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드비젼 SVNet / 스트라드비젼 제공

전기차(EV) 성장 둔화와 중국발 가격 경쟁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글로벌 완성차(OEM) 업계에 '원가 절감'은 생존을 위한 지상 과제가 됐다. 문제는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SDV)으로 진화할수록, 차량 내 두뇌 역할을 하는 고성능 반도체(SoC)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자율주행 기능을 전 차종으로 확대하려는 OEM들에게 기존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과거에는 특정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칩과 소프트웨어를 묶어서 제공하는 고가의 '블랙박스' 솔루션을 프리미엄 차종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이를 중저가 대중 차까지 확대하려다 보니, 비싼 칩 가격 탓에 차량의 마진 구조가 붕괴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공급망 생태계에서는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원가 통제권과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하드웨어(칩)와 소프트웨어를 쪼개는 '디커플링' 전략을 본격화한 것이다.

이제 OEM들은 값비싼 최고 사양의 칩 하나에 의존하는 대신, 차급과 지역 시장 특성에 맞춰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르네사스, 퀄컴 등 다양한 칩셋을 입맛대로 골라 쓰기를 원한다. 이 생태계 재편의 과정에서 글로벌 1차 부품사(티어1)와 독립 소프트웨어 벤더(ISV) 간의 전략적 합종연횡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스트라드비젼 SVNet / 스트라드비젼 제공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톱티어 부품사들의 움직임이다. 이들은 완성차의 '탈(脫) 종속' 요구를 충족시키면서도 가성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한된 연산 환경에서도 최고의 인공지능(AI) 성능을 쥐어짜 낼 수 있는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간절히 찾고 있다.

일각에서는 특정 소프트웨어 기업이 대형 티어1 파트너에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것을 두고 '리스크'로 해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빌리티 산업의 복잡한 밸류체인을 이해한다면 이는 완벽한 오독이다. 글로벌 핵심 티어1과의 강력한 결속은 단순한 하청 관계가 아니라, 폐쇄적인 완성차 공급망을 단숨에 장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적 해자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탑티어 전장 부품사이자 자율주행 기술의 선봉장인 '앱티브'와 한국의 AI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라드비젼'의 끈끈한 파트너십이 대표적인 사례다. 앱티브는 완성차 업계의 저단가·고효율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일찌감치 스트라드비젼의 기술력에 주목하고 전략적 투자(SI)를 단행, 핵심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공급 관계를 넘어, 글로벌 OEM을 공략하려는 앱티브의 정교한 시스템에 스트라드비젼의 초경량 비전 인식 솔루션(SVNet)을 결합해 시장이 요구하는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해 낸 모범 사례다. 고성능 칩 없이도 정교한 비전 인식을 구현해 내는 스트라드비젼의 '최적화 역량'이 앱티브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하면서, 양사는 글로벌 자율주행 대중화 시장을 함께 주도하는 강력한 연합군으로 자리매김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분리되는 SDV 2.0 시대에는 누가 더 유연하게 밸류체인의 핵심 길목을 선점하느냐가 패권을 좌우한다"며, "독자적인 원천 기술을 쥐고 글로벌 탑티어 전장 사의 전략적 기술 자산으로 자리 잡은 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치는 겉으로 드러나는 일시적 재무 수치 그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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