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돌아보는 삶] ‘로즈’, 진실을 보지 못하는 병에 걸린 사람들 속에서 진실을 지킨다는 것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은 세상에 놓이게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가 바로 짐 쉐리단 감독의 영화 '로즈(The Secret Scripture, 2017)'다.

자신의 아이를 살해했다는 죄목으로 50년 동안 정신병원에서 갇혀 지낸 할머니 로즈(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분)가 있다. 정신과 의사 그린 박사(에릭 바나 분)는 그녀의 책 속에서 수십 년 동안 써내려 온 글들을 발견하고, 서서히 로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에 관심을 갖는다.

1943년의 아일랜드. 억압적인 시대 분위기 속에서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젊은 로즈(루니 마라 분)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와 당당함에 매혹된 남자들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게 된다. 어느 날, 로즈는 영국인 마이클(잭 레이너 분)과 첫눈에 반해 서로에게 빠져들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이별하게 된다.

홀로 남겨진 로즈는 자신 앞에 자꾸 나타나던 콘트 신부(테오 제임스 분)와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이모로 인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다. 임신하고 있던 로즈는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 싶지만, 쉽지가 않다. 그녀는 정말 극한의 상황에서 아이를 죽인 걸까?

“사람들은 병에 걸렸어요.진실을 못보는 병”
자신이 결혼한 사실을 믿어주지 않고, 자신이 아이를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몰리는 로즈는 자꾸 극으로 몰린다. 

50년 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정신과 박사 그린을 만난 로즈는 자신의 진실을 말하기 시작한다. 아니, 이미 다 말했던 진실을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그녀의 말을 처음으로 진실하게 받아주는 닥터 그린이 로즈에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생각할 때쯤 영화는 우리가 생각할 만한 결론을 던진다.
그 어떤 누구도 내가 말하는 진실을 들어주지 않을 때, 그 어떤 진실도 인정받지 못할 때, 그 상실감, 고독감, 괴로움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경험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을 때, 삶을 유지하고 살아 있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는 이'가 돌아올 것을 생각하며 삶을 이어가던 로즈. 

“사랑의 눈으로만 진실을 볼 수 있어요”
극 중의 말처럼 사랑의 눈으로 보아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기준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그 어떤 진실도 볼 수 없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그 어떤 진실도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
다른 이의 진실을 알고 싶거나 자신의 진실을 알리고 싶다면 사랑의 눈으로 보고 사랑의 눈으로 봐달라고 간청해야 한다. 자신이 예상치도 못한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영화 ‘로즈’는 세바스찬 배리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원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