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vs. 영화] 완득이
카바레에서 춤을 추는 난쟁이 아버지와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집 나간 엄마. 잘하는 것이라고는 싸움밖에 없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관심 있는 것도 없는 열일곱 살 소년 완득이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라면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설상가상으로 완득이네 집 건너편 옥탑방에 사는 담임 동주 선생은 밤낮없이 “완득이”를 불러대며 학교에서 억지로 안겨 준 수급품 햇반을 제 것인 양 뺏어 먹고, 완득이의 숨기고 싶은 가정사를 학교, 동네 할 것 없이 마구 떠들어대 완득이의 신경을 긁어댄다.
이쯤 되면 불우한 환경에 방황하는 비행 청소년의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건만, 소설 ‘완득이’는 예상외로 경쾌하다. ‘공중그네’의 오쿠다 히데오 뺨치는 작가의 필치 덕분이다. 속도감 있는 문체와 빠른 전개는 ‘완득이’를 신파가 아닌 코믹 성장소설로 거듭나게 해주었다.
완득이는 날마다 집 근처 허름한 교회에 들러 “똥주 좀 죽여주세요”라고 기도한다. 그냥 기도로도 모자라 기도를 빨리 들어주지 않으면 교회를 옮기겠다며 하나님에게 협박까지 한다. 하지만 완득이의 바램과는 달리 동주 선생과 완득이는 점점 얽히는 일이 많아져만 간다. 동주 선생의 도움으로 완득이는 킥복싱을 배우며 분노하는 법을 배우고, 이주노동자인 필리핀인 엄마를 만나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아간다. 이렇게 동주 선생을 비롯한 사람들의 애정 속에 완득이는 점차 성장한다.
2008년 출간된 소설 ‘완득이’는 짧은 기간 동안 독자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얻어 초중고교 필독도서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동명의 영화·연극·뮤지컬 등으로도 제작되었다. 완득이는 청소년 성장소설로 분류되긴 하지만 어른들이 함께 봐도 충분히 좋을 정도로 재미있다. 장애인, 이주노동자, 빈곤층, 혼혈아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외계층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소설을 가볍게 웃고 끝내게 하지는 않는다.
2011년 개봉한 영화는 배우 유아인과 김윤석이 각각 완득과 동주 선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는 ‘얌마, 도완득’이라는 유행어를 낳았고, 소설 못지않은 호평을 받으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소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동주 선생의 어색한 로맨스가 옥에 티지만, 영화 역시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을 정도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소설, 영화 어떤 것으로 봐도 시원한 웃음을 보장하는 ‘완득이’. 새롭게 시작하는 이 봄 딱 보기 좋은 작품으로 당신에게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