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 길이 같다는 춘분, 올 해는 낮이 9분 더 길어
태양의 중심과 일치하는 날…세계 곳곳에 신비한 자연 현상 발생

춘분(春分)은 24절기의 네 번째 절기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결정되는 춘분 날짜는 매년 일정하지는 않지만, 3월 20일 혹은 21일이 되며 이 날부터 낮이 길어지기 시작한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이지만 실제 춘분의 낮과 밤의 길이가 매해 정확히 똑같진 않다. 춘분은 태양의 중심과 일치하는 시각을 따라 계산되지만, 일출·일몰 시각은 태양 윗부분이 수평선·지평선에 닿는 시각을 기준으로 해 실제 춘분의 낮·밤 길이는 태양 반지름만큼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춘분을 전후해서 봄보리를 갈았고, 담을 고치고 들나물도 캐어먹었다. 또, 춘분 당일의 날씨를 보고 그 해 농사의 풍년을 점치기도 했는데 춘분에 비가 오면 병자가 드물고, 춘분에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면 열병이 들어 만물이 자라지 못한다 하여 구름이 많고 어두운 것이 좋다고 여겼다. 이 외에 춘분 구름 색이 푸르면 충해를 입고, 붉으면 가뭄, 검으면 수해, 누런 색이면 풍년이 든다고 점치기도 한다.
왕조실록에는 춘분을 기준으로 조석 두끼를 먹던 밥을 세끼로 먹기 시작하고, 추분(秋分)이 되면 다시 두끼밥으로 환원해 해가 짧은 겨울 동안 세끼밥을 두끼로 줄여 양식을 아꼈다는 기록이 있기도 하다.
서양에서는 춘분부터 봄이 시작되었다고 보며, 기독교에서는 춘분을 부활절 계산의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 예수의 부활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날인 부활절은 춘분 후 첫 번째 보름 다음에 오는 첫 일요일로 올해 부활절은 4월20일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보리의 파종시기인 춘분 전후를 정초로 보고 신년 제례행사를 춘분으로부터 열흘 동안 진행했다고 한다.
고대 멕시코 사람들은 역시 춘분을 새해의 시작으로 믿었고, 지금도 그 믿음은 유지되어 춘분이 되면 멕시코 전국의 유적지와 에너지가 강한 곳들엔 새해 새 태양의 에너지를 받으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멕시코의 고대 신전 등 많은 건물이 춘분에 맞춰 신비한 현상이 나타나도록 설계되어 있어 지금도 그 놀라운 현상을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춘분의 신비한 자연 현상은 국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보31호인 첨성대(瞻星臺)는 춘분이 되면 태양이 남중(南中•해가 하늘 한가운데 온 순간)할 때 정 중앙에 뚫린 네모난 창문에 광선이 창문 속까지 완전히 비쳐 춘분 분점(分點)을 정확히 알려준다.
팔만대장경이 있는 가야산의 장경각 입구 역시 춘분에 얽힌 작은 비밀이 담겨있는데, 춘분과 추분 오후 3시경이면 장경각 입구의 동그란 문으로 들어선 햇살이 맞은편 지분 기와 사이로 내려서면서 땅에 연꽃 모양의 햇살이 생겨 3분간 연꽃이 땅에서 피어난다고 한다.
춘분에는 태양이 적도를 지나고 지구의 중력도 고르게 분포되기 때문에 1년 중 달걀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춘분 단 하루뿐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일본은 1948년부터 춘분과 추분을 ‘계절 변화를 앞두고 자연을 기리며, 생물을 소중히 하는 날’로 삼겠다는 취지로 공휴일로 지정하여 지키고 있다. 매년 ‘춘분의 날(春分の日)’이 되면 많은 일본인들이 조상에 성묘를 가거나 ‘하나미(花見)’라 불리는 꽃구경에 나선다.
파주시는 2007년부터 매년 춘분을 ‘식목일’로 지정하여 나무심기 행사를 열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땅이 일찍 녹고, 나무 새순도 빨리 싹트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어 춘분이 나무심기에 가장 적합한 날짜라는 이유에서다.
한편 춘분에는 태양간섭현상으로 인한 통신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 태양간섭 현상은 태양과 통신위성, 지구의 중계 안테나가 일직선으로 놓일 때 위성신호보다 훨씬 큰 태양전파가 통신망에 영향을 미쳐 일어난다. 이 기간에는 위성을 이용한 국제통신 회선에 잡음이 생겨 국제전화 및 위성방송의 송·수신 품질이 떨어지거나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태양간섭 현상은 매년 춘분과 추분을 전후해 매일 수초에서 10여분간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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