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시원한 사이다는 없어도 "결국 당신이 주인공"이라는 '모자무싸'의 가치
"결국 우리, 그리고 당신이 주인공인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싶다. 황동만은 여러분입니다."
17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는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이하 '모자무싸') 제작발표회가 열려 연출을 맡은 차영훈 감독과 배우 구교환, 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한선화가 참석했다.
'모자무싸'는 잘난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안 풀려 시기와 질투로 괴로워 미쳐버린 인간의 평화 찾기를 따라가는 드라마. 차영훈 감독은 "살면서 가치 있거나 특별한 사람, 중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다들 최선을 다하면서 사는데 보통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그러다 보니 질투나 시기와 같은 감정이 올라오고, 그런 시기와 질투로 20년을 살아온 사람이 우리 드라마의 주인공이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친하게 지내던 주변 사람들은 모두 성공했고, 그 틈 속에서 자신만 무가치하다고 느끼며 자괴감, 질투, 열등감, 불안 등의 감정에 휩싸여 살아간다. 그런 주인공의 곁에 너도 존재 가치가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는 사람의 응원에 힘입어 자신의 무가치함을 극복해간다"라며 "속 시원한 사이다 스토리는 아닐 수 있지만, 보시는 분들이 오늘의 좌절이나 실패, 부끄럽거나 자괴감이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라며 잘 버티라는 위로를 전하고 싶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특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들여다보는 박해영 작가의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차영훈 감독은 작가와의 호흡을 묻자 "무조건 맞춰야죠 제가"라며 "정말 잘하고 싶었다. 그 대본에 있는 대사 하나, 지문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제가 느꼈던 감정 이상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 마음은 여기에 계신 배우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글을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그걸 살려낸 모습을 통해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깨달았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구교환은 20년째 영화감독 데뷔 준비 중인 '황동만'을 연기한다. 대학 영화 동아리 선후배 사이인 8인회 중 유일하게 데뷔하지 못한 인물이다. 구교환은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인물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황동만을 연기하면서 지금 어딘가에도 동만이가 실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존재한다면 동만이가 연출한 영화에 참여하고 싶다"라고 캐릭터에 깊게 빠져든 모습을 보였다.
특히 구교환은 이번 작품을 통해 첫 TV 주연으로 발탁됐다. 그는 "12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을 가지고, 어떤 인물의 브이로그 수준으로 깊게 카메라가 들어가며 서사를 보여주는 그런 작업을 처음 했다"라며 "사실은 지금도 촬영하고 있는 기분이에요. 동만이를 보내주기 어려운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라고 답했다. 차영훈 감독은 "구교환 배우가 정말 6개월 동안 동만이로 살았다. 작품을 찍을수록 점점 구교환이 희미해지고 황동만이 진해지는 그런 경험을 했다"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자 구교환은 "저도 영화감독을 꿈꾸고 있고, 영화를 대하는 태도는 비슷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나 친구들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것 같다. 동만이가 저보다 더 재미있고 사랑스럽고 안아주고 싶다"라고 답했다.
고윤정은 영화사 최필름 소속 기획 PD '변은아'를 맡는다. 아홉 살 때 방치되었던 경험 탓에 유기 공포를 겪고 있다. 고윤정은 "불안이나 두려움이 발현될 때 코피를 흘리는 증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위로가 되는 존재를 만나 같이 응원하고 성장해가는 캐릭터"라며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50% 정도인 것 같다"라고 소개했다.
