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일본 앱 시장의 작은 거인, 위재철 GKproject 대표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 받고 써보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6개월 동안 매일 앱스토어를 드나들며 관찰했죠.”
2008년 10월, 일본에서 샀던 아이폰 3G가 그의 미래까지 바꿔놓을 줄 그때는 몰랐다. 일본에서 앱 개발사를 설립한 위재철 GKproject 대표의 이야기다. 그에게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등장은 쇼크였다. 이것이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가 리먼사태로 들썩였던 그때, 그는 외자계 금융기업 취업 목표를 접고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 때는 2009년 4월, 한국에선 아직 아이폰 열풍이 시작되기 전이었다. 앱 시장이 번창할 것이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학교 후배, 프로그래머 한 명과 함께 시작한 GKproject는 현재 10여명의 직원이 있는 연매출 10억(지난해 기준)의 회사로 성장했다.
▶ "일본에서 성공 못하면 미국에서도 똑같다"
GKproject(Global Korea Project)라는 회사 이름에는 한국인이 만든 앱과 서비스를 세계로 진출시키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위재철 대표의 장기 목표는 GKproject를 글로벌 기업으로 만드는 것.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던 그가 첫 발을 내딛은 건 일본 앱 시장이었다.
Q. 왜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나?
- 일본이 한국보다 시장규모가 매우 크고 사용자 구매력도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했기에, 이곳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이나 한국에 가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Q. 일본에서 경영하는 한국인으로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 한국인이라서 느끼는 어려움은 특별히 없었지만, 일본에서 훌륭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개발자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GKproject도 과거 개발자가 모두 퇴사하여 프로젝트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반면 일본에서 사업하는 한국인이기에 배울 수 있었던 점은 많다. 한·일 양국의 앱스토어에 모두 진출하며 다른 회사가 볼 수 없는 비즈니스 찬스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이 큰 장점이다.
Q. 이제 GKproject의 위기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사업 초창기에는 앱 시장이 한창 성장하던 때였지만 지금은 거의 포화상태이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전략이 중요하다고 보나?
- 당연한 말이겠지만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다. 이미 없는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앱이 존재하고, 게임도 고르고 골라야 할 정도로 많다. 다른 앱들이 눈치 채지 못한 점이나 부족한 점을 보완한 앱, 또는 좋은 기능만을 단순화시킨 앱을 개발하는 것이 전략이다.
Q. GKproject가 소규모 회사라는 점도 위기 중 하나일 것이다. 작은 회사의 장점도 있겠지만 앱 개발, 마케팅 등에 있어 큰 회사들의 자금력에 밀리는 것은 사실이다
- 큰 회사들에 비해 리소스는 모자라겠지만 우리는 한·일 양쪽시장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다. 특히 일본시장은 국내외 어떤 기업들보다 잘 안다고 생각한다. 또한 다른 기업들보다 이른 2009년부터 앱 오픈 마켓에 참가해, 적은 비용으로 앱 개발과 마케팅을 하는 노하우를 쌓았다. 작은 규모이기에 시장의 변화에 좀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자 전략이다.
Q. 일본, 한국 다음으로 진출을 노려볼 만한 국가가 있나?
- 문화적 이질감이 적은 아시아권 국가들이 북미, 유럽시장보다 비교적 승산이 높다고 생각한다. 세계 제1의 잠재력 시장인 중국과 떠오르는 시장 대만을 노려볼 만하다.
▶ "2014 한·중·일 게임 트렌드는 미드코어"
GKproject는 지난해 5월 이후 새로운 앱 출시를 하지 않고 모바일 카드배틀 RPG게임(Role-playing game: 역할수행 게임)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X CROSS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 런칭을 계획하고 있는 게임 소식에 대해 물었다.
Q. 'X cross'는 어떤 게임이며, 개발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 X CROSS는 카드 성장과 수집을 위주로 했던 기존 TCG(Trading Card Game)장르에 RPG(Role-playing game)요소와 액션요소를 더한 게임이다. 퀘스트를 진행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게임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올해 한·중·일 게임 트렌드가 ‘미드코어 RPG’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드코어 게임이란 단조로운 캐주얼 게임과 복잡한 하드코어 게임의 중간 정도에 있는 게임을 일컫는데, 일본에서는 앱스토어 상위 50개 중 30개가 미드코어 게임이다. 이중에서도 특히 카드 육성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이 인기다.
