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읽을만한 책]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 저/이종인 역 | 흐름출판
레마르크가 <개선문>에서 그려낸 라비크라는 남자에게 반해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었다. 나치의 추격을 피해 파리로 숨어든 의사 라비크. 그는 뛰어난 수술 솜씨를 가진 데다 예술에 조예가 깊고 신중하고 용기 있는 남자였다. 무엇보다 그는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메스를 잡는 휴머니스트였다.
이 책을 쓴 폴 칼라니티는 라비크를 닮은 현실의 사람이다.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알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는 신념으로 의사가 된 그는 휘트먼과 엘리엇을 입에 달고 사는 문학도이기도 하다. 환자를 대할 때 청진기보다 먼저 마음 문을 두드리는 사람, 여인과 친구를 아끼고 사랑할 줄 아는 남자, 그래서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
그러나 그는 레지던트 막바지, 전공의 초빙을 앞두고 서른여섯의 나이에 폐암 말기라는 뜻밖의 선고를 받는다. 그는 한걸음씩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나는 계속 나아갈 수 없어. 그래도 나는 계속 나아갈 거야.”라는 사뮈엘 베케트의 대사를 되뇌이며 죽어가는 대신 죽음에 이르는 날까지 살아가기로 결심하고, 환자 치료에 열중한다. 마침내 칼을 들 수 없게 되자 그는 펜을 들어 자신의 사명을 펼치다가 2년여 만에 죽음을 맞이한다.
책을 추천할 때 베스트셀러로 소문난 책은 ‘나 아니어도’ 하며 슬쩍 눈을 돌리기도 하는데, 이 책만큼은 아니다. 울림이 큰 책,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을 따라가는데도 가슴을 데워 주고 삶의 부피를 더해 주는 역설적인 책, 우리들의 10월 서재에 이 책이 놓이기를 기대한다.
| 추천자: 강옥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