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고’ 출근한 K씨.
신문을 펼치니 간밤의 화재로 건물이 ‘탔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잠을 깨려고 먼저 커피 한 잔을 ‘타서’ 마신다.
문득 달력을 보니 내일이 월급 ‘타는’ 날이다. (아싸~)
여름마다 더위를 '타서' 힘들었는데 힘이 솟는다.
요즘 썸 ‘타는’ 그(녀)와 맛난 거라도 먹으러 가야겠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타다’의 용례로 구성해 본 K씨의 일과다. 동음이의어 ‘타다’의 의미 빈도를 고려한 순서다.

그래픽=이윤진

<한국어 기본어휘 의미빈도 사전>에서 ‘타다’의 의미 빈도를 살펴보면, ‘사람이 탈것(또는 짐승의 몸)에 올라 몸을 싣는다’는 의미가 압도적으로 높게 쓰인다. ‘버스를/차에 타다’(82.4%) 등이 대표적인 예다. ‘꼬마버스 타요(TAYO)’ 캐릭터의 이름도 ‘타다’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타다’의 두 번째 용법은 ‘열’과 관련이 깊다. ‘고기가/밥이 타다’(8%) 등과 같이 불이 붙어 연기가 나거나 뜨거운 열에 의해 음식물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속이 타다’도 여기서 나온 의미다.
 
‘타다’의 또 다른 의미로 ‘받다’, ‘섞다’, ‘느끼다’ 등으로 대치되는 것이 있다. ‘상을/월급을 타다’(3.4%), ‘커피를/꿀물을 타다’(3.1%), ‘수줍음을/더위를/가을을 타다’(2.4%) 등이 그렇다.
 
아직 사전에 오르지 않았지만 최근 자주 쓰이는 표현으로 ‘썸(Some)을 타다’가 있다. 사귀기 전 서로를 알아가며 친하게 지내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썸을 타는 대상이 사람뿐 아니라 음식, 취미 생활, 공부 등에 다양하게 쓰이는 점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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