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마운드에 올라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NC 외야수 나성범. NC다이노스 홈페이지 제공.

사자 굴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곰과 공룡이 함께 갈 수는 없으므로 먼저 상대를 무너뜨려야 한다. 다섯 번 중에서 네 번 싸워서 두 번씩 승리를 나눠 가졌고 이제 마지막 한 번의 승부만 남았다. 이 승부에 모든 것이 걸려있다. 과연 달구벌로 향하는 티켓을 거머쥘 자 누구인가. 24일 마산구장에서 열리는 한국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맞붙게 된 두산과 NC의 얘기다.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일이지만 NC의 승리가 조심스럽게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2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쳤던 NC 스튜어트와 두산 장원준이 5차전에서 또다시 만났지만 7이닝 무실점의 장원준이 9이닝을 완투한 스튜어트에게 판정패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스튜어트는 122개의 공을 던지면서 8회 초 오재원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을 뿐 피안타 3개와 사사구 3개로 승리투수가 되었었다.

그를 증명하려는 듯 두산의 타자들은 무기력해 보이는 반면 NC 타자들은 시작부터 펄펄 날기 시작했다. 1회 2사에서 3번 타자 나성범을 시작으로 테임즈, 이호준의 연속 안타가 이어졌고 선취점도 NC의 몫이었다. 2회에도 선두 타자 손시헌의 2루타에 이어 박민우의 적시타로 1점을 더 추가하기도 했다. 2차전의 히어로 스튜어트가 마운드를 지키는 사이 NC에서는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가고 있었다.

두산에서도 3회 선두 타자 오재원의 2루타로 득점의 포문을 여는 듯 보였다. 초반부터 일찌감치 실점하면서 끌려가고는 있어도 추격의 실마리를 풀게 되면 2차전의 악몽은 잊어도 좋을 듯싶었다. 하지만 김재호의 유격수 땅볼 때 3루에서 홈으로 뛰어들던 오재원이 객사하면서 불길한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행운의 여신은 두산이 아니라 NC를 향해 미소 짓고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4회에 터진 양의지의 솔로포였다. 오른쪽 엄지발가락 미세 골절로 3차전을 결장하기도 했던 양의지가 눈물겨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면서 추격의 불씨를 댕긴 것이다. 그 불씨가 도화선이 되어 5회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가 터지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 김재호의 2루타를 시작으로 마지막 타자 김재호의 삼진에 이르기까지 10명의 타자가 타석에 나서 4개의 안타와 3개의 사사구를 묶어 대거 5점을 뽑아내기에 이르렀다.

승기를 뺏기기는 했어도 NC도 5회 나성범의 2루타와 6회 지석훈의 솔로 홈런으로 1점씩 추가하면서 차근차근 따라갔다. 그러나 선발 장원준에 이어 7회부터 등판한 이현승에게 막혀 더 이상의 추가점을 뽑아내지 못한 채 두산에게 무릎을 꿇어야 했다. 올 시즌 NC의 도전이 이렇게 끝을 맺기는 했어도 창단 첫해인 2013년 7위를 시작으로 지난해 3위, 그리고 올해 2위에 오른 급성장은 모두에게 박수받아 마땅하다.

패색이 짙어가던 NC는 9회 투아웃 상황에서 7번째 투수 임창민을 내리고 우익수 나성범을 8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구장을 찾은 홈팬들에 대한 서비스였다. 나성범은 두산의 외국인 선수 로메로에게 좌전 안타를 맞기는 했어도 오재원을 3루 땅볼로 처리하면서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종료시켰다. 147km에 이르는 최고 구속에 타석에 선 오재원은 입을 벌리고 한동안 다물지 못하기도 했다.

경기가 끝난 후 두산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게 돼서 너무 기쁘다. 선수들이 준플레이오프부터 지친 모습 보였는데 2점 주면 편안하게 하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벤치 분위기가 좋더라. 편하게 하자는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질 줄 몰랐다"는 말로 기쁨은 전한 뒤 "7회가 가장 고비였다. 이현승 투입했는데 굉장히 긴장했다. 5회 번트를 대지 않은 것은 분위기상 계속 강공으로 밀어붙여도 분위기가 왔기 때문에 번트를 대면 맥이 끊길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운이 좋게 좋은 결과 나왔다"며 경기 내용에 대해 만족해했다.

NC 김경문 감독은 "선수들이 정규리그 너무 잘했지만, 포스트시즌은 또 다르다. 한 해 정말 잘했다. 아쉬운 부분 채워서 내년 강팀으로 도전하게끔 하겠다. 너무 수고 많았고, 감독으로서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선수들을 치하했고 "나성범 등판은 약속한 부분이다. 팬들에게 그걸 지키기 위해 나성범을 내보냈다. 원포인트 쓰면 되겠더라. 내년에는 더 준비시켜야지"라고 하면서 쉼 없이 달려왔으니 당분간 쉬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한 두산은 26일부터 대구에서 삼성과 한국 시리즈를 치르게 된다. 삼성과 두산은 올해까지 한국시리즈에서 4차례 만난 적이 있었다. 프로야구가 시작된 82년에는 OB베어스가 4승1무1패로 삼성을 물리쳤고 2001년에도 4승2패로 두산이 삼성을 눌렀다. 2005년에는 4전 전승으로 삼성이 두산을 이겼고, 2013년에는 두산이 3승 1패로 앞서가다 뒷심부족으로 3경기를 연속해서 내주면서 삼성이 우승하기도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우승하면 5년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되고, 두산의 경우에는 2001년 이후 14년 만이자 OB 베어스 시절을 포함하면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삼성은 선발 투수로 13승의 외국인 선수 피가로를 내세웠고, 두산은 18승의 유희관을 선발로 예고했다. 올 시즌 두 팀의 상대전적은 11승 5패로 삼성이 앞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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