다르다. 먼저 ‘누적’은 다음과 같은 문장에서 많이 쓰인다.
시민들의 누적된 불만이 한계에 다다랐다.
장기 공황으로 적자가 계속 누적되고 있다.
그 선수는 반칙이 누적해서 다음 시합에 나갈 수 없다.
위의 예문에서 나타난 ‘불만’, ‘적자’, ‘반칙’은 여러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쌓인 것이다. 즉, ‘누적’은 일부러 쌓는 것이 아니라 좋든 싫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쌓이게 된 것을 말한다.
반면 ‘축적’은 노력을 통해 의도적으로 쌓은 것을 말할 때 쓰인다. 그래서 ‘축적’은 ‘부’, ‘재산’, ‘경험’, ‘기술’, ‘지식’ 등과 함께 많이 사용된다. ‘축적’의 쓰임은 아래 문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본가들은 많은 부를 축적해 나갔다.
그 기업은 다년간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해 갔다.
그 부서의 책임자가 되려면 현장 경험 축적이 필요하다.
즉, 피로는 의도적으로 쌓은 것이 아닌, 어쩔 수 없이 ‘쌓이는 것’이기에 ‘누적’된다고 하지만 ‘축적’된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누적’하고, ‘축적’하고 있을까? ‘누적’과 ‘축적’의 뜻을 되새기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쌓고 있는지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