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작지만 강했다"… 볼보 EX30CC의 반전 매력
볼보자동차의 순수 전기 SUV 'EX30 크로스컨트리(CC)'를 시승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기존 EX30의 도심형 성격은 유지하면서도 SUV다운 활용성과 주행 안정성을 더해 '전천후 전기 SUV'라는 성격이 한층 분명해졌다.
실제로 볼보자동차의 전략도 통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볼보자동차는 총 1679대를 판매하며 전월 대비 58% 성장했다. 이 가운데 EX30과 EX30CC가 946대를 기록하며 전체 판매의 약 56%를 차지했다. 브랜드 출범 이후 월간 전기차 판매 최고 기록이자 프리미엄 콤팩트 전기 SUV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EX30CC는 기존 EX30보다 SUV 본연의 매력을 강화한 모델이다. 지상고를 19mm 높이고 사륜구동(AWD)을 기본 적용했으며 전용 컴포트 서스펜션과 오프로드 감성을 살린 외관 디자인까지 더했다.
외관은 한눈에 봐도 기존 EX30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처음 차량을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작지만 단단하다'는 것이었다. 도심형 전기 SUV인 EX30의 세련된 이미지는 유지하면서도 곳곳에 오프로드 감성을 더해 한층 강인한 인상을 완성했다.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EX30CC만의 전면 디자인이다. 블랙 쉴드 디자인과 두툼한 전·후면 스키드 플레이트, 매트 블랙 휠 아치가 어우러지면서 일반 도심형 SUV보다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과하게 꾸민 느낌보다는 볼보 특유의 절제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SUV다운 존재감을 자연스럽게 강조했다.
특히 전면 블랙 패널에는 스웨덴 최고봉인 케브네카이세 산맥의 지형을 형상화한 패턴이 적용됐다.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 요소로, 볼보가 추구하는 전동화와 친환경 철학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부분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섬세한 패턴이 드러나는데, 화려하게 시선을 끌기보다 오래 볼수록 디자인의 완성도를 느끼게 한다.
'토르의 망치' 시그니처 LED 헤드램프는 기존보다 더욱 넓고 길게 다듬어진 분할형 디자인이 적용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후면 LED 램프 역시 볼보 특유의 간결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웰컴·페어웰 라이팅 기능을 지원해 차량에 다가가는 순간에도 프리미엄 감성을 전달한다.
측면에서는 EX30CC 전용 19인치 5-스포크 매트 그라파이트·블랙 에어로 휠과 높아진 지상고가 가장 큰 차별점이다. 기존 EX30보다 지상고가 19mm 높아지면서 차체 비율이 더욱 안정적으로 보였고, 도심은 물론 비포장도로까지 부담 없이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줬다. 블랙 루프와 휠 아치가 더해진 투톤 디자인은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전기 SUV의 이미지를 한층 세련되고 활동적으로 완성했다.
실내는 외관보다 더 과감하다. 처음 탑승하면 익숙한 계기판이 보이지 않아 다소 낯설지만, 운전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굳이 계기판이 따로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성 자체가 직관적이다.
볼보자동차는 기존 디지털 계기판을 없애고 모든 정보를 12.3인치 독립형 센터 디스플레이 하나에 담았다. 화면 상단에는 주행에 필요한 핵심 정보가, 하단에는 공조 장치와 내비게이션, 차량 설정 등 대부분의 기능이 배치됐다. 물리 버튼을 과감하게 줄였지만 반응 속도가 빠르고 화면 구성이 단순해 금세 적응할 수 있다.
특히 음성인식 활용도가 높았다. '누구 오토'를 통해 목적지 설정이나 공조 장치 조작 등을 대부분 음성으로 해결할 수 있어 운전 중 화면을 조작하는 횟수가 크게 줄었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도 지원해 스마트폰과의 연결성 역시 만족스러웠다.
공간 활용은 EX30CC의 또 다른 강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도어에 있던 스피커를 대시보드 하단의 하나의 사운드 바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도어 포켓 공간이 넓어져 물병이나 다양한 소지품을 여유롭게 수납할 수 있다. 1040W 출력의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바는 실내 전체를 균형감 있는 음향으로 채워주며, 음악을 자주 듣는 운전자라면 만족도가 높을 만한 수준이다.
센터콘솔도 실용적이다. 필요에 따라 컵홀더로 사용하거나 뒤로 밀어 추가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하부에는 큰 가방도 들어갈 정도의 넉넉한 공간이 마련됐다. 실제 시승 기간 동안 카메라 가방과 노트북, 개인 짐 등을 수납해봤는데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1~2명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거나 주말 여행을 떠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다.
실내 곳곳에 적용된 친환경 소재도 인상적이다. 재활용 플라스틱과 데님, 아마 기반 합성섬유, 재생 폴리에스터를 활용한 울 혼방 소재, 소나무 오일 기반 바이오 소재 등을 적극 사용했지만 저렴하거나 거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북유럽 가구를 연상시키는 따뜻한 질감이 실내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스칸디나비아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앰비언트 라이트도 은은하게 실내를 비춰 과하지 않은 프리미엄 감성을 더했다.
