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의 발칙한 야구이야기] "잠에서 덜 깬 공룡(NC)을 두들겨 팬 곰(두산)" 플레이오프 1차전
호각지세(互角之勢). 서로 뿔의 길이나 굵기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서로 비슷비슷한 위세를 말한다. 한마디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2015 한국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서 만나게 될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가 그랬다. 두 팀의 정규리그 순위는 84승 3무 57패(승률 0.596)의 NC가 79승 65패(승률 0.549)의 두산을 앞서지만 양 팀의 대결에서는 8승 8패로 접전을 펼쳤다. 그만큼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NC는 홈구장인 마산에서 열리는 만큼 올 시즌 18승의 다승왕 해커를 선발로 내세웠다. 기선을 제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원정에 나선 두산으로서는 정면 대결을 피할 법도 했지만, 물러서지 않고 니퍼트를 출격시켰다. 에이스를 아껴두었다가 비장의 무기로 꺼내 들 수도 있었지만, 첫 경기부터 밀리게 되면 남은 경기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넥센과 접전을 치르며 체력적인 소모가 크기는 했어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라 할 수 있었다. 특히, 4차전에서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점수 차 역전이라는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는 상태였다. 1회 초 선두 타자 정수빈과 허경민의 연속 안타가 그를 증명하는 듯 보였다. 비록, 민병헌이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어도, 해커의 폭투와 김현수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기분 좋게 앞서나갈 수 있었다.
3회에는 그동안 부진했던 민병헌이 솔로포를 우측 담장 밖으로 쏘아 올렸고, 4회에는 홍성흔이 자신의 포스트시즌 100번째 안타를 10번째 홈런으로 축하했다. 이는 KBO 리그 역대 최초의 포스트시즌 100안타 기록이기도 하다. 7회에는 1사 1-2루에서 민병헌이 다시 3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기도 했다. 두산으로서는 첫 타석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나기는 했어도 2홈런을 몰아친 민병헌의 회복이 가장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는 두산의 에이스 니퍼트가 홀로 빛났다. NC가 8명의 투수를 투입할 동안 혼자서 9이닝을 지켜낸 니퍼트는 3피안타 2사사구 완봉승을 따냈다. 외국인 선수로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 한국시리즈 1차전 SK 상대), 2009년 아킬리노 로페즈(당시 KIA, 한국시리즈 5차전 SK 상대)에 이어 세 번째 대기록이다. 니퍼트는 최고 구속 153km의 빠른 포심 패스트볼은 물론 타점 높게 떨어지는 슬라이더-체인지업으로 NC 타선을 제압했다.
호각지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플레이오프 1차전은 두산의 완승으로 끝났다. 두산은 10안타를 몰아쳤고, NC는 3안타에 그쳤다. 두산은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NC는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지난 10월 5일 시즌 마지막 4경기를 치르고 약 2주 만에 실전에 나선 NC는 아직 경기 감각을 찾지 못한 듯 보였고, 준플레이오프를 거친 두산은 더 험악하게 단련된 듯 보였다.
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두산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가 에이스 역할을 정말 잘해줬고, 타순이 전체적으로 자신감 있게 (타석에) 들어가는 것 같다. 선수들이 부담 없이 플레이하는 것 같다. 워낙 니퍼트 공이 좋았고, 달아날 때 민병헌의 쓰리런이 쐐기를 박는 홈런이었다"면서 "어웨이에서 1승 1패를 목표로 했는데, 에이스와 에이스 맞대결에서 초반에 에이스가 무너지면 다음 경기에 상당히 영향이 있다고 봤다. 니퍼트가 정말 잘해줬고, 중요한 1승을 거뒀다"며 경기 내용에 만족해했다.
또한, NC 김경문 감독은 "경기가 너무 실망스럽게 끝났다. 우리가 공격이나 내용에서 완전히 진 경기였다. 선수들도 2주간의 공백이 있어, 감독인 나 자신도 선수들이 부담감을 안 갖도록 해 연습을 했다. 경기를 보니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1차전 했으니, 빨리 기분 전환해서 내일 2차전에 반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겠다"면서 1차전을 잊고 2차전에 대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