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중국이 점령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한국 산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화 가능한 기술을 우선적으로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 게진됐다. 두 국가와 비교해 기술과 자본,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만큼, 이들을 따라가기 보단 한 가지라도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현규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인공지능 사업단장은 13일 지능정보산업협회(AIIA)와 지능정보기술포럼(TTA ICT 표준화포럼 사업)이 공동 주최한 조찬포럼에서 “미국과 중국이 90%를 차지하고 있는 AI 시장에서 3위 이하를 기록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연구실을 벗어나 실질적으로 다양한 사업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ITP는 기술 경쟁 강화를 위해 올해 ‘차세대 AI’를 개발하고 내년 산업 분야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단장에 따르면 현재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은 개방형 시스템을 통해 AI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무상으로 제공해 기술경쟁력을 가져가고 있고 중국은 자국 내에서만 데이터와 기술을 공유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두 국가가 이러한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국가 규모에서 나온다. 기술과 자본이 뛰어나고 기술을 수용할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비교해 한국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술 개발에 투자할 여유 자본이 많지 않고 시장 역시 크지 않다.
차세대 AI는 이러한 자본과 시장 싸움에서 벗어나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IITP가 꺼내든 묘수다. 많은 데이터를 요구하는 딥러닝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AI 모델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과 데이터 싸움에서 이길 수 없는 형편을 고려해 적은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사용하더라도 기존 AI와 비슷한 성능을 낼 수 있는 알고리듬을 만들어 기술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IITP는 차세대 AI에 탑재할 신뢰성 검증 기술도 강화하고 있다. AI 활용 결과를 투명하게 설명하고 인간에게 공정하고 호의적인 결과를 창출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병행 중이다.
이 단장은 “차세대 AI는 소량의 학습데이터를 이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학습 결과를 인간 지식과 결합해 활용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모델”이라며 “추론을 통해 학습하지 않은 지식도 알아서 학습해 자동으로 진화하는 AI”라고 설명했다. 이어 “AI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신뢰성 확보도 필요한데 중견·중소 기업이 이 분야에 투자하긴 쉽지 않은 분야니 이 부분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IITP는 디지털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차세대 AI 모델을 실제 사업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철도 사고 시 후속 열차 지연확산 예측 ▲개인 맞춤형 교육을 위한 과정중심평가 기술 ▲반도체 플라즈마 공정해석을 위한 고속화 예측 ▲초격차 신품종 육종 기간 단축 기술 ▲탄소중립을 위한 지능형 에너지 중개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단장은 “글로벌 강대국과 경쟁하기 위해 AI 원천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산업적으로 해결책이 없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에 대해선 현장 데이터 전문가 역할이 중요하므로 다양한 각도에서 기술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