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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화되는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 현상은 자연스럽게 식량 안보에 대한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전 세계는 우리 먹거리와 직결되는 농업 분야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디지털 농업'을 해결책으로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농업이란, 농업 현장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결합해 네트워크, 데이터 기반의 융복합 사업으로 거듭난 농업 체계를 뜻한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에 수확하는 현재의 전통적인 농업 방식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생산성과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게 됐다.
김학진 서울대학교 교수는 "디지털 농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라며, "다만 어떻게 하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농업을 이용하면 "초보 농부일지라도 수십 년 경험을 가진 농부보다 나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김 교수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농업생명과학대학 바이오시스템공학과와 글로벌 스마트팜 융합전공을 겸직하고 있다. 빠르게 발전하고, 각광받고 있는 디지털 농업 분야에 대해 김학진 서울대학교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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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교수님, 자기 소개 부탁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바이오시스템공학과와 글로벌 스마트팜 융합전공을 겸직하고 있는 김학진 교수입니다. 농업기계 자동화 기술과 스마트팜 연구에 필요한 센서, 제어기 개발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농업 자동화 및 제어 과목과 정밀농업 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 테마로는 사람의 조작 없이 농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무인 자율주행 트랙터와 온실 내 양액의 영양분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양액관리기, 드론을 이용해 농작물의 생육상태를 모니터링하는 기술 등 스마트농업 생산시스템 개발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Q. 서울대학교 글로벌 스마트팜 혁신인재양성 교육연구단의 구체적인 활동 방향과 단장으로서 현재 맡고 계신 역할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본 교육연구단은 미래 스마트농업을 이끄는 지성과 품성을 겸비한 창의융합 학문후속세대 인재를 양성해, 세계 스마트팜 연구와 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0년 9월에 신설된 농학-공학-인문사회 융합 학문인 서울대 글로벌 스마트팜 융합전공을 기반으로, 종자생명-정밀농업-농기계-농업환경-시설공학-농경제-농교육을 전공한 총 19명의 교수진과 석사-박사-석박사 통합과정에 있는 총 50명의 대학원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교육연구단은 4차 산업혁명의 근간을 이루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정보공학 등의 새로운 학문을 전통적인 농업 학문에 효율적으로 접목해 세계 최고의 스마트팜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에서는 산학간 인턴쉽 프로그램을 운영해 대학원생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고, 캡스톤 디자인 프로젝트 교과목을 통해 스마트팜 산업체 문제해결형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단장의 역할은 본 교육연구단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전문 교육 연구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과 교육 수강 진도 점검을 하고, 수행하고 있는 연구활동이 성공적으로 현장 및 관련 산업에 적용될 수 있도록 유기적 산학연 네트워크를 관리운영하고 있습니다.
