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차, 더 크고 비싼 것으로 이동
자동차 업체는 생애 첫차를 새 차로 시작하는 소비자에 관심이 많다. 이들이 얼마나 많고 어떤 차를 구입하는지를 보면 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의 변화를 보면 이들의 수는 감소하고 있고, 전에 비해 더 나이 많고, 소득 많은 소비자로 채워지고 있다. 이들은 과거에 비하면 더 크고 비싼 차를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취업난, 늦은 결혼, 스마트폰에의 높은 관심과 활용, 자동차에 대한 관심 감소 등 많은 원인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새 차의 구입 유형은 차가 없다가 사는 '신규' 구입, 쓰던 차를 처분하고 다시 사는 '대체' 구입, 차가 있지만 더 사는 '추가' 구입으로 나뉜다. 각 유형의 구성비는 자동차 보급 수준, 경기 상황 등에 따라 변하지만 자동차 업체가 가장 관심 갖는 유형은 신규 구입이다. 생애 첫차를 산 고객이 평생 고객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의 생애 첫차 구입 패턴을 보면 큰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차를 구입하는 사람도 달라지고 있고, 구입하는 차도 달라지고 있다.
우선 생애 첫차를 구입하는 신규 구입이 감소하는 추세이다. 신규 구입은 2012년 16%에서 2017년 12%로 5년 사이에 4% 줄었다. 이런 변화 이면에는 다양한 이유들의 복합적인 작용이 있어 인과관계를 따지기 어렵다. 오히려 신규 구입의 감소와 같이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신규 구입자들은 과거에 비해 고연령, 고소득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20대는 5년 전 37%였으나 이제는 31%로 줄었고, 평균 연령은 33세에서 36세로 높아졌다. 월수입 700만원 이상의 비율도 17%에서 30%로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은 취업난, 결혼연령의 상승, 경기 침체, 스마트폰과 같은 대체재의 부상 등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과거 보다 더 크고 비싼 차를 원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이 구입한 차는 준중형 승용 이하의 작은 차가 5년 전 70%에 달했으나 이제는 46%로 크게 감소했고, 새로 등장한 소형 SUV 차급은 7%에서 25%로 급증했다. 4%에 불과했던 수입차의 비중도 시장 전체와 큰 차이 없는 14%까지 올랐다. 차의 평균 구입 가격도 2280만원(2014년)에서 2801만원(2017년)으로 올라갔다. 결론적으로 신규 구입자들이 원하는 차의 수준이 달라졌기 때문에 구입자의 구성이 달라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 소비자들의 큰 차 사랑, 비싼 차 사랑은 유별난 수준이다. 차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과시하는 수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유차, 자율주행차, 친환경차 등의 다가오는 혁신을 소비자들이 어떤 방법으로 맞이할지 궁금하다.
이 조사결과는 자동차전문 리서치회사 컨슈머인사이트가 2001년 시작한 표본 규모 10만의 초대형 '연례 자동차 기획조사'의 제17차 조사(2017년 7월 실시)로부터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