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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여행이 N번째라면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모라비아’

기사입력 2024.08.09 17:41
  • 모라비아 들판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파켈리아 타나케티폴리아'
    ▲ 모라비아 들판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파켈리아 타나케티폴리아'

    체코를 말하면 '프라하'만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체코에는 프라하 이외에도 숨은 보석 같은 여행지가 곳곳에 있어 찾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체코는 크게 서부의 보헤미아와 동부의 모라비아 지방으로 나뉜다. 프라하 여행을 마치고 프라하가 있는 보헤미아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는 모라비아의 남부로 이동했다. 이동 시간은 프라하에서 차량으로 세 시간이 조금 안 걸린다. 

    5월 말~6월 초 모라비아에서 볼 수 있는 비경 ‘보랏빛 융단’

    모라비아는 모라바강이 흐르는 체코의 동부 지역으로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로 농업과 임업이 발달했다. 산지로 둘러싸인 보헤미아 지역과는 다르게 모라비아는 낮고 너른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 모라비아의 너른 평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비아의 너른 평원(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비옥한 토지와 온화한 기후로 특히 농업과 목축이 발달해있다. 모라비아의 너른 평원은 마치 윈도우 바탕화면에서나 보던 모습이다. 그 풍경이 눈앞에 실재하는 것을 보니 오히려 컴퓨터 그래픽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 모라비아 들판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파켈리아 타나케티폴리아' (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비아 들판을 보랏빛으로 물들인 '파켈리아 타나케티폴리아' (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체코 모라비아를 방문하는 계절이 여름(5월 말~6월 초)이라면 들판에서 '파켈리아 타나케티폴리아'라는 보라색 꽃을 피우는 식물이 만들어내는 보랏빛 들판을 만나볼 수도 있다. 이 식물은 주로 여름에 꽃을 피우며, 개화기가 되면 드넓은 들판에 자연산 보라색 카펫을 만들어낸다. 광활한 보라색 들판이 보이면 누구라도 이끌리듯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게 되는데 인생 사진 한 장은 무조건 건질 수 있다.

    모라비아에서 꼭 만나봐야 할 희대의 역작 <슬라브 서사시>


    모라비아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은 '모라브스키 크롬로프(Moravský Krumlov)'다. 작고 한적한 소도시이지만 모라브스키 크롬로프를 가야 하는 이유는 체코의 세계적인 화가 알폰스 무하의 대표작인 <슬라브 서사시>를 전시 중이기 때문이다. 모라브스키 크롬로프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알폰스 무하의 <슬라브 서사시>를 숨겨두었던 곳이라고 한다.

  • <슬라브 서사시>가 전시 중인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슬라브 서사시>가 전시 중인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슬라브 서사시>는 아르누보 양식의 선구자이자 유럽 미술을 선도했던 화가 알폰스 무하가 그려 낸 작품들이다. 내부에는 <슬라브 서사시>가 20점으로 전시되어 있다. <슬라브 서사시>는 약 20년에 걸쳐 완성된 알폰스 무하의 대표작으로 체코의 역사와 민족애를 담은 연작이다.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20점의 작품을 연작으로 구성해서 <슬라브 서사시>라고 부른다.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알폰스 무하는 고향 모라비아를 떠나 프랑스 파리에서 상업 미술로 성공한 후 쉰 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이 진짜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 그게 바로 <슬라브 서사시>다. 인생에서 쌓은 모든 경험과 미적 기술을 쏟아부어 자신의 민족과 역사를 그림으로 기록했다. 알폰스 무하는 젊은 시절에 생계를 위해 상업 미술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슬라브 서사시>는 알폰스 무하가 파리에서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 성공한 후에 체코와 슬라브 민족의 정체성을 응집해서 담고자 했던 필생의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작품을 천천히 하나씩 보고 있으면 고대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거슬러 슬라브 민족의 역사로 기나긴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든다. 그림 앞에 서면 누구나 무하만의 독특한 아우라에 압도되고 만다.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작품 전시관에 입장하면 가장 먼저 만나볼 수 있는 첫 번째 작품에서는 무하가 이 첫 작품에 얼마나 자신의 슬라브 민족의 혼을 불어넣고 싶어 했는지가 느껴진다. 작품은 3세기에서 6세기 사이 농경 민족이었던 슬라브 민족의 생활상이 담겨있다. 작품은 1912년 작으로 <원래의 고향에서 살고 있던 슬라브족의 초상들 : 투란족의 채찍과 고트족의 검 아래서>이다. 그림의 위쪽은 고대 슬라브 민족이 살던 마을인데, 마을은 불에 타고 가축은 빼앗기고 있다. 밧줄로 묶인 젊은이들은 노예 시장으로 끌려간다.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끔찍한 일이 벌어진 밤에 살아남은 사람은 그림 아래쪽에 있는 남녀 한 쌍은 전쟁으로 인한 고난을 예견하는 듯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다. 거대한 사이즈의 원작 앞에서 서서 무하의 작품을 보니 대작의 위엄이 느껴진다.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작품은 15번째 그림이다. 이 작품에는 16세기 당시 슬라브 민족의 종교적 상황이 담겨있다. 작품명은 <이반치체에서 최초의 체코어 성경 크랄리츠카 성경을 인쇄 : 신이 우리에게 언어라는 선물을 내리다>이다.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모라브스키 크룸로프 성 내부 <슬라브 서사시> 전시 모습(사진촬영=서미영 기자)

    이 작품은 알폰스 무하의 고향인 이반치체를 묘사한 그림이라고 한다. 알폰스 무하에게 고향 이반치체는 아주 의미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 자신을 청년의 모습으로 그림 속에도 남겨놨다. 그림의 배경을 가을로 설정해 짧은 평화의 시대 이후 곧 종교 전쟁이 일어날 것을 표현한 그림이다. 아프고 고된 역사를 담고 있지만 부드러운 화풍과 따뜻한 색감으로 표현되어 있다. 

    모라비아에 왔다면 한 번쯤 맛봐야 할 체코식 찐빵 '크네들리키(Knedlíky)'

    모라브스키 크롬로프에서 브르노(Brno)로 이동하는 길에 모라스브키 크레들리키를 맛 볼 수 있다는 한 레스토랑에 방문했다. 내가 방문한 곳은 ROKITEN 호텔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크네들리키는 체코 전통 요리 중 하나로 주로 감자나 밀가루로 만들어지는 덤플링이다.

  • 체코식 찐빵 '모라프스케 크네들리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 체코식 찐빵 '모라프스케 크네들리키'(사진촬영=서미영 기자)

    모라프스케 크네들리키(Moravské knedlíky)는 모라비아 지역 특유의 크네들리키로 안에 고기나 자두, 살구 같은 과일을 채운 것이 특징이다. 위에는 계피 가루가 듬뿍 올라가 있다. 과일로 속을 채운 크네들리키는 당도가 높기 때문에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궁합이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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