2열은 차체 크기를 고려하면 기대 이상이지만, 패밀리 SUV 수준의 여유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장 4235mm, 휠베이스 2650mm의 콤팩트 SUV답게 성인이 탑승했을 때 레그룸과 헤드룸은 일상적인 이동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특히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 덕분에 머리 위 공간이 실제보다 넓게 느껴져 개방감이 있다. USB 충전 포트도 마련돼 있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충전도 편리했다.
다만 성인 남성 4명이 함께 이동하면 여유롭진 않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큰 불편이 없지만 장시간 이동이라면 2명 또는 최대 3명 정도가 가장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성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반대로 1~2명이 주로 이용하는 환경에서는 실내 공간에 대한 불만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은 예상보다 실용적이다. 기본 적재 용량은 318리터이며,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000리터까지 확장된다. 실제로 여행용 캐리어와 촬영 장비를 함께 적재해도 공간에 여유가 있고, 캠핑용 의자나 레저용품을 싣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여기에 전동식 테일게이트를 기본 적용해 짐이 많을 때 버튼 하나만으로 손쉽게 문을 여닫을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성능은 기존 EX30보다 한 단계 올라섰다. 66kWh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두 개의 모터를 결합한 사륜구동(AWD) 기반의 트윈 모터 퍼포먼스 단일 파워트레인으로 구성된다. 최고출력 428마력(315kW), 최대토크 55.4kg·m을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3.7초다.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몸이 시트에 깊게 파묻힐 정도의 강한 가속력이 이어진다. 전기차 특유의 즉각적인 토크와 AWD 특유의 안정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급가속 이후에도 차체가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움직인다.
코너에서는 EX30보다 높아진 차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전용 컴포트 섀시와 AWD 시스템 덕분인지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유지됐고, 노면이 좋지 않은 구간에서는 높아진 지상고 덕분에 심리적인 여유도 생겼다.
승차감 역시 만족스러웠다. 기존 EX30보다 타이어 편평비가 높아지면서 노면 충격을 한층 부드럽게 걸러냈다. 도심에서는 편안했고, 와인딩 구간에서도 차체를 안정적으로 지지했다.
실내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다. 풍절음과 노면 소음 유입이 적고, 하만카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음악 감상 만족도를 높여준다. 센터 디스플레이에는 티맵 오토와 차량 전용 AI 플랫폼 '누구 오토'가 적용돼 음성 인식과 내비게이션 활용도도 뛰어났다.
주행거리도 일상에서는 충분한 수준이다.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329km를 인증받았으며, 최대 153kW급 급속 충전을 지원해 10%에서 80%까지 약 28분이면 충전이 가능하다.
안전 사양도 눈에 띈다. 앞 차와의 간격, 차선을 유지해 안전하게 주행을 보조하는 파일럿 어시스트, 도로 이탈 완화, 경사로 감속 주행 장치, 사각지대 경고 및 조향 어시스트 등 첨단 안전 사양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파일럿 어시스트는 믿음이 가는 볼보자동차 반자율주행 기술이다. 차선 안에서 일정하고 정확하게 차량 위치를 유지하기 때문에 확실히 피로가 줄어들고 여유 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EX30CC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격이다. 판매 가격은 4812만원이다.(세제 혜택 적용 기준) 여기에 국고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더욱 낮아진다.
경쟁 모델과 비교하면 가격 경쟁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테슬라 모델 3나 수입 프리미엄 전기 SUV보다 진입 가격이 낮고, 기아 EV3 상위 트림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AWD와 428마력의 성능, 볼보의 첨단 안전 사양, 5년 또는 10만km 일반 부품 보증, 8년·16만km 배터리 보증, 15년 OTA 지원 등을 기본 제공하는 점을 고려하면 상품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볼보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안전성은 여전히 경쟁력을 갖춘다.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도어 개방 경고, 후방 교차 충돌 방지, 차선 유지 보조,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 등 다양한 첨단 안전 사양이 기본 적용된다.
EX30CC는 단순히 EX30의 지상고를 높인 모델이 아니다. AWD와 전용 서스펜션, 차별화된 디자인을 더해 도심은 물론 캠핑이나 레저 활동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성격을 분명히 바꿨다.
실제로 시승을 마친 뒤 가장 크게 남은 인상은 "2인 중심 라이프스타일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기 SUV"라는 점이다. 혼자 또는 둘이 타기에 공간은 충분했고, 도심에서는 콤팩트한 차체 덕분에 운전이 편했으며, 주말에는 부담 없이 교외로 떠날 수 있는 여유까지 갖췄다.
전기 SUV를 고민하는 소비자라면 EX30CC는 단순히 '작은 볼보'가 아니라 가격과 성능, 안전, 실용성까지 균형 있게 갖춘 새로운 선택지가 될 만한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