Q. 미드코어 게임의 인기가 많아질수록 경쟁도 더 심할텐데, 특별히 차별화를 두고 있는 점이 있다면?
- 일단 조작이 간단해 가볍게 게임을 즐기는 라이트 유저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하드코어 유저는 스킬을 빠르고 정교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 사용자에 따라 다양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캐릭터 일러스트에도 한·일 양국의 유명 작가들이 대거 참가했다. 일러스트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SD캐릭터들이 구사하는 화려한 스킬도 ‘X CROSS’ 만의 볼거리다. 이 외에도 다른 유저들과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콜로세움 시스템, 각각 별도 스킬이 장착된 무기·아이템 등 즐길거리가 매우 풍성하다.
Q. 현재 한국 앱 게임시장에서 카카오톡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일본에서도 라인의 인기가 높은데, 아무래도 이런 메신저 플랫폼을 가진 게임들과 경쟁을 해야 하지 않나?
- 한국시장의 경우 카카오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개발사의 수익구조 악화로 카카오톡을 이용한 출시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일본시장의 경우, 라인을 통한 출시보다 개발사나 퍼블리셔를 통한 직접 출시가 더 많고 실적도 좋은 편이다. ‘X CROSS’는 일본시장이 메인 타깃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직접 출시를, 한국에서는 한국 로컬 퍼블리셔를 통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 "일본 시장 진출, 이것만은 기억하라"
일본 앱 시장 규모는 지난해 5조 5천억 원으로 미국을 누르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아시아 국가임에도 일본 시장이 유독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뭐였을까? 한·일 양국의 앱 시장을 모두 경험한 위재철 대표가 생각하는 앱 시장의 앞날도 궁금했다.
Q. 일본에서 앱 시장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뭐였나?
- 퍼즐 앤 드래곤, 밀리언 아서, 라인 등 일부의 앱들이 전체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퍼즐 앤 드래곤‘ 앱 하나가 연매출 1조원 정도 된다. 주로 시장을 키운 것은 카드육성 요소를 기반으로 한 가챠 시스템(무작위로 아이템을 뽑는 시스템)을 가진 게임 앱이다.
Q. 한국에서 성공한 앱이 일본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일본시장에서 성공한 게임은 한국에서 어느정도 랭킹을 유지하는 반면, 한국에서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게임들은 일본에서 랭킹에 전혀 오르지 못하거나 올라도 금방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일본 앱 유저들이 현지화에 굉장히 민감한 까닭이다. 또한 풀 3D 기반 게임이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고 게임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아 거리감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Q. 앞으로 앱 시장은 어떤 흐름을 보일까? 어떤 게임이나 앱이 인기를 끌 것 같나?
- 유저들의 눈이 높아졌다. 획기적이거나 기발한 기획보다는 확실하고 퀄리티 있는 앱과 게임들이 살아남을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퀄리티가 상향평준화 되면 앱 개발·마케팅 비용이 높아져 신생 기업이 버티기 힘든 시장이 될 것이다. 결국 대기업이나 이미 성공한 기업들이 살아남는 구조가 될 것이고 그러면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Q. ‘세계 제 1의 앱시장’ 일본 진출을 꿈꾸는 이들도 많을 것 같다. 조언 한마디 부탁한다
- 한국 개발사 입장에서 일본은 같은 아시아권 문화일 뿐 아니라 시장 규모도 크기 때문에 매우 매력적인 곳이다. 하지만 일본 유저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행태가 존재하며, 또 그들의 문화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다른 면이 꽤 많다. 그런 부분들을 디테일하게 만족시키지 못하면 성공은 힘들 것이다.
한국에서 잘 안됐을 경우 일본시장을 노리는 경우도 많은데, 아까도 말했듯이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일본에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진출은 쉬운 게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일본진출을 노리지 말고 한국에서 앱과 게임의 가능성을 어느정도 인정받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 꼼꼼하게 준비하여 진출해도 늦지 않다.
일본에서 앱을 100여개 이상 개발한 위재철 대표가 말하는 ‘대박나는 앱’의 첫째 조건은 눈에 띄는 것. 한눈에 알기 쉬운 아이콘과 앱 이름, 매력적인 스크린샷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개발사가 유저들의 피드백에 얼마나 귀를 기울이고 이를 잘 반영하느냐 하는 것이 앱의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위재철 대표는 X CROSS에 대해서 “손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X CROSS가 과연 한·일 유저들의 손가락을 제대로 유혹할 수 있을지, 또 그의 예상대로 미드코어 게임이 계속 강세를 이어갈지 하반기 앱스토어를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