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차·절벽 도시·만체고 치즈… 스페인의 '진짜 속살' 카스티야-라 만차, 한국 여행 시장 정조준
2025년 한국인이 일본에 이어 스페인 내 외국 관광객 중 1인당 지출이 가장 많은 국가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882유로, 다른 나라 관광객의 2.5배다. 스페인 관광청이 발표한 조사 결과다. 이 수치를 등에 업고, 카스티야-라 만차 지역 정부가 직접 서울로 날아왔다.
오늘(11일) 서울 명동 주한 세르반테스 스페인 문화원에서 '2026 스페인 카스티야-라 만차 관광 설명회'가 열렸다. 에밀리아노 가르시아-파헤 산체스(Emiliano García-Page Sánchez) 주지사를 비롯한 카스티야-라 만차 대표단이 직접 방한한 자리로, 한국 여행업계와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이 지역의 관광 자원을 소개했다.
행사는 주한 세르반테스 문화원이 장소를 제공하고 스페인 관광청 한국 사무소가 주관했다. 2025년 10월 서울에 개원한 세르반테스 문화원이 스페인 자치주 정부 대표단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라파엘 부에노 마티네즈 주한 세르반테스 문화원장은 개회사에서 "스페인의 다양성과 풍부한 역사는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통계를 가장 먼저 꺼낸 것은 스페인 관광청 북아시아 디렉터 엔리케 루이스 데 레라였다.
그는 "2025년 기준 스페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43만 1천 명 중 1인당 일평균 지출이 882유로로, 이는 다른 국제 관광객의 2.5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인 관광객이 마드리드·바르셀로나·안달루시아 외에 내륙의 덜 알려진 지역을 점점 더 찾고 있다"며, 스페인 관광청이 2025년 7월 론칭한 캠페인 '스페인, 잘 안다고 생각하세요? 다시 생각해 보세요(Spain Think Again)'의 방향성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해당 캠페인 촬영지 중 하나가 카스티야-라 만차의 도시 알마그로다.
본 발표는 호세 마누엘 카바예로 세라노 제2부주지사가 맡았다. 그는 카스티야-라 만차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실제 배경지"로 소개하면서, "산초 판사와 돈키호테의 모험은 허구이지만 그 무대는 모두 실재한다"고 말했다. 콘수에그라와 캄포 데 크립타나의 풍차, 엘 토보소 마을 등 소설 속 장소들을 직접 밟을 수 있는 여행 경험을 소개한 것이다. 7월에는 알마그로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고전 연극제가 열린다. 전 세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야외극장 코랄 데 코메디아스(Corral de Comedias)가 그 무대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도시가 두 곳이다. 기독교·이슬람·유대교 문명의 흔적이 골목골목에 남아 있는 톨레도, 그리고 협곡 절벽 위에 매달린 듯 세워진 쿠엥카가 이 지역을 대표한다.
카바예로 세라노 제2부주지사는 "800년 역사의 톨레도 대성당은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쿠엥카는 경기도 파주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이기도 하다.
자연 자원도 두드러진다. 카스티야-라 만차는 스페인 자치주 중 유일하게 국립공원을 여러 곳 보유하며, 영토의 40%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습지 생태계의 타블라스 데 다이미엘 국립공원과 지중해성 수림을 간직한 카바네로스 국립공원이 대표적이다.
미식도 핵심 콘텐츠로 부각됐다. 양젖으로 만드는 만체고 치즈, 세계 최대 와인 생산지의 라 만차 DO 와인, 세계 최고급 사프란 산지 콘수에그라의 사프란, 톨레도의 전통 과자 마사판까지, 설명회 후 이어진 칵테일 리셉션에서는 이 식재료들이 직접 식탁에 올랐다.
에밀리아노 가르시아-파헤 주지사는 폐회사에서 한국과의 역사적 연결고리를 직접 꺼냈다. 그는 "1593년 한국 땅을 최초로 밟은 유럽인이 바로 톨레도 출신의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Gregorio de Céspedes) 신부"라고 소개했다. 또한 2010년 자신이 톨레도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톨레도를 함께 산책하면서 한국 분들이 정말 많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지중해식 식단이 관광객 10명 중 4명을 재방문하게 만드는 이유라고도 강조했다.
주지사는 "한국 관광객이 시간이 부족해도 유럽의 역사 전체를 일주일 만에 경험하고 싶다면 스페인, 그리고 특히 톨레도와 쿠엥카는 반드시 가야 할 곳"이라고 말했다. "기독교, 이슬람, 유대교가 함께 공존했던 문명을 다른 유럽 도시에서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 그가 꼽은 핵심 이유다.
나탈리아 고메스 사미카 주한 스페인 대사관 공사 차석은 "한국과 스페인의 관계에서 관광은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2025년 43만 명의 방한 수치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계속 증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