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에 눈물과 절망은 없다!” 위화 장편소설 ‘인생’
위화 저 | 푸른숲
소설 ‘인생’은 ‘허삼관 매혈기’로 잘 알려진 중국 작가 위화의 대표작으로, 중국혁명, 문화대혁명 등 굵직한 사건 속에 펼쳐지는 개인사를 통해 인생과 운명의 관계를 조명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촌에서 민요 수집하는 일을 하던 ‘나’가 우연히 ‘푸구이’라는 노인을 만나며 시작된다. 푸구이는 부유한 지주의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도박으로 가산을 탕진하고 농민으로 전락해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하루아침에 신세가 바뀐 푸구이는 절망 할만도 하건만 ‘큰 어려움을 겪고도 죽지 않으면 훗날 큰 복을 받는다’는 옛말을 떠올리며 새 삶에 적응해 나간다. 그는 오히려 처지가 변하고 보니 몰랐던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고백한다.
달빛만 있으면 밭에 나가 일을 하는 등 푸구이는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그의 삶은 절대 녹록하지 않았다. 의원을 데리러 나섰다가 전쟁터로 끌려가 2년 넘게 생사를 넘나들어야 했고,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는 죽고, 딸 ‘펑샤’는 병을 앓아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어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자전’은 구루병에 걸려 나날이 힘을 잃어가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 ‘요칭’은 출산으로 목숨이 위태로워진 간부 부인에게 수혈을 해주려다 피를 너무 많이 뽑는 바람에 어이없이 죽고 만다.
이후에도 푸구이의 비극은 끝날 줄 모른다. 연달아 이어지는 고달픈 운명을 원망 할만도 하련만, 푸구이는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젊었을 때는 조상님이 물려준 재산으로 거드름을 피우고 살았고, 그 뒤로는 점점 볼품없어졌지만 오히려 그런 삶이 괜찮았다고 생각한다”며 낙관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푸구이는 다음 말을 통해 삶과 운명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사람은 그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은 거야. 아옹다옹해봐야 자기 목숨이나 내놓게 될 뿐이라네. 내가 아는 사람들은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죽고 그렇게 다 떠나갔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지 않은가.”
어떤 이는 참혹한 운명에 화 한번 낼 줄 모르는 푸구이가 답답하다고 이야기한다. 또 다른 이는 저항정신 없는 무력함의 표상이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푸구이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이다. 좋든 싫든 살아가는 동안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운명을 원망하고 미워해 봤자 결국 자신에게 다시 돌아올 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테니 말이다.
사람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는 것이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말처럼 인생과 운명에 대해 곱씹게 만드는 소설 ‘인생’. 인생에 있어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이 소설을 삶에 지쳐있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