Q. 작년 네덜란드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 3회 국제 농업인공지능 챌린지’에서 ‘글로벌스마트팜혁신인재양성 교육단 (CALS_SF)’ 팀이 최종 4위를 차지했습니다. 대부분의 팀이 글로벌 IT 기업의 전폭적 지원을 받은 기업 엔지니어와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것과는 달리, CALS_SF팀은 학생들로만 구성되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는데요. 학생들로만 구성된 해당 팀이 최종 4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취한 전략은 챌린지에 주어진 서로 다른 두 가지 미션에 적합한 전공영역 학생을 구별해 배치하고, 각 그룹별 팀장 선정 후 주기적인 점검과 토론에 의한 문제해결 방안을 도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미션인 상추의 RGB 대여과 깊이 정보를 가진 카메라 영상을 이용해 상추의 무게, 잎의 면적 등의 생육정도를 알아 내는 것은 영상처리와 AI 모델 코딩 경험이 있는 학생이 담당하도록 했으며, 두 번째 미션인 온도·광·재식밀도·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하면서 작물의 생산량을 시뮬레이션해서 최대화할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하는 일은 온실환경 조절 연구테마를 가진 학생과 함께 원예학분야에서 작물재배를 수행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을 배치했습니다. 단순히 시뮬레이션 결과값을 보고 시행착오로 여러 변수를 찾아내는 방법보다는 재배조건과 시설재배 환경에 대한 실험적 경험을 가진 유경험자를 투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약했던 우리 팀이 나름대로 선방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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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중 기억나는 것은 두 번째 미션인 작물생육 시뮬레이션에서 기대했던 결과가 경진대회 전까지 나오지 않아 고생을 했는데, 시설 작물재배의 경험이 있는 한 학생이 통계적 분석에 몰두하지 않고 재배자 관점의 직관적인 방법을 제시했더니 그 결과가 크게 개선됐던 일입니다. 해당 경험을 통해 우리가 이론적으로 숫자와 데이터 분석에 몰두하기보다는 작물의 생리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즉, AI 모델은 사람의 경험과 직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입하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Q. 급격한 기후 변화와 농경지, 자원의 고갈 등 점점 어려워지는 농업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디지털 농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디지털 농업과 스마트팜이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먼저 스마트팜은 스마트농업 또는 디지털농업이 구현되는 노지, 온실, 축사와 같은 적용 대상을 일컬어 두고 정의되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농업은 기존 농업기술에 ICT융합 첨단공학기술을 접목해 종자-육묘/파종-관리-재배-수확에 이르는 생산단계에 최적 생산성 확보는 물론 가공-유통-식품소비-경영까지 농업의 전후방 산업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농업 생태계 전반에 걸친 스마트화로 산업의 경제 가치사슬을 높이는 정보기반 신개념 농업입니다.
디지털농업은 기존 농업기술에 ICT융합 첨단공학기술을 접목한 종자-육묘/파종-관리-재배 등으로 일반적인 스마트농업과 유사한 개념이나, 디지털 농업은 빅데이터와 AI 등의 첨단 기술을 접목하여 축적된 데이터 기반으로 얻어지는 처방과 관리기술에 강조점을 둔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Q. 해외 농업 선진국들과 비교해 국내 디지털농업은 어느 정도의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장비 측면에서는 국내 농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생산에 필요한 자동화, 노동력 절감에 기여하는 기계화 수준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만, 국내 대형 농가에 요구되는 기계규모나 시스템 운영에는 국내 개발 기술이 상대적으로 선진사 제품에 밀린다고 보입니다.
특히 앞서 말씀 드렸던 디지털농업의 강조점인 데이터 축적과 관리, 활용 측면에서는 네덜란드의 시설재배나 미국의 노지 정밀농업과 비교하면 많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네덜란드는 프리바와 같은 시설환경제어와 양액관리 시스템이 국내 대형 농가에 도입되면서 그 기업은 설치운영 관리를 직접하고 재배하면서 얻어지는 각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시스템에 적용하거나 더 나은 제품개발에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노지 재배작물에서는 위치별 파종량 정보, 수확량, 비료 투입량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그에 따른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영농서비스 기업이 많이 생기면서 농사를 짓는데 농민의 경험보다는 수집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방, 의사결정을 제시하는 기업서비스가 생기는 측면에서 보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입니다.
Q. 성공적인 디지털 농업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선제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이며, 해당 기관, 단체, 정부 등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디지털농업이 가진 종래 농업보다 더 넓은 영역이 관계되는 것을 고려한 관련 부처 연계 농업 관련 정책 수립(농축산식품부-과학기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부 등 범부처)이 필요합니다.
