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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컨테이너에 車 3대 넣어 수출 돌파구 찾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다차종 혼류생산도 강점

기사입력 2023.05.18 23:30
  • 르노코리아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수출 차량 컨테이너 적입 모습 / 성열휘 기자
    ▲ 르노코리아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수출 차량 컨테이너 적입 모습 / 성열휘 기자

    지난 17일 오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신호지구 르노코리아자동차(이하 르노코리아) 부산공장 내 그린센터 옆 도로에서는 신차를 컨테이너에 싣는 작업이 바쁘게 이뤄지고 있었다.

    나란히 놓인 2대의 40피트 컨테이너 화물차 뒤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다. 이 경사로를 아직 번호판도 달리지 않은 빨간색 르노코리아 소형 SUV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신차가 후진으로 올라섰다. 컨테이너 안쪽 깊숙이 차가 자리 잡자, 작업자들이 벨트와 고정목으로 차체를 단단히 붙들어 맸다.

    곧바로 이 차의 보닛과 앞 유리 위편에는 약 30도 각도의 랙(선반)이 설치됐다. 이어 또 다른 XM3 1대가 전진해 랙에 올라서며 앞차와 포개진 모양이 됐다. 뒤이어 세 번째 XM3가 두 차량 뒤에 고정되면서 약 25분에 걸친 컨테이너 선적 시연이 종료됐다.

    컨테이너에 실린 차는 약 10㎞ 떨어진 부산항으로 옮겨져 컨테이너선을 통해 프랑스 서북부 르아브르항으로 향한다. 이달에만 약 1700대를 더 보낼 예정이다.

  • 르노코리아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수출 차량 컨테이너 적입 모습 / 성열휘 기자
    ▲ 르노코리아 XM3(수출명: 르노 아르카나) 수출 차량 컨테이너 적입 모습 / 성열휘 기자

    르노코리아가 이런 컨테이너 수출을 결정하게 된 건 자동차 운반선의 이용 비용이 급격하게 오른 탓이다. 비용을 지불해도 배를 배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수출이 어려워진 르노코리아는 정부와 부산시 등 유관기관에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대안으로 컨테이너 선적이 선택됐다. 그간 컨테이너 운송은 차체 손상 우려로 양산 신차의 운송 방법으로 선택되지 않았다. 하지만 르노코리아는 차체 손상 없이 신차를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전체 수출 물량의 10%를 컨테이너에 할애했다.

    컨테이너 한 대에 실리는 XM3는 총 3대다. XM3보다 크기가 큰 중형 SUV QM6는 두 대가 최대 선적량이다. QM6의 경쟁차인 KG모빌리티 토레스도 2대 밖에 실리지 않는다. 컨테이너 가격은 정해져 있어 최대한 많은 차를 적재할수록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르노코리아는 프랑스 물류업체 세바로지스틱스와 함께 컨테이너에 XM3 3대를 싣는 방법을 고안했다. 엇갈려서 차를 실을 수 있는 이 특수 구조물은 특허까지 받았다.

    르노코리아 이선희 담당은 "컨테이너 운송으로 물류비용도 차 한 대당 10%가량 줄어들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벨기에 지브뤼헤와 멕시코, 호주, 중동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등으로도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르노코리아 엔진 공장 AGV 운반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 르노코리아 엔진 공장 AGV 운반 모습 /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공장 안에는 작은 로봇인 AGV(Auto Guided Vehicle, 자동부품 공급장치)가 바쁘게 움직이며 각종 부품을 옮기고 있었다. AGV가 가져다준 부품은 작업자가 태블릿PC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작업한다. 공장에선 AGV를 220여대 운영하고 있다.

    조립 라인 위에는 XM3와 QM6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다. 수많은 부품 중 어떤 것이 어느 차에 사용되는지 헷갈릴 법도 하지만 작업자는 대수롭지 않게 차를 조립했다.

    이해진 르노코리아 제조본부장은 "부산공장은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4개 플랫폼 8개 차종을 생산할 수 있고, 내연기관은 물론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며, "AGV를 활용해 각 부품이 섞이지 않게 해 여러 차종을 한 번에 생산하는 게 르노 부산공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 르노코리아 조립 공장(위), 수출 차량 조립 검사(아래) /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 르노코리아 조립 공장(위), 수출 차량 조립 검사(아래) / 르노코리아자동차 제공

    여러 차종을 한 라인에서 만드는 혼류생산의 장점은 생산성 극대화다. 르노그룹 내 공장 중 부산공장의 경쟁력은 최상위권에 속한다. 르노그룹은 매년 공장별 품질 관리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PHC(Plant Health Check)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부산공장은 지난해 5.0점 만점에 품질은 4.7점, 공정관리는 4.4점을 받았다. 이는 스페인 팔렌시아, 바야돌리드 공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자동차 100대당 품질 부적합 건수를 뜻하는 DPHU(Defect Per Hundred Units) 지수는 2021년 56에서 지난해 39로 낮아졌고, 올해는 1월 35, 2월 34, 3월 33으로 하향 추세다. 그룹 공장 가운데 2위의 성적이다. 고객 관점에서 실시하는 품질 검사인 SAVES(Short Alliance Vehicle Evaluation Standard) 지수는 0.67로, 르노그룹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았다.

    이런 생산성은 2245명의 근로자가 만든다. 이들은 주야 2교대 근무로 차를 생산하는데, 3교대로 근무할 경우 최대 생산 능력은 연간 30만대 수준이다. 부산공장은 2010년 27만5268대로 정점을 찍은 후 부침을 겪다가 2017년에 26만4037대로 회복했다가 2020년에 다시 11만4721대로 줄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부산공장이 2교대 근무를 유지할 수 있는 연간 최소 물량은 UHP(시간당 생산량)에 따라 연간 15만~20만대"라며, "부산공장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수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공장은 2020년 6월부터 수출 전략 차종인 XM3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생산량은 16만대 이상으로 회복됐다. XM3는 2020년 7월 칠레를 시작으로, 현재 전 세계 54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유럽 도로에서 만날 수 있는 르노 아르카나는 모두 부산에서 만든 차다. 지난해 9만8861대가 수출됐다.

  • 르노코리아 이해진 제조본부장이 부산공장을 설명하고 있다. / 성열휘 기자
    ▲ 르노코리아 이해진 제조본부장이 부산공장을 설명하고 있다. / 성열휘 기자

    르노코리아는 현재 중국 지리자동차와 볼보자동차가 협력해 만든 CMA 플랫폼을 활용한 신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형(유럽 D세그먼트) 세단 또는 크로스오버 형태로 만들어질 이 차에는 회사의 앞날을 비춰줄 것이라는 의미에서 '오로라'라는 프로젝트명이 붙었다.

    현재 부산공장 한편에는 오로라 생산 설비를 갖추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곧 설비가 들어오고 내년 하반기에는 모든 장비가 설치될 예정이다. 오로라 프로젝트의 첫 차는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가솔린)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시대도 준비한다. 이 본부장은 "전기차로 가는 대세를 막을 순 없고, 우리처럼 공장이 하나밖에 없는 회사가 전기차로 전환하기에는 아직 시기가 빨라 전환할 수 있는 라인업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로 보인다"며, "혼류생산으로 전기차까지 담당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이어 "르노그룹 내 상위 경쟁력을 바탕으로 오로라 프로젝트로 생산 우위를 가져가면서 전기차 전환, 공장 디지털화 등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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