차영훈 감독은 고윤정과 호흡하며 "눈이 정말 깊다"라는 사실을 느꼈다며 "초반에는 눈에 빨려들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넋을 놓고 보고 있다가 무슨 말을 하면 '어라, 말을 하네?' 이런 느낌이 들 정도였는데 정말 감정 표현을 잘해서 도대체 무슨 일과 경험이 있길래 저렇게 느낌을 잘 낼 수 있을까 궁금했다"라고 말했다. 구교환 역시 고윤정의 눈빛에 감탄했다. 호흡을 묻는 질문에 구교환은 "극 중 변은아와의 신에서 동만이가 일방적으로 많은 대사를 토해낸다. 그때 윤정 배우에게 놀라웠던 점이 그것에 대한 반응을 눈으로 대사를 뱉어낸다. 장면이 끝나고 나면 대사는 내가 많이 했는데, 윤정 씨의 대사를 한가득 들은 기분이었다. 장면의 분위기를 만들 줄 아는 배우라 덕을 많이 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장면 혹은 대사가 있는지 묻자 고윤정은 "본인한테 꽂히는 대사가 다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저한테도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는데, 제가 했던 대사 중에 '감정 덩어리'라는 말이 나온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인간의 군상을 이렇게 그렸구나 해서 공감이 됐다. '좋은 감정 덩어리는 별로 없어요'라는 말을 하는데, 살다 보면 흔히 어떤 특정한 감정에 쉽게 치우치게 된다. 저를 돌아보며 지금부터라도 좋은 감정을 떠올리면 '좋은 감정 덩어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오정세와 강말금은 8인회의 일원이자 각각 고박필름 소속 감독 '박경세', 고박필름 대표인 '고혜진'을 맡는다. 오정세는 "누군가의 눈에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올라가고 싶고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아등바등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강말금은 "박경세의 부인이자, 황동만과는 20년 지기다. 20년 동안 애증의 관계로 지냐며 두 사람을 조절하는 인물이다"라며 "자신의 생활과 일, 영화과 얽힌 삶을 살아가는데 저도 어느 정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라고 전해 현실적인 연기를 선보일 것을 예고했다.
원탑만 하는 국내 최고 배우인 오정희(배종옥)가 재혼하면서 얻게 된 의붓 딸 '장미란'은 한선화가 맡는다. 경세의 다섯 번째 영화 여주인공이자, '이 바닥의 쩌리'로 유명한 황동만, 변은아와 어울리는 인물이다. 한선화는 "갑각류 같은 인물"이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하며 "겉은 되게 세보이지만, 속은 여리다. 인간적인 면모가 돋보인다"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극했다.
여기에 무의 끝에서 무너진 전직 시인이자 황동만의 형 '황진만'을 연기하는 박해준이 가세해 다양한 관계성을 그려낼 전망이다. 차영훈 감독은 "만만하지 않은 캐릭터였을 것"이라며 "아주 고요하고 잔잔하게 깊은 감정을 표현해야 했고, 게다가 시인 출신이다 보니 문학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을 해야 됐다. 그러다 보니까 잰 척하는 느낌이 들까봐 우려를 했는데, 그런 걱정을 한 번에 불식시켰다. 박해준 배우의 입을 통하면 저절로 대사에 울림이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라고 전했다.
감독에 따르면, '모자무싸'는 황동만이 감독으로서 시원하게 성공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인공들에 개입하는 시청자들이 어디에서 위로를 느낄 수 있을까 묻자 "동만이가 한 대사 중에 '재벌가 도련님은 반지하 방에 사는 사람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불행하게 사냐 싶겠지만, 하나도 안 불행해. 웃고 떠들고 다 한다'라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있다"라며 "위로라는 것이 주인공이 성공해서 시원하게 해낼 때 오는 것도 있겠지만, 그런 위로 외에도 다 비슷하게 살아가며 그런 와중에 웃기도 하고, '우리 모두 마찬가지야'라는 느낌의 위로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고윤정 역시 '모자무싸'의 관전 포인트로 "나도 잘 헤아리지 못했던 모호한 감정과 생각을 어떻게 이렇게 글로 표현했을까 신기하며 공감이 됐다. 또 나를 들킨 것 같은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를 받았고, 촬영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보는 분들도 공감을 통해 위로를 받으실 것 같다"라고 자신했다. 차영훈 감독은 '모자무싸'만의 매력으로 "찍으면서 계속해서 나 자신을 돌아봤던 것 같다. 나는 저러고 있지 않나. 나는 저렇게 멋지게 살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 같다. 드라마가 끝났을 때 오늘 하루와 스스로를 생각하는 작품이 되기를 바라고,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JTBC 새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는 오는 18일(토) 저녁 10시 40분 첫 방송된다. 총 12부작으로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공개된다. 박해준은 "제가 출연했던 '부부의 세계'가 아직 JTBC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로 알고 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JTBC 최고 시청률을 넘어보는 것이 목표다. 즐겁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꼭 봐주시고 많은 후기를 남겨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