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제시 1년 자율 선택 및 유예도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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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디지털교과서(이하 AIDT) 발행사들이 ‘초·중등교육개정안’에 대해 기업의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AIDT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격하하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13일 천재교과서, 천재교육, 구름, 와이비엠,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 에누마 등 발행사는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AI 디지털교과서, 교과서 지위 유지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AIDT 법적지위가 교육자료가 되면 교육 질과 균등성이 침해될 것”이라며 “초·중등교육개정안의 전면 백지화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AIDT를 원안대로 학교 현장에 도입한다면 미래교육을 뒷받침해 AIDT 품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교육부가 제시한 1년 자율 선택 및 유예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AIDT는 올해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과몰입, 문해력 저하 등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자 야당이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초·중등교육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 의결돼 지난 10일 정부로 이송했다.
정부는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이다. 교육부는 AIDT 국회 개정안 재표결 결과와 무관하게 올해 1년 간은 당초 계획했던 의무 도입이 아니라 각 학교에서 선택해 AIDT를 사용하고 도입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이날 발행사들은 AIDT는 2023년 10월 대통령령을 통해 ‘교과서’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강조하면서 AIDT 교육 자료 격하와 교육부가 제시한 AIDT 선택 사용을 전면 백지화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만약 AIDT가 교육 자료가 된다면 예산, 품질. 개인정보, 학습 격차 등 다양한 문제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AIDT는 발행사들은 AIDT 교과서는 검정 심사기준에 따라 만들어졌고, 검정에 통과된 AIDT는 기준 이상의 품질을 가지고 있는 교과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AIDT가 교과서 지위가 아닌 교육자료가 된다면 엄격한 검정 절차가 없어지기 때문에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발행사나 개별 학교에 품질 관리가 맡겨지기 때문에 품질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이 짊어지게 된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 정보기술 능력을 익힐 기회가 불균형하게 제공될 수 있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할 경우 이를 선택한 학교와 학생들은 학습 자료로 AIDT를 사용하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의 학생들은 사용할 수 없다. 교육 격차가 발생하고 디지털 맞춤 학습 기회 균등성도 저해된다.
여기엔 부의 논리도 적용된다. AIDT가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경우 구독료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발행사들에 따르면, 교과서의 경우 저작자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저작물을 교과서에 실을 수 있다.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를 통해 공표된 저작물을 적정 수준의 보상금을 지급하고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참고자료로 격하되면 저작자의 동의를 구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고 저작료가 많게는 수십 배까지 오른다. 그만큼 콘텐츠 비용 부담이 높아진다. 결과적으로 발행 자체 비용이 커져 구독료 자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교육자료인 AIDT를 활용하기 위해선 학교 예산이 사용되므로 부에 따른 교육 격차도 발생할 수 있다.
개인정보도 문제다. 현재 AIDT는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 중등급 이상을 의무적으로 획득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자료가 되면 이러한 의무도 사라지게 된다. 발행사들은 “학생들의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되는 체계가 완전히 사라진다”며 “개인정보를 정부가 법적 규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번 공동 성명을 주도한 박정과 천재교과서 대표는 “교육 자료 격하는 검정 절차를 모두 거친 교과서 발생사들의 법적 지위를 소급해 박탈하는 것”이라며 “헌법 제13조 제2항에 따르면 국민의 재산권을 소급해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어 헌법 규정에도 이는 위반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발행사들은 AIDT 교육 자료 격하가 전면 백지화되지 않는다면 법정 소송을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AIDT 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수백 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며 “개정안이 통과되면 개발비 회수와 서비스 개발·운영·관리 인력에 투입된 비용이 고스란히 손해로 남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AIDT 지위가 교육자료로 격하되면 업체 생존권 문제가 생긴다”며 “헌법소원, 행정소송, 민사소송 등 법적 구제 절차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내놓은 1년 도입 유예 자율 선택안에 대해서도 발행사들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정부 정책 변경으로 인해 손해 입은 것에 대한 민사소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AIDT 구독료 산정에 대해 현재 3차 가격 협상까지 진행했다. 현재 AIDT의 법적 지위 문제가 발생해 구독료 산정 진행도 잠정 중단된 상태다.
- 구아현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