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연뷰]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무대 위에 조승우는 없었다

기사입력 2021.02.13.10:00
  • 조승우가 궁금했기 때문에 선택한 뮤지컬이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조승우의 모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오직 세르반테스이자, 돈키호테(알론조)만이 '라만차'에 존재할 뿐이었다.
  •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리뷰 /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리뷰 /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2월 2일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프로듀서 신춘수, 연출/안무 데이빗 스완)는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명작 소설 '돈키호테'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자신을 '돈키호테'라는 기사로 착각하는 괴짜노인 '알론조 키하나'와 그의 시종 '산초'의 모섬을 통해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더욱 정확히는 작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를 그리는 모습을 극 안에서 또 다른 극을 연출하는 형태로 보여주는 액자식 구성의 작품이다. 이에 극을 이끌어가는 주인공은 각각 작가이자 배우인 세르반테스가 되기도 하고, 세르반테스가 쓴 연극 속 '돈키호테'가 되기도 하는 것. 이날 세르반테스이자, 돈키호테가 되어 무대에 오른 것은 조승우였다.

  • 극 중 세르반테스는 극작가이자, 시인이면서, 배우, 그리고 세무관이기도 한 인물로 수도원이 세금을 거부하자 교회에 차압증서를 붙여 감옥에 끌려오게 된다. 종교재판을 앞두게 된 것. 하지만 이에 앞서 감옥에서도 죄수들에 의한 재판이 벌어진다. 세르반테스는 본인이 쓴 연극을 연출하는 모습으로, 자신을 변호하고자 한다.

    그렇게 연극 '돈키호테'가 시작된다. 또다른 죄수들 역시 극에 출연자가 되어 또 다른 이름을 부여받는다. 죄수들의 우두머리 역할을 하는 '도지사'는 착하고 동정심 많은 여관주인으로 분해 극과 그 매력을 오가며, 한 여인은 '알돈자'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이들 외에도 까라스코, 신부, 이발사, 안토니아(알론조의 조카), 가정부 등 각양각색 캐릭터를 부여받은 인물들이 각각 플레이를 펼친다.

    그리고 세르반테스는 은퇴 후 밤낮으로 책을 읽던 '알론조'에서 미쳐돌아가는 세상에 분노하고, 자신을 기사 지망생 '돈키호테'로 착각하는 삶을 산다. 한 마디로 본인이 미쳐버린 것. 그는 풍차를 괴수로 착각하기도 하고, '성'으로 착각한 여관을 찾아 여관주인에게 성주라고 부르는 등 미친 행동을 이어간다.

  • 조승우는 세르반테스에서 돈키호테가 되어 가는 과정을 '목소리'를 통해 오롯이 담아내 귀를 사로잡는다. 분장이 하나씩 더해질 수록 그는 세르반테스의 모습을 지우고, 기사지망생 돈키호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 특히 각 넘버를 부르는 상황에서 할아버지의 목소리로 짙은 호소력을 만들어내며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조승우를 지우고 그저 그 캐릭터로서 완벽히 보이게 만드는 디테일한 연기력과 재치있는 입담과 마주한 순간, '대체불가'라는 수식어가 절로 떠오른다. 극을 마치고 난 다음에도 '그분의 생각뿐'이다.

    또한, 산초 역의 정원영과는 시종일관 유쾌한 티키타카로 케미를 더했으며, 알돈자 역의 윤공주와도 완벽한 호흡을 선사, 오롯이 기사를 꿈꾸는 할아버지 '돈키호테'의 상황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특히 윤공주는 파워풀한 가창력은 물론이고, 시간이 흐를 수록 강인한 여성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진정성있게 담아내 감탄을 자아낸다.

    여기에 각 앙상블 배우들이 극 안에서 또다른 극의 역할을 부여받게 되는 만큼, 더욱 현장감 넘치게 연출된 무대 구성이 몰입감을 높여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렇게 완성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돈키호테'가 선사했던 해학처럼, 관객들을 웃게도 만들고, 눈물 짓게도 하는 등 감동과 여운을 고스란히 전한다.

  • 무엇보다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닌, '이룰 수 있는 꿈'이 되고, 이를 통해 또 다른 현실을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는 미쳐버린 세상에서 미치지 않고 현실을 살아가는 것이 과연 행복할까라는 말과 함께 많은 관객들에게 위로를 선사한다.

    세르반테스가 연출한 '돈키호테' 속 알론조는 미쳐버린 '돈키호테'가 되고, 기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미친 사람만이 꿈을 꿀 수 있는걸까. 하지만 꿈을 꾸는 돈키호테는 누구보다 행복한 미래를 그린다.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그 꿈을 꾸고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고, 그게 그저 나의 길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극 말미 거울기사와 마주한 돈키호테는 정신을 찾고 알론조로 돌아온다. 그저 죽을 날을 기다리는 병약한 노인이다. 이때 돈키호테가 만난 알돈자가 찾아온다. 알론조는 알돈자를 기억하지 못하고, 알돈자는 돈키호테가 자신에게 해준 말을 전하며 기억을 촉구한다. 그리고 '이룰 수 없는 꿈'을 꾸는 돈키호테가 돌아온다. 자신이 알론조로서 잠결에 꿈을 꾼 것이 아닌, 실제 돈키호테로 모험을 했고, 기사의 꿈을 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결론부터 말하면 돈키호테는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알론조가 아닌, 꿈을 꾸는 돈키호테로 죽었기에 행복함을 품고 떠날 수 있었다. 돈키호테의 삶은 이렇게 끝을 맺었지만, 그의 진심은 알돈자에 닿아, 알돈자는 '둘시네아'라는 돈키호테가 준 이름으로 살아갈 다짐을 한다. 알돈자가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름이었다면, 둘시네아는 꿈의 이름이었다. 이제는 꿈을 꾸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꿈이 현실에 닿은 순간이다.

    꿈과 희망을 전하는 '돈키호테'의 외침 속에서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오는 3월 1일(월)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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