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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상회에 근무하며 혼자 사는 노인 ‘성칠(박근형)’은 온 동네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까칠한 노인이다. 그런 성칠의 앞집에 이사 온 할머니 ‘금님(윤여정)’은 성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서고, 우여곡절 끝에 성칠과 금님의 첫 데이트가 성사된다. 장수상회 사장과 동네 사람들의 조언으로 데이트를 성공적으로 마친 성칠은 점차 변해간다. 겉으로는 무심한 척하지만, 금님에게 설레는 마음이 점점 커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설레는 연애를 이어가던 어느 날, 성칠이 금님과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사건이 일어나고, 뒤늦게 뛰어간 약속장소에서 뜻밖의 비밀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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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수상회’는 70살 연애 초보 ‘성칠’과 소녀 같은 감성을 가진 ‘금님’의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노년의 사랑을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는 노년의 사랑이 젊은이의 사랑 못지않게 풋풋하고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여기에 이들의 로맨스를 응원하는 마트 사장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감초처럼 섞여 영화는 소위 말하는 명절용 가족 영화로 거듭나게 되었다.
영화의 원작은 2010년 개봉한 미국영화 ‘러블리, 스틸’이다. 강제규 감독은 이 영화를 보고 감명받아 리메이크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그렇게 탄생한 영화가 ‘장수상회’라고 한다. 그런 만큼 영화 ‘러블리, 스틸’과 ‘장수상회’는 기본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 결말에 드러나는 반전까지 많은 부분에서 매우 닮아있다.
그럼에도 두 영화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노년의 로맨스 못지않게 가족들의 이야기를 강조한 ‘장수상회’와 달리, ‘러블리, 스틸’은 로맨스의 주인공인 두 사람에게만 오롯이 집중하기 때문이다. -
우리 사회에서는 노년의 사랑에 설레면서도 무뚝뚝함을 놓지 못하는 성칠이 더 현실적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사랑에 설레는 마음이 노년에도 다르지 않음을 공감하게 하는 것은 성칠보다는 ‘러블리, 스틸’의 주인공 ‘로버트(마틴 랜도)’다.
완벽주의자였던 로버트 역시 성칠처럼 생애 첫 데이트를 시작한 후 달라진다. 새롭게 시작한 사랑에 설레하고, 상대에게 점점 의지하게 되는 로버트의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엄마 미소를 짓게 되는데, 이는 우리의 아버지 혹은 할아버지가 아닌 나의 노년을 상상하며 감정을 이입하기 때문인 듯 하다. 성칠과 금님의 숨겨진 비밀을 밝힘으로써 감동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수상회’와 달리 끝내 구구절절 한 사연을 밝히지 않는 ‘러블리, 스틸’이 더 강한 울림을 남기는 것 역시 같은 이유가 아닐까? -
‘장수상회’와 ‘러블리, 스틸’은 모두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전해주지만,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난 주저 없이 ‘러블리, 스틸’을 추천하고 싶다. 이 영화를 본다면 사랑은 어떤 조건이나 이유에 상관없이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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