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BLT 스테이크 와인 디너 ‘셰프 나이트’현장/서미영 기자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은 독창적인 테마와 트렌드 감각으로 다양한 미식 행사를 꾸준히 기획해온 호텔로 업계 안팎의 이목을 끌어왔다. 이번엔 파인다이닝의 오랜 공식을 뒤집었다.

26일 저녁, BLT 스테이크에서 열린 '셰프 나이트(Chefs' Night)' 와인 디너. 이날 테이블의 주인공은 와인이 아니라 ‘셰프’였다. 일반적인 와인 디너는 소믈리에나 수입사가 와인 라인업을 먼저 정하고, 셰프들이 그에 맞는 요리를 개발하는 순서를 따른다. 와인이 기획의 출발점이고 요리는 그것을 받쳐주는 구조다. 이번 행사는 그 순서를 뒤집었다. 호텔 6인의 셰프가 각자 가장 자신 있는 요리를 먼저 골랐고, 와인 수입사 비케이 트레이딩의 강은지 브랜드 매니저가 완성된 요리에 맞춰 페어링을 설계했다. 기존 5종 페어링에서 6종으로 늘린 것도 이날만의 변화였다.

박영진 JW메리어트동대문 총주방장/서미영 기자

박영진 JW메리어트동대문 총주방장은 "유러피안 기술에 한국 식재료를 피처링한 메뉴들로 전체 흐름을 구성했다. 어떤 요리는 김치가, 어떤 요리는 된장이, 어떤 요리는 간장이 들어간다"라며  외국계 럭셔리 호텔 레스토랑이 한국 식재료를 코스 전체의 테마로 내세운 건 그 자체로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첫 번째로 테이블에 오른 건 '당근'이라는 이름의 아뮤즈 부쉬였다. BLT 스테이크에서 7년을 일한 김정석 셰프의 작품이다. "식당에 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당근이나 오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익숙한 아뮤즈 부쉬가 당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초장 대신 스리라차 소스를 당근 안에 채워 그 익숙함을 살짝 비틀었다. 칠레 스파클링 와인 '카사 델 토키 코트 롤란 블랑 드 블랑'이 함께 나오며 디너의 문을 산뜻하게 열었다.

첫 번째 애피타이저는 타블로 24의 노국정 셰프가 하루 동안 큐어링한 농어 요리였다. 비트, 묵은지, 배를 곁들여 산미·단맛·담백함이 층을 이뤘다. 이 음식에는 아르헨티나 '콜로메 이스테이트 토론테스' 와인이 매칭됐다. 

두 번째 애피타이저는 송기욱 셰프의 파테 앙 크루트. 돼지고기, 푸아그라, 트러플, 피스타치오를 파이 반죽으로 감싼 클래식 프렌치 스타일에 체리 콩포트와 모과 퓨레를 곁들였다. 오리건 피노 누아 '팬터 크릭 오리건 피노 누아'와 연결됐다.

세 번째 애피타이저로 윤영기 부총주방장이 선택한 음식은 랍스터를 이용한 요리다. 랍스터를 54.5도 수비드로 30~40분 천천히 익힌 뒤, 기순도 명인의 된장으로 빚은 뵈르 블랑 소스를 더했다. 호주 애들레이즈 힐즈의 샤르도네 '위라위라 트웰브스맨'이 페어링됐다.

박영진 JW메리어트동대문 총주방장이 준비한 메인코스 음식/서미영 기자

메인 코스는 박영진 총주방장이 직접 맡았다. 31일 드라이에이징한 한우 투뿔(1++) 채끝 등심, 마블링 스코어 9등급이 서프 앤 터프의 중심이었다. 한국적 포인트는 두 겹으로 겹쳤다. 5년 숙성 온양문 간장으로 빚은 메를로 소스, 그리고 여수에서 제철에만 나는 흰살생선 군평선이로 만든 브랑다드였다. 의성 마늘과 온양문 간장이 스민 이 브랑다드는 감자와 어우러져 등심의 무게를 조용히 받쳐줬다. "서프가 터프를 서포트해주는 역할"이라는 셰프의 한마디가 요리 설명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줬다. 이탈리아 알토 아디제의 '엘레나 월쉬 메를로'가 페어링됐다.

디저트는 이지윤 페이스트리 셰프가 여름 제철 과일 두 가지로 마무리했다. 살구 소르베와 구운 살구, 라벤더 향을 담은 프리 디저트에 이어, 참외와 펜넬, 참외 아이스크림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메인 디저트가 테이블에 올랐다. 스페인 까바 '도미니오 리제르바 이스페셜'이 긴 저녁의 여운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의 BLT 스테이크 와인 디너 ‘셰프 나이트’현장/서미영 기자

와인이 요리를 따라간 이날의 흐름은 잘 짜인 각본처럼 이어졌다. 6인의 셰프가 저마다의 시그니처를 꺼내놓았고, 와인은 그 뒤를 조용히 따르며 각 코스를 단단하게 받쳐줬다. BLT 스테이크가 이날 증명한 건 '리버스 페어링'이라는 새로운 형식만이 아니었다. 된장, 간장, 군평선이, 묵은지 등 한국 식재료를 유럽 파인다이닝 기술 안에 실로 꿰어 레스토랑만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새긴 저녁이었다. JW 메리어트 동대문이 F&B 기획의 기준을 조금 더 올린 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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