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불완전함...그 모든 것에서 오는 카타르시스, ‘군체’ [리뷰]
지금 이때가 두려워지는 순간들이 있다. AI와 소통하다가도, SNS를 보다가도, 흠칫 놀란다. 그 공포의 순간들이 ‘군체’에 담겼다.
권세정(전지현)은 외톨이 생명공학과 교수다. 타협 없이 옳음을 주장하는 성격이 그를 어느새 외톨이로 만들었다. 그런 그를 가장 잘 아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전남편 한규성(고수)다. 재혼한 아내 공설희(신현빈)와 이민을 준비하는 한규성은 교수 재임용에 탈락한 세정에게 체인스바이오 대표를 소개해 주려 둥우리 빌딩으로 그를 부른다.
사실 둥우리 빌딩에서 진행되는 체인스바이오 콘퍼런스에는 불청객이 있었다. 생물학박사 서영철(구교환)은 인간의 뇌를 하나로 연결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감염된 사람은 분비물을 토해내고 좀비의 모습이 되어 다른 이를 공격한다. 그렇게 좀비 같은 모습을 한 감염자끼리는 다양한 공간에서 보고, 듣고, 오감을 통해 학습한 정보들을 공유한다. 그것이 진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들은 괴이하게 뒤엉켜 하나인 듯 여럿인 ’군체‘로 생존자를 위협한다.
’군체‘는 ‘같은 종류의 개체가 모여 한 집단에서 살아가는 것’을 뜻한다. 사전에는 꿀벌, 개미를 비롯해 세균, 곰팡이 따위의 미생물에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화 속에서는 황색망사점균을 통해 이에 감염된 이들이 하나가 되어 뇌를 공유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단일세포 생물 ‘점성 곰팡이균’의 일종인 ‘황색망사점균 (Physarum polycephalum)’은 실재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황색망사점균은 융합을 통해 개체가 얻은 지식을 배우고 전파할 수 있다.
자연에 실재하는 황색망사점균을 재해석해, 하나의 생각을 공유하는 기이한 ‘군체’를 만들어냈다. 실재하는 균류처럼, 그 기이한 모습은 실재하는 집단 지성과 AI를 연상케 한다. 실재하는 균류와 실재하는 현상, 이것이 장르성과 기이하게 뒤엉킨다. 진실과 거짓보다 우선시되는 하나의 정보를 향한 맹목적 움직임이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연상호 감독은 이를 “소수성”에서 찾았고, 권세정은 이를 대표한다.
인간다움은 절박한 상황 속 각자의 선택으로 인해 선명해진다. ‘부산행’에서 용석(김의성)의 선택이 수많은 관객을 분노하게 했듯, ‘군체’ 속에서도 엇갈리는 선택들이 다양한 감정을 이끈다.
그러면서도 ‘군체’는 오락적인 면을 놓치지 않는다. 전개상의 ‘물음표’도 처음 보는 좀비 군체의 기이한 움직임에 ‘느낌표’로 바뀌어버린다. 좀비 군체에 맞서 몸을 사리지 않는 전지현, 지창욱, 김신록 등의 모습도 인상 깊다. 특히, 현석(지창욱)이 각성해 눈빛이 확 달라져 버리는 순간에는 장르를 바꿔버릴 정도의 압도적 몰입감으로 관객을 이끌고 간다.
구교환은 전무후무한 ‘좀비들의 왕’이 된다. 그는 역시 ‘서영철 캐릭터를 구교환 외에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라는 탄성이 들 정도로 자신만의 색으로 가득 채운다. 연상호 감독이 ‘마그네슘 부족 액션’이라고 불었다는 몸짓부터 눈을 가린 채 입꼬리 등으로만 보이는 표정에서 그는 대사보다 많은 감정을 전하고야 만다.
권세정이 둥우리 빌딩으로 온 것은 한규성뿐만 아니라 한 장의 초대장 때문이었다. 그 초대장에는 ‘소통의 불완전함…거기에서 시작되는 모든 비극’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소통의 불완전함은 과연 비극일까. ‘군체’를 보고 나오는 길에는 소통의 불완전함에서 시작된 그 모든 카타르시스와 함께 현실을 비춘 불편한 거울을 마주한 듯 여러 질문이 교차한다. 그 속에서 진실을 끌어올리는 것은 결국 관객 한 명, 한 명, 각자의 몫이다. 21일 개봉해 전국 극장가 절찬 상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