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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도토리는 가을 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매다. 밤과 도토리를 헷갈리는 이는 많지 않지만, 여기에 개암이 끼어들면 고개를 갸웃할지 모른다. 개암은 밤과 도토리의 중간쯤 되는 모습으로 처음 보는 이들을 헷갈리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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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밤’은 밤나무의 열매다. 뾰족한 가시가 돋은 둥근 밤송이 속에 보통 3개의 열매가 들어있으며, 가을이면 밤송이가 벌어져 짙은 갈색으로 익은 열매가 드러난다. 밤의 원산지는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북부아프리카 등 다양하지만, 한국밤은 서양밤보다 육질이 좋고 단맛이 강해 우수 종으로 꼽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밤은 대부분 토종밤의 우량종과 일본밤을 개량한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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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묵으로 쑤어 먹는 ‘도토리’는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 열매를 통틀어 부르는 말로, 상수리나무의 열매인 ‘상수리’와 졸참나무의 열매인 ‘굴밤’ 등은 모두 도토리의 한 종류다. 북반구의 온대, 난대, 아열대에 걸쳐서 총 200여 종의 도토리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도토리를 주로 볼 수 있다. 종류가 많은 만큼 도토리의 모양은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 둥그스름한 원주형의 열매를 모자 같은 깍정이가 싸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떫은맛이 강해 날로는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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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은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원산의 갈잎떨기나무인 개암나무의 열매로 도토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깍정이가 아닌 녹색 비늘 모양의 잎인 포에 싸여있다. 지금은 밤이나 도토리보다 낯선 이름이지만,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한 열매였다. 조선 시대에는 개암을 제사상에 올리고, 관청에서는 세금으로 거두기도 했다. 개암은 껍데기가 단단해 정월대보름에 깨무는 부럼으로도 쓰였다. ‘딱’ 하고 껍데기 깨지는 소리에 도깨비가 놀라 방망이도 내버리고 도망쳤다는 이야기 속 열매도 바로 개암이다. 밤보다 고소하고 단맛이 강한 개암은 날로 먹을 수 있으며, 한방에서는 약재로도 사용한다. 서양개암은 커피 이름으로 더 익숙한 ‘헤이즐넛(Hazelnu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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