선진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디지털 농업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료, 농약, 농기계 등의 농자재를 효율적으로 투입하기 위한 처방관리 기술 등의 SW 기술을 보유하고 AI 컴퓨터에 탑재하여 영농솔루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민간기업을 지원하고 육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농산업정책이 수립 되어야 하며, 기존의 농산물 수출중심에서 첨단 농자재와 영농솔루션 기술을 포함하는 농업 전후방산업 아이템이 수출할 수 있는 전략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내 디지털 경쟁력은 인프라 측면에서는 분명히 높지만 디지털농업 기술의 핵심인 의사결정에 필요한 작물 생육, 토양, 기상의 정보, 농축산물 수확량 등의 데이터 보유는 미비하여 관련 알고리즘 개발에 있어서는 선진국 대비 열세합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최근 몇 년 동안 정부는 노지 스마트팜 시범사업, 스마트팜 혁신밸리 등 스마트농업 기술의 확산과 현장적용에 집중해 왔는데요. 자칫하면 해외 선진사의 우수 디지털농업 기술을 지역 간에 경쟁적으로 빠르게 도입하게 되게 되어 상대적으로 열세인 국내 연구개발 아이템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연구되고 있는 기술을 사업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관련 빅데이터와 충분한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해 선진국 대응수준의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당 사업의 목표와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디지털농업에는 자율주행, 로봇, 드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주변 첨단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농업분야에서 개발하는 제품군에 관련 요소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드론의 자동항법장치, 분광카메라, AI 지원 GPU 지원플랫폼 등은 타 산업군에서 제공할 수 있는 요소기술을 통해 이를 농업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R&D 연계 시스템 구축과 자율주행, 로봇에 필요한 위치인식 장치인 고가의 RTK-GPS를 농업 지역에 고정기지국을 증설하고 위치보정신호를 관리하는 서버의 안정성 확보, LoRA와 같은 저전력 통신망의 농업생산단지 설치 등 디지털농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요구됩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주도가 필요한 디지털농업의 주요 분야는 첨단 농자재 요소 기술개발과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정보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며 토양, 기상, 수질 등 공공데이터 연계를 제공, 민간기업들의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데이터 프로토콜 표준화 등에 집중하는 것입니다.반면에 개발되고 있는 첨단 농자재 기술은 민간기업에 이전되고, 이후 제품 사업화를 위해 실용화 촉진, 성능시험 등에 농진청 등 국가기관의 실험포와 실증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I 영농모델 사업은 정부주도 사업이 종료되면 민간기업이 그 플랫폼을 이용 수익모델을 만들어 농민에게 서비스를 유상으로 제공하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관련 사업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Q. 농업 스타트업, 청년 농업인 양성 또한 미래의 농업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농업생산, 식품소비 유통의 전방산업, 농약, 비료, 농기계 등의 후방산업이 선진국 수준에 걸맞는농산업으로, 수출 유망산업으로 발전한다면 그만큼 우수한 인재가 농업부문에 많이 들어 올 것이며, 이와 함께 농업 스타트업과 청년 농업인 양성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주목받는 청년 벤처기업은 농업의 본질적 접근보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트랜드일 뿐, 미래 농업의 주요 역할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보입니다. 농산업육성 생태계를 어떻게 하면 형성할 것 인가에 고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Q. 디지털 활용을 어려워하는 고령층 등의 접근성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화 교육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나가야 할지 알려주세요.
고령층에게는 사용자 편의형 입출력 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하면 접근성 문제가 많이 해결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보다는 농작업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농기계나 농작업 자동화 지원이 현장의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 있어서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 외, 얻어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데 도움을 주는 정부 기관이나 일정 서비스 비용을 받고 컨설팅 서비스를 해주는 기업 등이 고령층 지원 사업아이템으로 진행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농업의 디지털 전환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농업은 농민의 경험기반 지역과 사람 기반 기술구조, 그리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진행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농업 분야가 리스크를 대처하기 위한 디지털 농업 기술로의 전환을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론적으로는 AI가 농장에서 수집되는 작물, 토양, 기상 등의 다양한 정보와 과거의 재배관리 이력, 수확량 등의 데이터를 연관시키고 최적의 관리 방법을 제시하여 생산성을 올릴 수 있고, 심지어 AI 컴퓨터의 처방에 따라 농사를 하게 되면 초보 농부일지라도 수십 년 경험을 가진 농부보다 나은 생산성과 수익성을 낼 수 있을 겁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디지털농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이 중요합니다. 다만 어떻게 하면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특히 노지 현장에서는 쉽지 않은 조건입니다. 또한 데이터기반 농업기술은 오랜 시간과 정교한 실험설계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 관점에서 이를 정책적으로 산업현장에서 발전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축적의 시간을 통해 우리 농업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산학연 생태계가 조성되었으면 합니다.
- 송정현 기자 hyun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