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실제 연예기자 출신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쓴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사회초년생의 성장기를 코믹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려움이라고는 담을 쌓고 살아온 철부지 된장녀 ‘이라희’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신생 스포츠신문의 연예부 인턴 기자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디딘다. 그리고 출근과 동시에 커리어우먼에 대한 로망과 현실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청년 백수 백만 명 시대에 어렵게 입사한 회사는 온갖 부조리함이 가득하고, 사이코 같은 상사마저 떡 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 경험으로 충분하다며 ‘인턴도 사표를 써야 하나’를 두고 고민하고 있을 때 걸려온 엄마의 전화 한 통이 그만 그녀의 발목을 잡고 말았으니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이 쫄딱 망했다는 것. 월급 50만 원에 야근과 철야를 밥 먹듯이 하고 휴일마저 반납하는 것이 일상인 신문사지만, 한 푼이 아쉬워진 그녀는 이제 마음대로 회사를 때려치우기도 힘든 상황이다. 라희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군분투를 시작하고, 클릭 수와 검색 순위에 울고 웃는 연예뉴스 뒷면의 전쟁터를 무대로 주인공의 사회생활 적응기가 펼쳐진다.
소설은 주인공의 직업만으로도 독자의 호기심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실제 연예기자 출신의 저자는 연예계와 언론계의 뒷이야기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 대중의 관심을 사로잡기 위한 이들의 고군분투는 때론 놀랍기도 하지만 꽤 재미있다. 가볍게 통통 튀는 젊은 작가의 문체는 이야기와 잘 어울리며, 코믹함을 한껏 높여준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연예계 이슈만을 팔아먹는 그저 그런 소설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가볍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생활의 애환이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획기적이진 않지만 나름의 반전 있는 결말도 가벼운 끝에 묵직한 추를 달아주는 역할을 한다.
소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는 2015년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주인공 이름을 ‘이라희’에서 ‘도라희’로 바꾸고, ‘사회생활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유쾌 발랄 공감코미디’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영화는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 박보영을 주연으로 내세워 기대감을 높였지만, 개봉 후 성적은 그리 좋지 못했다.
리얼리티와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가 살아있는 원작에 비해 영화에는 직장인들이 공감할만한 에피소드 자체가 너무 적었고, 어설픈 저널리즘의 양심 찾기까지 끼워 넣는 바람에 이도 저도 살리지 못한 어정쩡한 상태로 남아버렸기 때문이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특정 배우의 팬이 아니라면 영화보다는 소설을 추천한다. 공감, 재미, 교훈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영화와 달리 소설은 최소한 재미 하나는 보장할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