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BH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이 무르익는 시기는 제 각각이지만, 배우 박보영은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사랑스러운 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데뷔 초부터 사랑 받아온 그는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는 지금, 가장 도전적인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엔 드라마 '미지의 서울'로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까지 받았다.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증명한 그가 이번엔 첫 장르물에 도전했다.

디즈니+ '골드랜드'를 통해 1500억 금괴를 둘러싼 인간의 탐욕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박보영. 체중 감량과 처절하게 망가지는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피, 땀, 눈물 속에 '희주'를 완성한 박보영과 지난달 2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Q. '골드랜드'를 통해 첫 장르물에 도전했다.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스릴러 범죄 장르엔 대부분 남자 분들이 많이 나오는데, '골드랜드'는 여성 캐릭터가 중심이 된 작품이에요. 이런 작품을 제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컸어요."

"처음에 대본을 보고 '희주'에 이입하기가 어려웠어요. '내가 희주와 잘 맞나?'하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감독님을 만나 뵙고 이야기를 나눴는데, 카타르시스까지는 아니어도 보시는 분들께 다른 감정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말씀에 설득이 됐죠."

Q. '희주'는 평범했던 극 초반을 시작으로 전개와 함께 입체적으로 변하는 인물이다. 희주를 준비한 과정은 어땠나.

"감독님께서 조금 말랐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체중을 뺐어요. 지금에 비하면 3kg 정도 감량했어요. 저는 1kg 빼기도 힘들거든요. (웃음) 살을 빼고 촬영하니까 너무 기운이 없어서 감독님 몰래 간식 먹으며 버텼어요. 스태프 분들이 많이 숨겨주셨죠."

"희주는 뒷부분에 얼굴이 많이 망가지잖아요. 다른 배우들은 앞쪽에 얼굴이 망가지니까, 감독님이 계속 제 얼굴을 보고 '심심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나 '원하시면 망가지겠는데 명분이 없다'라고 말씀드렸죠. 중반 이후부터는 감독님께서 '더 망가지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렇게 했더니 엄청 만족해하셨어요. 제가 구르면 구를수록 좋아하시더라고요."

Q. '조명가게'에서 감독으로 만났던 김희원 배우와 연기합을 맞췄는데.

"전작에서는 희원 선배님을 감독님으로서 뵀었는데 오랜만에 함께 연기하게 됐어요. 선배님께서 조금씩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제 좋은 얼굴이 나왔을 때 칭찬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었어요. 제가 연기하면서 자신감을 많이 찾는 편은 아닌데 '박보영이 아니라 희주로 보일 때가 있다'고 항상 이야기를 해주셔서 힘을 내고 희주를 가져갈 수 있었어요."

Q. 악역 '박이사' 역의 이광수와도 평소 절친한 사이인데, 현장에서는 어땠나.

"광수 씨가 분장한 모습을 보니까 너무 무섭더라고요. 제가 알던 사람과 '박이사'와 거리감이 있어서 저는 둘을 분리해서 보려고 했어요. 액션신을 할 때는 워낙 친하다 보니까 쿠션어를 덜 쓰게 되고, 덜 조심스럽게 되니까 오히려 편한 점도 있었어요."

"친해서 다행이었던 건 시선이었어요. 광수 씨를 처음 본 거였으면 키 차이에서 오는 중압감에 더 겁을 먹었을 것 같은데, 다행히 (시선 차이가) 익숙한 상태였어요. 그래서 희주로서 박이사에게 대들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으로 연기했죠."

Q. 만약 박보영의 눈앞에 1500억 금괴가 있다면, 희주처럼 견물생심이 생길까.

"저는 크게 욕심 없어요. 지금의 재산도 아주 만족하고 있거든요. 집 있고, 차 있고 하니까 성공했다고 봐요. 저랑 같이 사는 친구가 고등학교 동창인데, 그 친구가 '보영아, 버스 타고 다니던 그 시절의 너를 잊지 말라'라고 해요. (웃음)"

"그래서 희주로 살아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1500억이라는 돈은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상상도 안 되는데, (작품에서) 그걸 만져본 거잖아요. 욕심을 내기도 전에, 욕심내면 어떻게 되는지 견물생심 교훈을 깨달았죠."

Q. 올해는 데뷔 20주년이자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 뜻깊은 해다. 소감이 궁금하다.

"백상 수상 때 이야기한 건 항상 생각해 온 부분이었어요. 매번 작품에서 제 가치와 쓰임을 증명해야 다음이 있다는 생각이거든요. 주위에 잘하는 분들이 워낙 많아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어릴 때부터 남들과 비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어요. 그런 것도 제게 자양분이 된다고 생각해서 받아들여 왔죠. 제가 만난 모든 스태프 분들, 동료들, 팬분들까지 항상 응원해 주신 덕분에 제가 꾸준히 연기하면서 제 가치를 증명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어요."

"벌써 데뷔한 지 20년이 됐어요. 너무 나이 들어 보일까 봐 떠들썩하게 축하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기념은 해야 할 것 같아서 생각하다가 사진전을 하게 됐어요. 20년이라는 숫자가 저에게 중간일 수도 있고 끝일 수도 있고 저도 모르니까, 중간 보고서 같은 느낌으로 열었어요. 제 얼굴도 담고 예전에 했던 작품 대본들도 가지고 있어서 보여드리는 식으로 팬분들과 함께 기념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Q. 로코 장르로 사랑받았지만, 최근엔 다른 결의 연기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생각인지.

"'골드랜드'를 하면서 피 땀 눈물을 흘리며 묘한 쾌감이 있었어요. 도전은 만족스럽고 기회가 된다면 더 해보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있어요. 저도 장르물은 처음이라, 하다 보면 더 늘겠죠. 그러면 좋겠어요. 늘 다양한 장르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렇지만 다음에는 예쁘고 밝은 거 한 후에 (장르물) 할게요."

Q. 배우 박보영의 지금을 자평해 보자면.

"'무르익었다'라는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배우로서 새로운 장르도 해보고, 20주년도 맞이하고, 큰 상도 받았어요. 사람으로서의 저도 예전보다는 더 여유로워지고 단단해진 것 같아요. 한창 제일 좋을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항상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자신감도 찾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오래 연기할 생각이에요. 아직 안 단단해졌는데 단단해졌다고 착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더 잘 커야 하는데 말이죠. (웃음)"

"지금이 한창 좋을 때"라며 웃어 보인 박보영에게는 전보다 훨씬 깊어진 여유가 묻어 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주변의 응원을 자양분 삼아 자신을 갈고닦아온 박보영. 앞으로 채워나갈 또 다른 20년의 필모그래피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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