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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vs. 영화] 조선마술사

기사입력 2016.03.09 13:19
  • ‘조선마술사’는 치밀한 고증과 탁월한 상상력으로 역사소설의 새 지평을 연 작가 김탁환과 기획자 이원태가 창작 집단을 결성해 만든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영화, 웹 소설, 책 출간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 조선 시대의 마술사라는 독특한 소재로 호기심을 부추긴 조선마술사는 먼저 웹 소설로 공개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이후 책, 영화로 제작되어 콘텐츠의 다양화를 완성했다.

  • 조선마술사는 중국 열하에서 어깨너머 배운 마술로 조선 최고의 마술사가 된 환희가 조선의 옹주 청명을 만나 펼치는 모험과 사랑 이야기다. 소설과 영화는 환희와 청명의 사랑·위기·결말이라는 큰 얼개는 공유하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한 가지 이야기를 각자의 방식에 맞게 다양한 버전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소설에서 청명은 진짜 옹주지만, 영화 속 청명은 청나라 후궁으로 보내지기 위해 급조된 가짜 옹주다. 청명이라는 이름도 소설에서는 진짜 이름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환희가 붙여준 애칭인 것으로 표현된다. 영화에서 이야기의 한 축을 맡은 환희의 누이 ‘보음’은 소설에는 없는 인물이며, 영화에서 귀몰이 복수를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환희를 찾아다니는 것과 달리 소설에서 귀몰은 환희를 찾아다니지도 않을뿐더러 그의 정체를 쉽게 알아보지도 못한다. 이 외에도 소설과 영화는 등장인물, 이야기의 전개 방식, 세세한 에피소드까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획단계부터 목표로 했다는 ‘크로스 콘텐츠’로만 본다면 조선마술사는 분명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 영화 스틸컷
    ▲ 영화 스틸컷
    하지만 이런 성공과는 별개로 조선마술사는 소설과 영화 모두 아쉬움을 짙게 남기고 있다.

    김탁환 특유의 필력이 살아있는 소설은 재미있게 쭉쭉 읽혀나가지만, 기존 작품들이 선사했던 역사 팩션으로서 재미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감되지 않는 판타지와 과량의 로맨스는 이야기를 전형적인 하이틴 로맨스의 틀에 가둬놓았다.

    영화는 소설보다 더욱 아쉽다. 유승호와 고아라를 주연배우로 낙점한 영화는 조선 시대의 마술사라는 생소한 소재로 호기심을 잔뜩 올려놓았지만, 정작 공개된 작품은 사람들의 기대를 채우기에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와 어정쩡한 장르, 배우들의 연기력 등 총체적인 지적을 받으며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장르마다 다른 변주를 보여주는 조선마술사에 소설과 영화의 비교는 무의미할지 모르겠다. 다만 하이틴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소설과 영화 모두 추천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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