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10월 10일, 프로야구 소식 '들러리 기아의 무서운 반란'
누가 보더래도 기아는 들러리 신세였다. 10개 팀 중에서 무려 5위를 차지했으니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상위 팀들끼리 겨루는 포스트시즌에서는 깍두기 신세를 면하기 힘든 탓이다. 경기를 하기도 전에 1패를 안고 시작해야 하고 원정으로만 진행된다. 한 번이라도 패하거나 비기기만 해도 탈락이고 홈구장의 이점이나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와일드카드전도 형식적인 경향이 짙다. 동부, 중부, 서부로 나뉘는 리그의 지구가 홀수이므로 반드시 한 팀을 더 뽑아야 하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와 달리 한국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기도 어려운 까닭에서다. 단지 10개 팀으로 늘어났다는 이유 외에는 없다. 8개 구단이 있던 기존처럼 4개 팀으로 포스트시즌을 진행해도 무방하다.
이유야 어쨌든 상위 4팀을 제외한 나머지 6팀은 5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혈투를 벌였고, 지난해 SK에 이어 올해에는 기아가 막차를 타고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6위 SK와 7위 한화, 8위 롯데가 5위에 오르기 위해 막판까지 안간힘을 썼으나 마지막 남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기아가 차지하면서 나머지 팀들은 쓴맛만 다셔야 했다.
누가 보더래도 기아는 들러리 신세로 보였기에 3위 넥센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상대는 기아가 아니라 LG로 보였다. 정규 리그 상대 전적에서는 8승 7무 1패로 LG가 근소하게 앞서기도 하지만 그보다 4위가 누리는 어드밴티지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기아로서는 정규 리그가 끝난 후 한 경기를 더 했다는 데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10일 열린 경기 결과는 달랐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기아가 LG에게 4:2 승리를 거두고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기아는 4회 2사 2, 3루에서 LG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을 틈타 2점을 먼저 뽑아냈다. 6회에는 선두 타자 필의 2루타에 이어 나지완의 희생타로 1점을 추가했고, 8회에도 선두 타자 노수광의 안타에 이어 김주찬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얻어냈다.
반면 기아 선발 투수 헥터의 호투에 밀리던 LG는 8회 선두 타자 오지환의 2루타와 기아 유격수 김선빈의 플라이 실책으로 무사 1, 2루의 기회를 잡은 후 유강남의 안타 때 1점을 추격했다. 이어 바뀐 투수 고효준의 폭투로 1점을 더 따라붙었다. 그러나 2를 지나 무모하게 3루까지 달리던 유강남이 잡히면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9회 마지막 공격에서도 LG는 선두 타자 박용택의 내야 안타로 추격의 실마리를 잡는 듯보였다. 중심 타순으로 이어지므로 희망은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믿었던 4번 타자 히메네스가 병살타를 치면서 마지막 불꽃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로 이어졌다. 1승을 거저 얻고, 홈에서 경기를 펼치며,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등의 어드밴티지도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처음 실시된 SK와 넥센이 펼쳤던 와일드카드전(10월 7일)은 단 1경기로 마무리되었었다. 연장 11회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SK 유격수 김성현의 실책으로 희비가 엇갈렸었다. 올해 와일드카드전은 5위 팀이 4위 팀을 잡음으로써 2차전까지 이어지게 된다. 여전히 LG가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지만 불리한 조건에서도 승리한 기아의 상승세가 결코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