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세상의 끝까지 21일
스피노자는 말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지구의 멸망이 현실이 된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영화 ‘세상의 끝까지 21일’은 지구 멸망이 카운트다운 되고 있는 시점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소행성과 지구충돌 21일 전. 아내는 도망가고, 사람들은 어디론가 떠나갔지만 도지(스티브 카렐)는 마땅히 갈 곳 없다. 점점 혼란스러워지는 속에 도지는 옆집에 사는 ‘페니(키이라 나이틀리)’와 3년 만에 인사를 나누게 되고, 그동안 그녀에게 잘못 배달되었던 우편물 속에서 ‘첫사랑의 편지’를 발견하며 페니와 함께 오래전 헤어진 첫사랑을 찾아 나선다.
영화는 이들의 여정을 따라가며 종말에 대비하는 각양각색의 군상들을 보여준다.
어떤 이들은 어딘가 있을지 모를 안전한 곳을 찾아 피난을 떠나고, 어떤 이들은 지구 멸망의 공포를 이기지 못해 자살을 택한다. 거리 곳곳에서는 폭동이 일어나고, 사회 규범과 도덕관념으로 자제해 오던 일들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거리낌 없이 해치우기도 한다.
물론 평소와 다름없이 자기 일을 묵묵히 해나가는 이들도 있지만, 지구 멸망일이 다가올수록 세상은 점점 공황과 공포로 물들어갈 뿐이다. “의사에게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는데, 세상이 한 달도 안 돼 멸망한다”며 웃는 한 남자의 넋두리처럼 세상의 멸망이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어떤 결론이나 정의를 내리지 않지만, 아무런 조건 없이 서로에게 의지하는 이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성격도 사는 방식도 나이도 꽤 차이가 많은 둘이지만, 그들은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산다면 후회는 없다’는 누군가의 말이 이렇게 와 닿게 해주는 영화가 또 있을까? 지금도 무심히 흘러가고 있는 삶이 정말 괜찮은지 조용히 묻게 되는 영화 ‘세상의 끝까지 2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