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승리에 취한 곰(두산)의 뒷덜미를 잡은 공룡(NC)' 플레이오프 2차전
두산의 상승세가 매서워 보였다. 첫 번째 경기를 완승으로 따낸 데 이어 두 번째 경기마저도 잡을 기세였다. 8회 초 7번 타자 오재원의 솔로포가 터질 때까지만 해도 승리의 여신은 두산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홈에서 두 경기를 모두 내준 NC는 무거운 걸음으로 잠실을 향해야 할 것으로 보였다. 19일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한국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2차전 이야기다.
두산은 7회까지 112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지켜낸 선발 투수 장원준을 내리고 함덕주를 8회부터 올렸다. 함덕주에 이어 노경은과 이현승을 차례로 투입해 승리를 지켜낼 요량이었다. 함덕주는 95년생으로 이제 스무 살에 불과하기는 해도 넥센의 조상우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지켜갈 기대주로 촉망받고 있는 투수였다. 올 시즌 7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 3.65로 상당히 준수한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선두 타자 손시헌을 잡아내지 못하고 좌전 안타로 내보낼 때까지만 해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다음 타자 지석훈이 2회 병살타를 기록하기도 했거니와 여전히 실점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함덕주를 믿어볼 만했다. 뒤지고 있던 NC에서는 예상대로 희생번트로 나왔다. 일단 동점을 만들어 놓고 경기를 다시 시작하자는 의도였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 정상적인 상황이었다.
함덕주의 초구는 바깥쪽으로 조금 높게 들어갔고 지석훈은 무리하게 희생번트를 대지 않았다. 다시 희생번트가 예상되던 그때 손시헌 대신 대주자로 들어갔던 1루 주자 최재원이 2루를 향해 달렸고, 번트를 예상했던 지석훈도 함덕주의 바깥쪽 낮게 들어가는 공에 방망이를 휘둘렀다. 희생번트가 아니라 치고달리기 작전이 나온 것이다. 타구는 좌측 선상을 타고 흘렀고 동점타로 이어졌다.
NC는 또다시 두산의 허를 찔렀다. 김태군의 번트로 1사 3루가 되자 과감하게 스퀴즈번트를 시도했다. 타자 김성욱은 방망이를 짧게 쥐었고 3루 주자 지석훈은 투수가 공을 던지기도 전에 홈으로 향해 달렸다. 때마침 함덕주의 공은 포수 키를 넘기는 폭투가 되었고 지석훈은 여유 있게 홈을 밟을 수 있었다. 7회까지 0:0으로 이어졌던 명품 투수전치고는 다소 허망한 결과였다.
두산에서는 노경은에게 다음 투 타자를 맡겼지만 이미 전세가 기울어진 이후였다. 결과론적이지만 신인 함덕주보다 노장 노경은을 먼저 올렸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결과였다. NC 선발 스튜어트는 8회까지 106개의 공을 던졌지만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16개의 공으로 두산의 세 타자를 잡아냈다. 피안타 3개, 사사구 3개로 1실점 한 그에게 수훈선수상(MVP)이 주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NC 김경문 감독은 "팬들에게 꽉 채워달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오늘 이겨서 팬들에게 조금 보답이 되는 것 같다. 스튜어트가 기대 이상으로 잘 던져줬고, 선수들이 확실히 1차전보다는 부담감을 덜고 편하게 느껴지더라"며 승리의 소감을 밝혔고 "지석훈 타석에선 번트를 생각하다가 승부수를 띄웠는데, 운 좋게 2루타가 나와서 좋은 점수가 났다. 마무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뒤에 나오는 투수가 너무 부담감이 크니까 지금 분위기에선 스튜어트가 끝내야 된다고 생각했다"라는 말로 승부처에 대해 설명했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함덕주는 그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왼손이든 오른손이든 나오는 게 맞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두산의 미래이고 희망이기 때문에 앞으로 그 선수가 계속해줘야 되고, 그래서 결과를 떠나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 같다"며 투수 교체에 대해 말했고, "사실 주자 3루에서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붙었어야 하는데 거기서 볼카운트가 몰리면서 상대 팀에 작전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게 조금 아쉽다"면서 패인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