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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기사입력 2017.10.13 10:49
  • 해방 후 경성. 법정에서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에 대한 공판이 시작된다. 피고인 남도진이 최승만이라는 남자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목격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현장에서 피해자의 사체를 토막 내 지하실 소각로에 불태워 유기한 흔적을 찾았고,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잘린 손가락을 찾아냈다. 또 범행현장에 머물고 있던 피의자를 체포했다. 하지만 법정에 떠도는 말 중 ‘사체가 없으면 유죄 판결도 없다’는 말이 있듯, 남도진이 최승만을 살해했다고 쉽게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유죄를 주장하는 검찰과 무죄를 주장하는 남도진. 과연 사체 없는 살인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경성 최고 재력가의 집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살인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는 현재와 사건의 전말을 알려주는 과거 장면을 교차편집 형식으로 보여준다. 검찰과 피의자의 엇갈린 주장이 반복되는 법정 싸움과 함께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공개함으로 극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높이려는 것이다.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는 빌 S. 밸린저의 대표 소설 ‘이와 손톱’이 원작인 만큼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튼튼한 스토리텔링을 보여준다.

  • 사진=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 사진=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영화는 극의 배경을 미국에서 해방 후 경성으로 바꾸기 위해 인물이나 설정, 사건 등을 많이 변형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굵은 줄기와 핵심 에피소드는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인물이나 사건 등에 이질적인 느낌도 전혀 들지 않는다. 특히 이름밖에 모르는 남도진(김주혁)을 찾기 위해 이석진(고수)이 택시에 깔아 놓은 독일어로 된 발판 문구를 읽는 장면의 위트는 원작보다 영화가 훨씬 뛰어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적인 재미 면에서도 영화는 원작보다 많은 부분에서 앞선다.

    하지만 서스펜스의 대표로 불리는 원작의 명성을 생각할 때 영화의 아쉬움은 짙다. 1955년 작의 서스펜스가 요즘에는 다소 시시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추리의 묘미를 제공해야 할 법정 장면은 다소 지루하고, 영화의 키가 되어 줄 반전이 생각보다 놀랍지 않기 때문이다. 반전의 극대화를 위해 원작보다 훨씬 과장된 결말 부분 역시 영화를 작위적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이다.

  • 사진=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 사진=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 스틸컷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원작의 묘미를 비교적 잘 뽑아냈지만, 전체적으로는 심심하다는 인상이다. 영화가 원작에 매우 충실한 탓에 이 작품은 영화와 원작 무엇을 보더라도 그 감흥이 크게 다르진 않다. 하지만 재미가 좀 더 중요하다면 영화를, 짜임새 있는 서스펜스를 원한다면 원작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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