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강 물이 풀리고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은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로 동지 이후 74일째 되는 날이다.
옛날 사람들은 경칩 무렵에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개구리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경칩 무렵에는 대륙에서 남하하는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흔히 천둥이 울리곤 한다.
놀랄 경(驚)과 겨울잠을 자는 벌레를 뜻하는 숨을 칩(蟄)으로 이루어진 이름처럼 경칩이 되면 날씨가 따뜻해져 새싹이 돋고 땅속에서 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경칩은 완연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봄의 전령인 것이다.
경칩에는 건강을 위해 특별한 음식을 먹는 풍속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중 하나는 개구리 알을 먹는 것이다.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예전에는 경칩에 먹은 개구리 알이 몸을 보하게 하고 아픈 허리에 좋다고 믿어 경칩이 되면 산이나 논의 물이 고인 곳을 찾아다니며 개구리 알을 건져 먹곤 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먹기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고로쇠나무나 단풍나무, 어름 넝쿨 등을 베어 수액을 마시는 것으로 이들 나무의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과 속병,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지금도 해마다 3월이 되면 많은 이들이 고로쇠 수액을 찾는데, 고로쇠 수액은 ‘봄철에 고로쇠만 꾸준히 마셔도 일 년 건강이 문제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갖고 있다. 지리산에서는 경칩에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은 ‘여자 물’이라고 해서 남자에게 더 좋고, 곡우 무렵 채취하는 수액은 ‘남자 물’로 여자에게 더 좋다고 여겨왔다. 고로쇠는 산후병이나 신경통, 위장병, 고혈압, 변비, 피부미용, 비뇨기 계통 질환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 경칩에 흙일하면 일 년 내내 탈이 없다고 해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았고, 경칩에 흙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믿었다. 보리 싹의 성장 상태를 보고 그해 농사를 예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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