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사람에게 삶의 지혜를 얻다, ‘책만 보는 바보’
안소영 저 | 보림출판사
조선 시대 실학자 이덕무와 그의 벗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만 보는 바보’는 출간 10년이 되는 지금까지 독서 애호가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꾸준한 사랑을 받는 책이다. 작가는 이덕무의 자서전 ‘간서치전’에 상상력을 더해 무려 이백여 년 전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혀 옛이야기 같지 않은 생생함으로 전해준다.
18세기 조선, 서자로 태어난 이덕무는 신분의 굴레로 인해 수많은 제약에 갇혀 살아야 했다. 그것도 자신의 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식에게 대를 물리며 이어지는 혹독한 굴레였다.
이덕무는 양반이 아닌 절반의 피 때문에 일신의 출세를 꿈꾸기 어려웠고, 양반인 다른 절반의 피 때문에 마음껏 일할 수도 없었다. 가난에 허덕이고 세상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책을 읽으며 언제 쓰일지도 모를 학문을 쌓는 일이 전부였다.
지금의 삼포 세대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이덕무의 삶은 암울했지만, 그는 좌절과 한탄으로 세월을 보내지만은 않았다. 벗들과 우정을 통해 어려움을 견디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것이다. 그 노력의 결과 이덕무는 마침내 절망적인 현실을 극복하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로 그의 벗들과 함께 역사 속에 길이 남을 수 있게 되었다.
이덕무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푸념 섞인 한탄을 하다가도 나라와 시대를 걱정하고, 벗들과의 우정을 과시하며 자화자찬을 슬쩍 늘어놓기도 한다. 이런 이덕무의 모습은 슬그머니 미소를 짓게 하는데, 이백여 년 전 옛날을 살던 그들의 모습이 현재를 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이 일생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한 것들은 결국 '왜 사는가'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시간을 초월한 삶의 고민이다. 그렇기에 이덕무와 벗들의 고민은 낯설지 않고, 이들이 일생을 걸쳐 얻은 깨달음은 지금 적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책을 읽고 있으면 옛사람의 마음이 스며 나오는 것 같다”고 했던 이덕무처럼 '책만 읽는 바보'는 우리에게 이덕무와 시간을 뛰어넘는 벗이 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시대를 뛰어넘는 삶의 교훈을 전달한다.
그 옛날 우리처럼 현재를 살았을 옛사람들의 지혜를 깊은 울림으로 전해주는 이 책은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는 현대인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