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넘은 상식, 음식 속에 감춰진 진짜 이야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옛말처럼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하는 사회 통념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더러는 자연스럽게, 더러는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변해 온 우리의 상식들. 이런 변화의 흐름에는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에도 예외가 없다. 그 동안 우리가 상식이라 믿어온 음식과 관련한 숨은 이야기를 소개한다.딸기, 제철은 언제인가요?
딸기의 제철을 물으면 많은 이들이 봄을 떠올린다. 새빨간 과육에 향긋하고 달콤한 딸기는 봄의 대명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원래 딸기는 5월 중순경인 초여름이 제철인 식물이다.
딸기가 국내에 들어온 후 1970년대까지는 딸기를 대부분 노지에서 재배했다. 하지만, 80년대 비닐하우스 재배 농가가 급증하고 딸기의 출하 시기가 빨라지면서 딸기의 제철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제철을 바꿀 정도로 딸기의 비닐하우스 재배가 많아진 것은 농가의 수익 때문이다. 딸기의 이른 출하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 농업기술의 발달로 요즘은 초겨울부터 딸기를 볼 수 있게 되었고, 가격의 변화는 있지만 사시사철 쉽게 딸기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추운 겨울에 딸기를 찾아 헤매었다는 효자 이야기는 현대에는 적용할 수 있는 진짜 옛 이야기가 되고 만 것이다.1등급 소고기의 불편한 진실, 마블링
2013년 제작된 MBC 다큐멘터리 ‘육식의 반란-마블링의 음모’는 방영 당시 사회에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마블링이 많은 소고기가 좋은 고기라는 한국인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1+, 1++ 등의 고급 육이 단지 몸에 해로운 고지방 육이라는 사실을 고발했기 때문이다. ‘육식의 반란’은 마블링의 허상과 함께 등급 도입과정에서의 국내외 담합을 다뤄 세간의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마블링은 육류를 연하게 하고 육즙이 많게 하는 지방의 분포를 말한다. 적당한 마블링은 고기의 맛을 높여주지만, 마블링이 많을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 우리나라 소고기 등급제는 건강에 해로운 저 품질의 고기를 가장 비싼 가격에 유통시키는 기현상을 발생시켰다. 마블링의 지방은 섭취 시 몸 속에 고스란히 쌓이는 포화지방산으로 건강에는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블링을 기준으로 한 소고기 등급은 미국 가축사육 업계와 옥수수 사료 업계의 담합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육식의 반란’은 국내에 도입되어서는 한우협회와 축협, 소고기 유통업계, 고급 음식점, 축산물품질평가원 등 관련 업계의 이해손실로 인해 지금에 이르렀다는 소고기를 둘러싼 불편한 진실을 밝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국내 시장을 점령한 갈색달걀, 흰색달걀은 어디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판매되는 달걀의 대부분은 갈색달걀이지만, 1980년대만해도 시중에 유통되는 달걀은 거의 흰색달걀이었다. 달걀의 색은 닭의 품종에 의해 결정되는데, 갈색달걀과 흰색달걀 사이에 영양학적 차이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갈색달걀이 국내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일까?
국내 달걀 시장에 흰색달걀이 사라지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한 관련업계 종사자는 갈색달걀의 우세 이유를 “흰색달걀은 난각과 난중의 양이 적어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평가됐고, 그 결과 달걀 유통업자들이 갈색달걀을 더 유통시켰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과거 양계 농장의 열악한 세척 시설이 갈색달걀 유통에 한 몫 했다는 주장도 있다. 갈색달걀에 비해 닭똥 등 껍질에 붙은 이물질이 눈에 잘 띄는 흰색달걀이 판매상과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아 갈색달걀이 많이 유통됐다는 것.
이 외에 껍질이 얇아 잘 깨지는 흰색달걀보다 껍질이 두꺼워 외부 충격에 강한 갈색달걀이 소비자와 유통업자들에게 선호 받아 국내 달걀시장의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 갈색달걀이 시중에 유통될 당시 사람들은 ‘토종닭이 낳은 달걀은 갈색이다’, ‘갈색달걀이 영양가가 더 높다’는 등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이 갈색달걀 선호로 이어졌고 결국 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불과 2~3년 전만해도 흰색달걀은 시중에 거의 유통되지 않아 부활절이 되면 흰색달걀을 찾아 헤매는 헤프닝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현재는 흰색달걀의 장점이 속속 밝혀져 시중 유통 수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흰색달걀은 닭의 사료효율이 갈색달걀을 낳는 닭보다 높아 동일 조건에서는 흰색달걀이 갈색달걀보다 저렴하고, 계란 껍질이 얇아 계란 속 내용물의 양이 많고 신선도가 오래 간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